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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지드래곤 - 권지용
    rhythmer | 2017-06-20 | 2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지드래곤(G-Dragon)
    Album: 권지용
    Released: 2017-06-08
    Rating:
    Reviewer: 이진석









    지드래곤
    (G-Dragon)이라는 이름의 위상이 그가 속한 그룹인 빅뱅(Big Bang)의 것을 능가한지는 좀 됐다. 음악과 패션을 아우르며, 굉장한 명성과 인기를 누린 그가 특히 빛났던 순간은, 아이콘이 된 본인의 삶이 작업물에 가장 자연스레 녹아든 때였다. 히트 싱글 “One Of a Kind”는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과시적인 라인이 줄줄이 이어지는 가운데, 허풍이 아니란 점에서 오히려 묘한 괴리가 느껴진 이 곡은 짧지 않은 그의 경력 속에서도 가장 치켜세울만한 작품이다. 비록, 이후의 활동에서 적잖은 기복이 보였지만, 재작년 발매했던 빅뱅의 “Bae Bae”에서도 녹슬지 않은 재능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정규 2[쿠데타 (COUP D`ETAT)] 이후, 4년 만에 새 솔로작을 발표했다.

     

    앨범의 타이틀로 본명을 내세운 이유는 첫 트랙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그는 미디어에 비친 셀러브리티의 모습을 벗고, 개인 권지용으로서의 모습을 가감 없이 내보이려 한다. 흥미로운 건, 기존과 차별화된 캐릭터를 구축하려 했지만, 정작 그 내용에서 기존의 시퀀스를 벗어난 모습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INTRO.
    권지용(Middle Fingers-Up)”에서의 장난기 넘치는 면모나 익숙한 트랩 클럽튠인 개소리(BULLSHIT)”를 비롯하여 이어지는 트랙들 역시 이전에 그가 솔로, 혹은 빅뱅의 앨범을 통해 선보인 몇 종류의 패턴 안에서만 맴돈다. 물론, 하던 것을 할 순 있다. 그러나 완성도가 달린다면, 얘긴 달라진다. [권지용]은 앨범의 컨셉트와 자신감의 과잉이 좀처럼 어우러지지 못하고 결국, 진부함으로 귀결된 모양새다.

     

    프로덕션 또한, 아쉬운 건 마찬가지다. 테디(Teddy), 쿠시(Kush), 초이스 서티세븐(Choice37) , YG의 주력 프로듀서들이 그를 지원하지만, 대체로 뻔한 진행과 강박적인 변주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특히, 곡의 중간마다 전체적인 피치를 올려 텐션을 끌어올리는 개소리(BULLSHIT)”는 틀에 박힌 듯 전형적이다. 그나마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흑개의 대사(“이 뭔 개소리야~!”)를 샘플링하여 인용한 부분만이 귀에 맴돌 뿐이다. 그런가 하면, 발라드로 허를 찌른 타이틀곡 무제(無題) (Untitled, 2014)”도 밋밋한 피아노 반주와 설익은 보컬 퍼포먼스의 조합 탓에 전혀 감흥을 주지 못한다.

     

    평소 이상으로 지나치게 덤 다운(Dumb Down)된 가사 역시 발목을 잡는다. 쉽게 쓰인 듯하면서도 간혹 번뜩이는 메타포가 스쳐 가던 예전과 비교하면, 별다른 의미 없이 소모되는 라인들로 가득 채워져 아쉽다. 간혹, ‘만남이 없어 노사연같은 언어유희를 사이사이 끼워 넣기도 하지만, 이전처럼 재치보다는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허술하게 채워진 콘텐츠와 별개로, 합격점을 받을 만한 건 지디(GD)의 퍼포먼스다. 이전부터 멜로딕한 랩핑을 주로 구사해온 덕에, 후렴뿐만 아니라 벌스 대부분을 끌어가는 랩-싱잉이 그에게 딱 맞는 옷처럼 느껴진다. 작품 내에서 유일하게 위안으로 삼을만한 지점이다. USB에 다운로드 링크와 코드를 담은 독특한 형태로 앨범을 발매한 건 흥미롭지만, 음악적 완성도는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기존의 결과물과 차별을 두려는 의도는 옅어졌고, 오히려 앨범 전체가 커다란 동어반복의 함정에 빠진 듯하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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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6-20 20:49:40, 164.125.173.***)
      2. "과거의 기억은 편하고 쉬운 거인데도
        늘 내가 끌린 건 내 앞의 어려운 매력이야"
        이게 예술가의 숙명인가봐요..
        +
        앨범의 형식과 내용이 논란이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되거든요.
        다만 , 색을 잃어가는 컨셉을 위해 선택한 재료가 싸구려 마카인게 아쉽습니다. 특수가공한 금속이면 중후함을 더할 수 있었을텐데요. 지디가 앨범제작에 전적으로 신경을 쓴걸까 의문이 듭니다. 완성은 디테일인데.
      1. DCREEK (2017-06-20 16:57:54, 112.172.121.**)
      2. 흔히 여러 사이트에 지디의 개소리 예상글이란게 나왔었죠
        실제로도 '뭔 개소리야' 루핑빼곤 대부분 일치했고요
        그정도로 지디 스타일이 고착화가 되어버렸다는건데
        이걸 깨뜨릴 순간이 아직 지디에게 오지 않은거 같습니다

        오버인 표현이 될 수도 있지만 지디는 한국에서 칸예 같은 위상을 가진 아티스트인데 (혹은 되려하는) 형식적인 틀을 가지고 있고 그 틀에서 자기복제가 계속된다면 패션의 아이콘은 될 수 있어도 음악적인 부분에서 누군가의 아이콘이 되긴 힘들거라 봅니다

        실망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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