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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August Greene - August Greene
    rhythmer | 2018-06-03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August Greene
    Album: August Greene
    Released: 2018-03-09
    Rating:
    Reviewer: 지준규









    래퍼 커먼(Common), 재즈/소울/힙합 프로듀서이자 피아니스트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 재즈/힙합 드러머이자 프로듀서 카리엠 리긴스(Karriem Riggins), 이상 쟁쟁한 이름의 세 아티스트가 모여 프로젝트 그룹 어거스트 그린(August Greene)을 결성했다. 조합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블랙뮤직 씬에서의 이름값은 물론, 모두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치며, 탄탄한 커리어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룹의 음악적 지향점은 명확하다. 세 아티스트의 공통 분모인 재즈와 힙합의 결합이다.

     

    [August Greene]‘90년대에 황금기를 맞았던 재즈 랩의 전형적인 서정성과 무드를 오롯이 재현하면서도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재즈와 힙합 퓨전에 근간을 둔 비슷한 분위기의 곡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알앤비/소울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두 프로듀서의 정교한 마감 덕에 끝까지 상당한 흡인력을 유지한다.

     

    중반부에 등장하는 “Fly Away”는 이 같은 특징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곡이다. 날 것 같은 퍼커션 위로 신선한 음색의 플루트 멜로디가 쉴 새 없이 반복되며 독창적인 그루브를 만들어내고, 간혹 등장하는 효과음과 간드러진 후렴구가 조화를 이루며, 오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처럼 전통적인 감흥에 충실하면서도 자유분방한 기운은 마지막 곡 “Swisha Suite”에서 정점으로 치닫는다.

     

    속도감 있게 질주하며 변주를 거듭하는 원초적인 드럼, 완급을 조절하며 흐르는 베이스 및 트럼펫 연주, 그리고 다양한 전자음과 각종 보컬 샘플까지, 이 모든 요소가 버무려져서 12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짜릿한 쾌감을 안긴다. 재즈 특유의 즉흥 연주 바이브가 살아있는 가운데, 정교하게 배치된 소스와 점층적인 전개가 더해졌다. 기존의 전통적인 재즈 랩 사운드와는 다른 감흥이 돋보이는 곡이다.

     

    글래스퍼가 그의 대표작인 [Black Radio] [Black Radio 2]에서 수차례 선보인 바 있는 탁월한 피아노 연주 또한 여전하다. 커먼의 안정적인 플로우에 보조를 맞춰 서정적이고 감미롭게 흐르다가도 블루지한 스케일로 몽환적인 느낌을 강조하는가 하면, 리듬을 불규칙적으로 변주시켜서 극적인 효과를 가하기도 한다. 이 자체만으로도 좋은 감상 포인트다.

     

    한편, 1992년 데뷔작 [Can I Borrow a Dollar?]이래 줄곧 진지한 고민이 담긴 사색적인 가사로 여운을 남겨온 커먼은 본작에서도 리리시스트(Lyricist)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준다. 전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에게 바치는 헌정곡 “Black Kennedy”는 대표적인 예다.

    커먼은 폭력과 총성으로 얼룩진 냉혹한 거리의 현실을 연기에 가려진 어두운 달빛에 빗대며 시적으로 풀어낸다. 그리고 앞으로는 단순한 방관자가 아닌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겠다는 절실한 의지를 내비친다. 전부터 사회 참여적 성격이 강했던 그답게 정치적인 소신과 견해를 주저 없이 담은 곡도 눈에 띈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에 대한 그리움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Let Go”가 그렇다.

     

    이상의 곡들은 커먼의 차분하지만 탄력적인 래핑을 타고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소울풀한 피아노 연주와 운치 있는 비트가 만나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Practice”, 빠른 박자의 댄서블한 비트가 분위기를 환기하고 흥겨움을 안기는 “No Apologies”, 블랙 가스펠 그룹 사운드 오브 블랙니스(Sounds of Blackness)‘90년대 명곡을 알앤비 싱어 브랜디(Brandy)와 함께 재해석한 “Optimistic” 등도 하이라이트 곡들이다.

     

    이른바 슈퍼 그룹으로 분류할만한 어거스트 그린의 첫 번째 행보는 그들의 면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트렌드나 화려함에서 비켜나와 원래부터 잘해오던 노선을 따르며 마무리됐다. 특히, 재즈와 힙합 퓨전이라는 큰 주제 아래, 미국, 유럽, 일본의 재즈 랩이 지닌 각기 다른 무드와 바이브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August Greene]은 세 베테랑이 재즈 랩 팬들에게 바치는 소박하지만 가슴 찡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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