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Royce Da 5’9’’ - Book of Ryan
- rhythmer | 2018-05-29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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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oyce da 5'9"
Album: Book of Ryan
Released: 2016-05-04
Rating:
Reviewer: 조성민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Royce Da 5’9’’)의 일곱 번째 정규작은 지난 [Layers](2016)를 발표할 때부터 예고되었다. 당시 ‘Book of Ryan’이란 타이틀의 7집 작업에 착수했으며, 같은 해에 나올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후 2년이 지나 드디어 발표된 본작엔 그의 인생 전반의 이야기가 담겼다. 그래서 로이스가 지금껏 내놓은 작품과는 상당히 다른 결을 지닌다.얼마 전 공식 해체된 슬로터하우스(Slaughterhouse) 출신의 랩 괴물, 배드 미츠 이블(Bad Meets Evil)의 반쪽, 프라임(PRhyme)의 메인 엠씨 등, 그의 위상을 대변하는 무시무시한 타이틀과 무게감을 상당 부분 덜어냈다. 대신 여태껏 한 번도 제대로 꺼낸 적 없던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수놓았다. 로이스는 섬세한 스토리텔링으로 단단한 피부 아래 위치한 내면 깊숙한 영역까지 청자를 끌고 유유히 진격한다.
본 이야기가 시작되는 앨범의 중반부터 진행 속도는 빠르지 않게 유지되는 편이다. 때로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여유롭다. 로이스는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어린 아들을 대하듯 친절하고 담백하게 서사를 이어간다. 어릴 적 가정환경과 형제 간의 우애, 코카인 및 알코올 중독,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심경 등, 그의 인생을 차지하는 큰 이야기들에 디테일을 불어넣는 방식은 흥미를 자아낸다. 특히,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제3자의 시선에서 무덤덤하게 자신의 기억을 훑어 내려간다
이와 같은 서술법은 의외의 보컬 실력을 뽐낸 “Cocaine”이나, 제이 콜(J. Cole)을 불러들여 작정한 듯 쏟아내는 “Boblo Boat”,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Amazing”, 그리고 후반부 스킷 트랙인 “Protecting Ryan” 등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난다. 이들은 개별적인 트랙으로도 서술적인 완성도가 탁월할 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를 끌고 나가는 내러티브를 이루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퍼즐 조각처럼 이들을 이어 붙이면, 술에 중독되고 폭력에 무방비 되어 방황하던 로이스의 과거가 들춰진다.
한편,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를 차지하는 트랙은 후반부에 위치한 “Power”다. 앞선 트랙들에서 택한 서술법보다 능동적인 접근을 취한 것이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 가정에서 일어난 일화를 생동감 있게 그려낸 트랙으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그려내면서 동시에 그 영향력 앞에 본인 역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심리적인 두려움도 녹여냈다. 이 곡에서만큼은 격정적인 딜리버리를 가져가며 감정적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그 덕에 강렬하고 밀도 높은 긴장감이 러닝타임 내내 유지된다. 그가 잡아낸 스토리 구조와 연출은 물론, 퍼포먼스 역시 훌륭하다.
프로덕션도 전작보다 한결 나아졌다. 붐뱁과 재즈를 적극 끌어안은 프로덕션은 다채로운 사운드를 담아낸 편이다. “God Speed”와 “Outside” 같은 형식적인 소울 샘플링 넘버들이 있는 반면, “Legendary”같이 하이햇과 신스를 잘게 쪼개어 재미있는 포인트를 둔 비트, 그리고 출중한 랩 게스트 진이 눈에 띄는 “Caterpillar”와 “Summer On Lock” 같은 트랙 또한 수록됐다.
[Book of Ryan]에서는 지난 2년 동안 로이스가 겪었을 고심과 무게가 다분히 느껴진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과 그 결과는 흡사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Good Kid, M.A.A.D City]에 비견될 정도로 유사하며, 완성도 있게 마감됐다. 무엇보다 기존의 예상된 방향과는 다른 노선을 통해 이런 뼈있는 작품을 완성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마 로이스의 솔로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올해 앞서 발표한 [PRhyme 2]에 걸었던 기대치를 이 음반을 통해 충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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