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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Joey Bada$$ - All-Amerikkkan Bada$$
    rhythmer | 2017-04-26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Joey Bada$$
    Album: All-Amerikkkan Bada$$
    Released: 2017-04-07
    Rating:
    Reviewer: 황두하









    두 장의 믹스테입을 통해 두각을 나타낸 브루클린(Brooklyn) 출신의 랩퍼 조이 배드애스(Joey Bada$$)는 초기 때부터 1990년대 붐뱁 힙합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전략적 의도가 아닌 붐뱁 힙합을 향한 순수한 애정이 바탕이었기에 설득력 있게 다가왔고, 인디 노선을 추구하는 태도와 맞물려 그를 향한 기대치가 더욱 상승했다. 그리고 2015년에 발표한 첫 정규앨범 [B4.DA.$$] 역시 트렌드에 따라 음악적 방향을 틀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우직함으로 승부한 결과물이었다. 앨범은 탄탄한 프로덕션과 조이의 탁월한 랩핑이 만나 준수한 완성도로 귀결됐다. 하지만 그에게 걸려있던 기대치나 과거의 훌륭했던 믹스테입들보다는 확실히 덜 인상적이었고, 기존의 것을 또 한 번 보여줬다는 점 이상의 의의를 찾기 어려웠다.

     

    이런 그의 음악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작년 중순에 발표한 싱글 “Devastated”부터다. 피처링 작업에서조차 붐뱁만을 고집하던 그가 808 드럼이 주도하는 전형적인 트랩 비트 위에 몸을 실은 것이다. 구성적으로 조금은 설익은 면이 보였으나 자메이칸 랩퍼들에게 영향받은 허스키한 랩 톤으로 조이만의 트랩 사운드를 보여주었다. 싱글은 그가 여태 발표한 곡 중에서 가장 큰 상업적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그의 변절(?)에 실망하며 두 번째 정규앨범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와 걱정 속에 발표된 [All-Amerikkkan Bada$$]는 현상유지와 변화 사이에서 고민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프로덕션의 변화다. 앨범은 “Y U Don’t Love Me?”를 기점으로 크게 두 구간으로 나뉜다. 포문을 여는 “Good Morning Amerikkka”부터 “Land Of The Free”까지 밝은 분위기의 신시사이저와 혼 연주가 주도하는 미디엄 템포의 트랙들이 이어지며 앞서 언급한 “Devastated”로 자연스레 분위기가 고조된다. 바로 이어지는 침잠한 무드의 트랩 트랙 “Y U Don’’t Love Me?” 이후 후반부에는 같은 프로 에라(Pro Era) 크루로 오래 호흡을 맞춰온 척 스트레인저스(Chuck Strangers)가 주조한 “Rockabye Baby”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조이표 붐뱁 트랙들이 포진해있다. 이처럼 새로운 색깔의 트랙과 기존의 것을 반으로 딱 나누는 투박한 구성은 오히려 둘 사이를 자연스레 연결하고 변화를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이는 데에 유효했다. 아울러 이제는 스타일로 굳어진 걸걸한 톤과 치밀한 라임 설계, 차진 플로우가 어우러진 조이의 랩이 앨범 전체를 일관성 있게 잡아주고 있다.

     

    다만 변화가 어설프지 않은 정도에 그친다는 점은 약점이다. 초반부는 비슷한 감흥의 트랙들이 이어져 지루한 인상이다. 강한 메시지와 극적인 전개가 인상적인 “Land Of The Free”가 나오기 전까지의 트랙들이 힘이 달리기 때문인데, 이 탓에 “Land of The Free” 역시 싱글로 들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들린다. 그럼에도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Juicy”에 대한 헌정이 느껴지는 이 곡의 프로덕션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후반부의 붐뱁 트랙들은 완성도가 탄탄한 편이다. 특히, 중독적인 두터운 베이스 라인 위로 스쿨보이 큐(Schoolboy Q)와 함께 거친 랩을 내뱉는 “Rockabye Baby”는 앨범의 하이라이트 트랙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제이 콜(J. Cole)과 함께해 기대를 모은 “Legendary”는 근래 유행하는 댄스홀 사운드의 어설픈 차용으로 둘의 만남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앨범의 내러티브 역시 전작과는 크게 달라졌다. 조이는 가장 뜨거운 화두인 흑인 인권과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며 미국을 이야기 하는 데에 앨범을 통째로 할애하고 있다. 주제를 다루는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초반부와 후반부가 나뉜다. 초반부에서는 사회문제에 의문을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하며, “Land of The Free”“Devastated”에 이르러 이를 해결하는 선지자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를 비롯한 현재 미국 사회의 문제점들에 대해 노골적인 분노를 표출하며, 마지막 트랙인 “Amerikkan Idol”에서는 결국 혁명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저 옛날 흑인 노예를 부리던 백인 주인으로부터 유래된) 자신의 본명을 화두로 끌어올린 “Land of The Free”의 가사가 주는 울림은 상당하다.

     

    그러나 대부분 곡은 이 과정에서 문제를 건드리는 표현이 다소 피상적이고, 그동안 다른 블랙뮤직 아티스트들이 보여준 것들의 동어반복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뮤지션이 사회운동가가 아니기에 꼭 차별화된 메시지를 설파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거창함에 비해서는 다소 허무하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조이는 [All-Amerikkkan Bada$$]를 통해 기존의 색깔을 지키면서 그 사이에 변화라는 과제를 나름 잘 풀어내었다. 비록, 변화가 특별히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아쉽지만, 본작은 붐뱁만을 고집할 것 같던 조이가 스펙트럼을 넓히는 기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메시지적인 측면에서도 다소 정교함이 부족하지만, 보다 성숙함이 느껴진다. 이제는 내실을 다져 걸출한 완성도의 앨범을 내놓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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