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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콜 리뷰] Kool G Rap & DJ Polo - Road to the Riches
    rhythmer | 2016-01-31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Kool G Rap & DJ Polo
    Album: Road to the Riches
    Released: 1989-03-14
    Rating: 
    Reviewer: 양지훈









    '80
    년대 뉴욕 퀸스브릿지(Queensbridge)를 기점으로 활동했던 쥬스 크루(Juice Crew)의 구성원 중 다수는 힙합 음악의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코미디 힙합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한 비즈 마키(Biz Markie), 케이알에스-(KRS-One)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엠씨 샨(MC Shan), 랩 스킬의 강자 빅 대디 케인(Big Daddy Kane) 등이 걸출한 랩 실력을 뽐냈고, 그들의 활약은 스튜디오에서도 이어져 다량의 명반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크루의 구심점이었던 프로듀서 말리 말(Marley Marl)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며 만들었던 '80년대 쥬스 크루의 앨범 중에 최고의 작품을 선별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쿨 쥐 랩 & 디제이 폴로(Kool G Rap & DJ Polo)의 데뷔 앨범만큼은 세 손가락 안에 포함시킬만하다.

     

    'Produced By Marley Marl'이 흥행의 보증수표로 통하던 시절, 쿨 쥐 랩과 디제이 폴로 또한 그의 지원을 받고 데뷔 앨범을 만들 수 있었다. 1986년 그들의 공식적인 첫 레코드 "It's a Demo"를 포함하여 2년 동안 만든 열한 곡을 수록한 [Road to the Riches], 쥬스 크루 타 멤버들의 초기 작품과 마찬가지로 모든 곡의 제작 과정에 말리 말이 개입했다. 당연히 프로듀서로서 말리 말의 역량이 큰 공헌을 했는데, 빌리 조엘(Billy Joel)의 원곡 "52nd Street"처럼 붐-뱀 힙합에 단골 손님처럼 등장하는 피아노 루프를 활용하다가도("Road to the Riches"), 때로는 뉴 웨이브 뮤지션 개리 뉴먼(Gary Numan)의 커리어를 대변하는 곡을 샘플링하며 폭넓은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Cars").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Trans-Europe Express"를 샘플 소스로 삼았던 "Rhymes I Express"도 파격적이었던 건 마찬가지이다. 힙합에 딱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샘플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드는 말리 말의 혜안이 돋보이는데, 이러한 시도는 현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봐도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프로듀서 말리 말이 사운드를 구축하는 동안 랩퍼 쿨 쥐 랩은 실로 대단한 활약을 했다. 그는 범죄 묘사, 허풍선이 랩, 남녀관계 등을 랩의 소재로 다루었는데, 무엇보다도 마피아 랩(Mafioso Rap)의 선조 격 앨범이라는 점이 큰 의미를 갖는다. 참고로 마피아 랩은 첫 곡 "Road to the Riches" 'Be like John Gotti, and drive a Maserati'와 같은 구절처럼 마피아 콘텐츠가 담긴 가사의 곡을 통틀어 일컫는다고 보면 된다(존 가티는 '80년대에 뉴욕에서 활동한 유명한 마피아의 이름이다). 무엇보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대가답게 데뷔 앨범에서부터 다양한 스토리를 들려주는데, 후속 작품인 [Wanted: Dead or Alive][Live and Let Die]로 넘어가면서 그가 묘사하는 스토리는 보다 구체화되고 조직화된 범죄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90년대부터 굳어진 허스키한 목소리와 이따금씩 신기에 가까운 플로우를 과시하던 쿨 쥐 랩과는 차이가 있지만, 데뷔 시절의 청명한 목소리와 랩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항상 비슷한 플로우를 유지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는 그의 말처럼, [Road to the Riches]에서도 "Men at Work"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 곡이 존재한다. '80년대에 공개된 거의 모든 힙합 넘버를 통틀어 가장 화려한 랩이 담긴 곡으로 간주할만큼 빠르고 타이트한 라임의 대명사로 통한다. 자신에게 영향을 준 힙합 트랙 중 이 곡을 언급하는 후배 랩퍼가 한둘이 아니었는데, "Men at Work"가 다음 세대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화려함은 조금 뒤처질 수 있겠지만, 싱글 컷 되어 인기를 누렸던 "Poison"에서도 쿨 쥐 랩의 시원시원한 랩과 라임의 향연을 캐치할 수 있다.

     

    프로듀서 말리 말의 변화무쌍한 사운드, 디제이 폴로의 컷팅, 그리고 쿨 쥐 랩의 랩이 어우러진 두 남자의 데뷔 앨범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후세에 끼친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이 앨범이 갖는 역사성은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 이상이고, 동시에 거리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스토리텔링 명인의 첫 풀렝스(full-length) 앨범이라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사반세기(25)가 지난 지금, [Road to the Riches]는 쥬스 크루의 앨범 중 빅 대디 케인의 [Long Live the Kane]과 함께 가장 큰 명성을 보유한 데뷔 앨범의 양대 산맥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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