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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Big Sean - I Decided
    rhythmer | 2017-02-13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Big Sean
    Album: I Decided
    Released: 2017-02-03
    Rating:
    Reviewer: 조성민









    빅 션(Big Sean)은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등에 업혀 비교적 어부지리 느낌으로 평탄한 데뷔를 이뤄냈다. 그리고 그 지원을 바탕으로 무언가 대단한 걸 남기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결론적으로 그러한 노력 중 절반은 성공했다. 차트를 강타한 여러 히트 싱글과 [Detroit] 믹스테입, 그리고 3집인 [Dark Sky Paradise]는 분명 그가 거둔 음악적 성과다. 또한, 현재 본인의 위상에 정확히 걸맞은 랩 실력을 지녔다. 과대평가된 랩퍼가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괴물과도 같은 몇몇 그의 또래들과 비교했을 때 평범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특히, 정규 앨범을 위시한 결과물을 까보면 그의 한계가 명확해진다. 그리고 이는 션이 여태껏 구축해온 캐릭터와 밀접한 관계를 이루기에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션의 강점은 히트 싱글들이 말해 준다. 그는 분위기를 턴업시키는 파티튠 형식의 트랙에서 가장 빛난다. 세련된 이미지로 자신을 치장하고 화려한 플로우로 위트 있는 펀치라인을 던진다. 문제는 그가 구현하려는 캐릭터가 단순히 잘나가는 커머셜 랩퍼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히트 트랙을 제외하면 오히려 자기성찰적인 주제가 앨범의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안타깝게도 션은 제이 콜(J. Cole)만한 스토리텔러가 아니며,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처럼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거대한 접근을 취하지도 않는다. 그럼 방향을 바꿔서 가장 유사한 타입인 드레이크(Drake)와 다른 점은? 기획적인 견고함과 오리지널 사운드의 유무다. 결국, 왈레이(Wale)와 함께 애매한 위치에 남게 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션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3집을 관통한 어두운 트랩 사운드에 서술적인 디테일을 더했다. 그렇기에 [I Decided]는 전작들과 같은 한 트랙씩 얹다 보니 앨범이 되었다.”라기보다 모든 트랙을 모아야 비로소 앨범이 완성된느낌을 준다. 그의 디스코그래피에는 없던 유기적인 작품이 드디어 탄생한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본작에 션의 야망이 투영됐음이 충분히 느껴진다. 그러나 그 야망이 결과로써 충실히 실현되었는가를 따져본다면 다소 아쉽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기획적인 오류 때문이다. 전반부를 거쳐 중반으로, 그리고 후반으로 가면서 노출되는 들쭉날쭉한 완성도에 고개를 젓게 한다. 그럼에도 엔딩에서 이야기를 깔끔히 마무리하며 앞선 아쉬움을 만회하는 건 흥미롭다. 견고한 플롯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감동이 전달되는 부분은 듣는 입장에서 참으로 기괴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션의 이야기는 노인이 된 시점에서 시작된다. “Intro”에서 션은 성공을 위해 앞만 보다가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얻지 못했다며 자책하고는 자살한다. 자신의 삶을 다시 살 기회를 얻은 그는 젊은 시절로 돌아가게 되고, 앨범이 진행될수록 무엇이 미래의 그를 자살로 이르게 한지 드러난다. 쉽게 말해 이야기의 흐름을 역순으로 되짚어보는 형식의 컨셉트인 셈이다. 너무나 바쁜 스케줄과 늘어만 가는 적들(“No Favors”),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와 연애 끝에 얻은 상처(“Owe Me”), 그리고 성공 후 느끼는 회의감(“Halfway Off the Balcony”) 등이 션의 장애물로 등장한다. 내러티브의 하이라이트 구간은 엄마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과거를 회상하는 “Sunday Morning Jetpack”과 엔딩 트랙인 “Bigger Than Me”. 과연 그럴듯한 구색은 갖춘 서사적 구조다. 다만, 그 중간을 채우는 스토리 라인이 빈약하고, “Jump Out the Window”, “Moves”, “Same Time, Pt. 1” 같은 성격의 트랙은 오히려 스토리의 몰입도를 떨어뜨려 버렸다.       

     

    하지만 트랙 단위로 본다면 션은 이번에도 멋진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중 스토리에 힘을 더하는 “Voices In My Head/Stick To the Plan”은 알짜배기 트랙이다. 머릿속을 맴도는 후회스러운 기억과 줄다리기를 하다가 마음을 다잡고 심기일전하는 과정을 인상 깊게 묘사했다. 특히, 비트 스위치가 이루어지며 느린 템포를 끌어올리는 부분과 마지막 벌스는 트랙의 하이라이트. 이외에 또 하나의 히트 싱글인 “Bounce Back”“No Favors”에서도 매우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후자의 경우, 에미넴(Eminem)과 시너지를 만드는 데에 중점을 뒀다기보다 개인플레이에 신경을 썼기에 일말의 아쉬움이 남지만, 미고스(Migos)와 함께 호흡한 “Sacrifices”는 모든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I Decided]는 션의 기존 앨범들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는 히트 싱글을 어떻게 하면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아는 듯하고, 그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완성도 높은 컨셉트 앨범이 되기에는 걸림돌이 되는 요소가 눈에 밟힌다. 세밀함을 요구하는 기획력과 거창한 스토리를 풀어내기에는 한정된 스펙트럼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션이 앞으로 훌륭한 앨범 프로듀서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완벽한 과정은 아니었지만, 올바른 길로 서사를 인도했기 때문이다. 이제 확실하다. 빅 션의 노력 중 절반 이상은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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