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Bilal   
Album: Airtight's Revenge
Released : 2010-09-14
Rating : 
Reviewer : 강일권







차트에서 성적이나 인기도로 따지자면, 빌랄(Bilal)은 비주류에 가깝다. 그러나 뮤지션으로서 역량과 네오 소울 씬에서 활약을 놓고 본다면, 그의 존재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빌랄이 에리카 바두(Erikah Badu), 퀘스트러브(?uestlove), 디엔젤로(D’angelo), 제이 딜라(J Dilla), 커먼(Common), 모스 데프(Mos Def) 등등,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가진 이들이 뭉친 소울/힙합 무브먼트 소울쿼리안스(Soulquarians)의 멤버라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특히, 여유 있게 그루브를 타며 나른하게 내뱉는 그의 보컬은 자신의 곡이든, 피처링한 곡이든 어디서나 빛을 발한다.

하지만, 빌랄의 출중한 능력은 지난 2006년에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2집 [Love For Sale]의 발매가 무산되면서 오랫동안 묻혀 있어야만 했다. 당시 그는 닥터 드레(Dr.Dre),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 제이 딜라, 드레 앤 비달(Dre & Vidal), 제임스 포이저(James Poyser) 등 초호화 프로듀서 진을 대동했던 1집과 달리 한 곡을 제외한 모든 곡을 프로듀싱했는데, 상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음반사가 발매일을 미루던 중에 온라인으로 음원이 불법 유출되어 결국, 발매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그의 팬과 평단에게도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므로 본작은 작업상으로는 3집이지만, 공식적으로는 2집인 셈이다. 1집으로부터 무려 9년 만에 나온 정규 앨범이다. 그리고 빌랄의 넓은 음악 스펙트럼과 감각적이고 탄탄한 프로덕션, 뇌리와 가슴 속에 와서 박히는 보컬은 이전보다 더욱 완성된 모습이다. 그야말로 이번 앨범에는 인고의 시간 동안 농축되었을 그의 소울풀한 기운이 잔뜩 퍼져 있다.

빈티지한 드럼 위로 노곤하게 얹힌 보컬이 인상적인 “Cake & Eat It Too”, 빠른 템포의 음악 속에 사랑의 의미에 대한 사색을 담은 “All Matter”, 앨범을 통틀어 가장 극적이고 변화무쌍한 보컬 라인의 전개를 들려주는 “Flying”, 자신의 아들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소울 발라드 “Little One”, 중간중간 엇박으로 진행되는 드럼과 차분한 건반, 그리고 단순한 일렉 기타 리프와 빌랄의 보컬이 아름다운 불협화음을 이루는 "Move On" 등은 본 작의 백미다.

창작자에게 있어서 자신의 작품이 상품으로서 가치만을 평가받고 오너가 기대하는 상업적인 가치가 충족되지 못하여 세상에 나오는 게 보류되는 과정을 겪는 것만큼 헛되고 고통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하물며, 아예 빛조차 보지 못했을 땐 어떠하겠는가? 빌랄은 이 엄청난 좌절의 시간을 지나 다시 죽여주는 음악을 들고 돌아왔다. 마치 지난 일의 야속함에 보내는 경고와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듯한 의미의 비장한 타이틀과 함께. 실로 눈물 나게 반가운 컴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