- [국외 리뷰] Pete Rock - PeteStrumentals 2
- rhythmer | 2015-07-05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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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Pete Rock
Album: PeteStrumentals 2
Released: 2015-06-23
Rating:Rating:
Reviewer: 양지훈
누구나 전성기가 있기 마련이어서 노장 힙합 프로듀서들도 세월이 흐르면 절정의 기량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한 분야에서 10년 가까이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이의 기량이 현저하게 떨어진 모습을 목격하는 건 당황스럽다. 바로 지금 소개하는 앨범의 주인공 피트 락(Pete Rock)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2000년대 말, 우리는 [NY’s Finest]를 통해 이미 당황스러움을 한 차례 경험했고, 이후에도 그가 예전만한 감각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걸 꾸준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PeteStrumentals 2]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았음에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앨범은 끝없이 추락하는 피트 락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격이어서 매우 착잡하다.그만큼 앨범은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이 노출되어있다. 가장 큰 결점은 앨범을 이끌어가는 구심점의 결여이다. 명색이 인스트루멘탈 앨범인데, 전반적으로 빈약한 드럼 루프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샘플링이 일색이다. 대표적으로 "My My Baby"와 "BBJones"를 비롯하여 다수의 곡에서 왜 하필 이 구간을 샘플로 삼고 루프를 돌렸는지 의문스러운 순간이 포착된다. 그중에서도 "Clap Ya Hands"와 "Rootz, Reggae, Kulcha"는 최악의 사례로 꼽힌다. "Clap Ya Hands"는 피트 락 & 씨엘 스무스(Pete Rock & CL Smooth) 시절의 "I Get Physical"을 연상시키는 트랙이지만, 부산한 가운데서도 샘플 소스의 절묘한 조합이 돋보였던 해당 곡과 달리 산만하다는 느낌만 압도적으로 강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의구심을 갖게 만들던 피트 락의 고질적인 문제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고스란히 드러난다.
온갖 찬사의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았던 명작 [PeteStrumentals]의 속편으로 타이틀을 정한 걸 보면, 피트 락 본인도 이번 기회에 잃었던 명성을 어느 정도 되찾고 싶은 마음이 컸던 듯하다. 한 트랙을 메인 루프로 진행하다가 곡 말미에 다른 루프를 활용하는 '실력 과시용 비트 메이킹'은 씨엘 스무스와 함께하던 '90년대 초부터 [PeteStrumentals] 시절까지 피트 락의 트레이드마크였는데, 이번에도 몇몇 트랙에서 동일한 작법을 취했다. 옛 영광의 재현, 혹은 옛 팬들의 향수 자극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작법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샘플 소스의 루프 활용 자체에 문제가 있으니 어떤 시도를 해도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나마 감각이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곡은 "Beat Goes On", "Air Smoove" 정도로 손에 꼽히는 판국이고, 제이 딜라(J Dilla)를 향한 오마쥬를 담은 "Dilla Bounce"는 생전의 제이 딜라를 연상시켜 잠시나마 재미를 주는 수준이다.
정리하자면, 얼마나 성의를 보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량의 문제이다. 피트 락이 가진 지금의 기량으로는 붐-뱁(Boom-Bap) 스타일을 고수하는 타 힙합 프로듀서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냉철하게 동류의 다른 프로듀서와 비교해 보자. 기복이 있지만, 가끔은 놀라울 만한 역량을 보여주는 스태틱 셀렉타(Statik Selektah), MPC-60 드럼 머신을 고집하는 장인 정신의 아이콘 아야톨라(Ayatollah) 등이 모두 피트 락의 현 기량을 능가하는 선수들이다. 결국, 이번 앨범은 전설로 추앙받던 피트 락이 지금은 평범한 힙합 프로듀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재입증하는 결과물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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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로윈1031 (2015-07-22 19:28:49, 182.225.196.***)
- 그동안(이라고 하지만 벌써 5년여...) 마음속에서 옹호하던 거장의 변화를 이제 그만 인정해야겠습니다.
뭔 피트락 비트가 이래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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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훈 (2015-07-12 17:16:06, 211.41.16.***)
- 2000년대 초반의 1편과 최근 발매된 이 앨범을 연이어 들으면 편차가 정말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편과의 비교를 불가피하게 만든 장본인이 피트 락입니다. 앨범 타이틀부터 1편과 비교를 해보라고 유도하고 있으니 말 다 했죠.
굳이 사족을 달자면... 저도 피트 락의 팬이었습니다. 힙합을 듣기 시작한 이후 가장 좋아하는 프로듀서 3인 안에 선정할 만큼 좋아하는 뮤지션이었습니다. Pete Rock + CL Smooth 시절의 앨범이나 Lost + Found 앨범은 지금도 신주단지 모시듯이 아끼는 걸작입니다.
그렇지만, 평가는 냉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NY's Finest]를 들으면서 전성기가 완전히 지났다고 생각했고, [Monumental]을 들을 때에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다수의 guest appearance에서도 실망감은 다름이 없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그가 참여한 곡 중 맘에 들었던 곡은 Torae의 That Raw라는 곡이었던 것 같네요. 잘 만들었다고 느끼게 해주는 곡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PeteStrumentals 2]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성기가 한참 지난 프로듀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앨범일 뿐입니다. 몇몇 국외 매체의 관대한 평가에 조금도 공감할 수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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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r트모스 (2015-07-06 22:18:48, 125.180.213.***)
- 별2개까지는 너무 했지만 확실한건 1을 만들었던 피트락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정도의 비트들인거 같네요
특히 초반부 트랙들 정말 산만하다가 중간부터 좀 안정세를 찾는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올해 피트1 다시 쭉 들으며 피트 2 나온다는 소식에 기대했던 저또한 실망이 드는 앨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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