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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서사무엘 & 김아일 - Elbow
    rhythmer | 2017-06-23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서사무엘 & 김아일
    Album: Elbow
    Released: 2017-06-08
    Rating:
    Reviewer: 황두하









    준수한 완성도의 정규 앨범을 연속으로 발표하며, 이제는 믿고 듣는 뮤지션의 반열에 오른 서사무엘과 독특한 톤의 랩핑으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한 랩퍼 김아일(Qim Isle)이 함께 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의구심부터 앞선 게 사실이다. 그동안 둘 사이에 어떠한 음악적 교차점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둘의 음악적 지향점은 상당히 비슷하다. 서사무엘은 랩과 보컬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펑크(Funk), 일렉트로닉, 힙합, 신스팝, 피비알앤비(PBR&B)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시도를 보여주었고, 김아일 역시 2014년 첫 번째 정규앨범 [Boylife In 12``]을 통해 신스팝이나 일렉트로닉 팝을 힙합과 결합시킨 신선한 음악을 선보였다.

     

    이처럼 장르의 벽을 허물어온 둘은 레이블 크래프트 앤 준(Craft & Jun)의 식구로 만났고, 합작 앨범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Elbow] 5곡이라는 짧은 곡 수가 매우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둘의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빛을 발한 작품이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일렉트로닉 펑크 트랙 “Mango”부터 두 아티스트는 원래 한 팀이었던 것처럼 뛰어난 호흡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마치 디지털 효과를 입힌 듯한 김아일의 음색과 비교적 건조하게 흐르는 서사무엘의 보컬이 좋은 균형을 이룬다. 과일을 비롯한 다채로운 색감의 오브제를 한껏 흩뿌리며 섹슈얼한 무드를 조성하는 가사도 매력적이다. 더불어 같은 레이블의 신예 알앤비 보컬리스트 죠지가 목소리를 보탠 “Monk”와 일렉트로닉 기타 하나로 단출하게 진행하며 석양이 지는 듯한 아련함을 자아내는 팔꿈치역시 적잖은 여운을 남긴다.

     

    한편, 본작의 주역은 서사무엘과 김아일 뿐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간 두각을 보인 세 명의 프로듀서 이안 캐시(Ian Kash), 콕 재즈(Coke Jazz), 비니셔스(Vinicious)도 완성도에 일조한 주인공들이다. 셋이 하나의 프로듀싱 팀처럼 움직이며 트랙을 만든 작업 방식이 주효했다. 이안 캐시가 리듬 파트를 작업하면 나머지 두 프로듀서가 다른 악기들을 얹는 식이다. 일례로 귀를 잡아 끄는 리듬 파트가 서사무엘의 보컬과 맞물려 치고 나오는 “Monk”는 이 같은 작업 방식이 가장 빛을 발한 곡이다.

     

    다만, 이안 캐시와 콕 재즈의 개성이 드러난 두 개의 인스트루멘탈 트랙 “Ian’s Prayer”“Coke’s Glare”는 다소 아쉽다. 보컬이 들어간 곡 사이사이에 등장하여 분위기를 환기하기보다는 흐름을 방해하는 느낌이다. 완성도는 나쁘지 않지만, 무드가 다소 침잠된 탓이다. 적은 트랙 수를 감안한다면 구성적으로 더욱 아쉬워지는 지점이다.

     

    결과적으로 [Elbow]를 통해 서사무엘은 또 한 번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계기가 됐고, 김아일은 제대 이후 새로이 커리어를 시작할 튼튼한 발판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본작은 의도와 상관없이 레이블의 새 멤버들을 자연스레 소개하는 성격의 앨범도 되었다. 뮤지션들의 음악적 역량과 기획이 잘 맞물린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완성도가 뒷받침된다 해도 짧아서 허전하고 만족스럽지 않은 EP가 있는가 하면, 짧아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EP가 있다. [Elbow]는 후자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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