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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Janelle Monáe - Dirty Computer
    rhythmer | 2018-05-29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Janelle Monáe
    Album: Dirty Computer
    Released: 2018-04-27
    Rating: 
    Reviewer: 황두하









    자넬 모네(Janelle Monáe)2013년에 발표한 [The Electric Lady]는 그해 최고의 알앤비/소울 앨범을 넘어 2010년대를 대표하는 알앤비 클래식으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사이키델릭 소울(Psychedelic Soul)을 기반으로 디스코, 펑크(Funk), 네오 소울, 힙합 등의 요소를 해체, 결합시키고 그 위로 페미니즘과 사회적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 가사가 일품이었다. 말 그대로 메트로폴리스 알앤비라 할만했다.

     

    *필자 주: ‘메트로폴리스는 자넬 모네가 데뷔 EP [Metropolis: Suite I]부터 구축해온 SF 세계관으로, 신디 메이웨더(Cindi Mayweather)라는 여자 안드로이드를 내세운 연작이다.

     

    이후 그녀는 연기자로서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문라이트, Moonlight] , 각각 블랙 페미니즘과 동성애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 출연했다. 단순히 분야를 넓힌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녀가 음악에서 주창했던 이야기의 연장선에 있는 작업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그녀는 시대 정신을 대표하는 엔터테이너이자 운동가로 거듭난 것이다.

     

    전작으로부터 약 5년 만에 발표한 신작 [Dirty Computer] 역시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훨씬 더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이번에도 그녀는 메트로폴리스라는 가상 공간을 앨범의 배경으로 내세우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신디가 아닌 새로운 여자 안드로이드 제인 57821(Jane 57821)’이 주인공이다.

     

    제인은 신디보다 더욱 자넬 모네 본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은 본작의 주제와도 관련이 깊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넬 모네의 커밍아웃 과정을 담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녀는 앨범 발매 후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인이 범성애자(Pansexual/* 필자 주: 남성, 여성을 구분 짓지 않고 정체성 또한 신경 쓰지 않으며,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성적 지향성을 말한다. 남녀를 구분 짓는 양성애와는 다른 개념이다.)’임을 밝힌 바 있다.

     

    앨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Dirty Computer’는 제인 본인을 가리키는 말로써 이성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램된 정상적인 컴퓨터가 아닌 범성애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를 의미한다. 컴퓨터의 저장 단위인 바이트(Byte)’를 이용한 말장난이 인상적인 “Take a Byte”는 이러한 내러티브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트랙이다. 이 곡에서 제인은 아담에게 선악과를 먹게 한 이브에 자신을 빗대어 현재 걸린 바이러스가 사실은 나쁜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이어 흑인이자 여성으로서의 힘을 강조하고(“Django Jane”, “PYNK”),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바라봐주길 염원하며 불안감에 빠지지만(“Don’t Judge Me”, “So Afriad”), 이내 자신감을 되찾고 본인과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설파하면서(“Americans”) 앨범이 마무리된다. 더불어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해 따뜻한 조언을 건넨 “Stevie’s Dream”처럼 다양한 스킷을 통해 내러티브에 설득력을 더했다.

     

    “Screwed”에서 “Make Me Feel”까지 이어지는 중반부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만하다. 사이키델릭한 소스와 수시로 이루어지는 변주가 인상적인 디스코 트랙 “Screwed”, “Q.U.E.E.N”의 후반부 랩의 확장판이라고 할 만큼 차진 랩과 강력한 메시지가 어우러진 “Django Jane”, 에어로스미스(Aerosmith)“Pink”를 레퍼런스 삼은 여성 찬가 “PYNK”, 고 프린스(Prince)“Kiss”가 연상되는 펑크 넘버 “Make Me Feel” (*필자 주: 실제로 본작이 기획 단계일 때, 프린스가 참여한 바 있다.) 등등, 음악적으로나 메시지적으로나 흠잡을 데 없다. 특히, 전작들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Screwed”의 후반부에서 변주가 이루어지며, “Django Jane”으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순간은 감탄을 자아낸다.

     

    또한, 이번에도 프로덕션적으로 사이키델릭 소울과 여러 장르를 섞은 지점이 돋보인다. 전작보다 한층 대중친화적으로 변모한 점도 눈에 띈다.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함께하며 최근 유행하는 댄스홀을 차용한 “I Got That Juice”808드럼이 주도하는 팝 알앤비 트랙 “I Like That”은 대표적. 프로덕션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모네의 뛰어난 역량을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다.

     

    한편, “I Like That”을 기점으로 앨범의 내러티브에 따라 전반적인 무드가 한층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이 때문에 시종일관 귀를 사로잡던 초중반부보다 힘이 빠진 느낌이 강하다. 곡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뒷심이 부족한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트랙 “Americans”에서 이야기를 다소 성급하게 마무리 짓는 것처럼 다가온다.

     

    그야말로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던 전작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Dirty Computer] 역시 매우 훌륭한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다. 자넬 모네는 독특한 세계관과 탄탄한 음악으로 전에 없던 커밍아웃 서사를 지닌 앨범을 탄생시켰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제인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지닌 모두의 이야기가 되도록 만들었다. 페미니즘의 물결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이때에 본작은 그 물결에 거대한 파도를 더하는 작품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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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r트모스 (2018-08-11 20:33:24, 211.213.9.***)
      2. 말이 필요 없는 앨범입니다 처음엔 아쉽네 했더니 듣다보니 진가가 드러나는 작품!
        메타크리틱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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