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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A$AP Rocky - Testing
    rhythmer | 2018-06-12 | 1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A$AP Rocky
    Album: Testing
    Released: 2018-05-25
    Rating:
    Reviewer: 조성민









    에이샙 라키(A$AP Rocky)는 정석으로만 여겨져 왔던 길을 밟지 않고도,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도리어 그에 반하는 방식으로 정상에 도달한 흥미로운 사례다. 일례로, 그는 할렘 태생이지만, 뉴욕을 향한 과도한 샤웃아웃과 전형적인 붐뱁 없이도 현재 동부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다. 또한, 트렌디함을 어필해 큰 성공을 거둔 메인스트림 랩퍼지만, 마냥 트렌디하고 대중적인 음악만을 좇는 타입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물론, 그는 트렌드를 괄시하지 않는다. 라키가 등장할 당시 트랩 사운드는 한창 정점에 있었고, 한편으로는 미니멀한 스케일의 엠비언트 사운드가 실험되기도 했으며, 덥스텝을 포함한 전자음악의 영향이 힙합에 깊숙이 자리 잡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도기적 흔적들은 라키가 과거에 내놓은 음악 곳곳에 베여있다.

     

    주목할 점은 개성 짙은 여러 사운드를 한데 조합하는 능력이다. 먼저 대세로 떠오른 사운드를 뒤틀고 왜곡하고 변형시킨다. 여기에 레이드백(Laid-Back)된 랩과 하이엔드 패션 스타일,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 등을 얹어서 트레드를 고유의 스타일로 재구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라키의 천부적인 재능이며, 에이샙 맙(A$AP Mob) 멤버들의 존재감이 미미하더라도 그만은 건재한 이유다.

     

    진동감이 생생히 느껴지는 서브 우퍼와 어두운 멜로디, 연속으로 나열한 백그라운드 애드립, 사이키델릭한 신스 등을 통한 칠웨이브 스타일을 기본 구조로, 여러 샘플과 장르를 결합한 그의 음악 스타일은 정규 3집인 [Testing]에서도 이어진다. 유난히 빛을 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특히, 초반부의 트랙들에서 라키 고유의 감성과 매력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베이스와 스크래치가 거친 질감으로 포장된 인트로 트랙(Distorted Records)부터 전자음과 지저분한 베이스, 관악 샘플이 뒤엉켜 삐딱하면서도 절묘한 합을 이루는 “Tony Tone, 멋진 플루트 운용으로 미니멀하게 완성한 “Praise the Lord (Da Shine)”까지 전부 라키의 기존 방식을 연상하는 구조로 마감됐다. 그래서인지 해당 구간의 프로덕션은 앨범 중 가장 직선적이며 응집력 있고 짜임새가 두드러진다. 이제는 상투적이라고 해도 무방한 라키의 자신감 넘치는 자기과시 라인들 역시 여전히 유효하고 잘 어울린다.            

     

    한편, 타이틀을 대변하는 실험적이고 흥미로운 시도는 앨범이 진행될수록 베일을 벗는다. 라키는 덤다운된 랩을 선보이면서 동시에 많은 분량을 노래하는 데에 사용하고, 어쿠스틱 기타의 비중을 늘렸으며, 서던 힙합 스타일의 스크래치와 샘플을 적극 차용하기도 한다. 각 곡을 이루는 연출 기법과 사운드 구조의 괴리감도 큰 데다가, 탈관습적인 전환과 비트 스위치, 그리고 사운드 결합 등을 전면에 내세워 난해하고 생소한 지점이 갈수록 늘어난다.

     

    전작에서는 전체적인 완성도를 위해 한껏 사운드를 모아두는 안전한 방향을 택했다면, 본작에선 되려 음악적인 제한을 없애고 도달할 수 있는 한계선까지 힘껏 밀어붙인 인상이다. 그렇기에 질적으로 일관성이 떨어지고 호불호가 나뉜다는 점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Hun43rd”는 라키의 실험정신에 타당성을 불어넣는 대표적인 트랙이며, Buck Shots”은 라키의 세련된 감각이 또 한번 빚어낸 멋진 뱅어트랙이다.

     

    [Testing]은 훗날 라키가 음악을 그만두는 날에 돌아봐도 가장 틀에 박히지 않은 작품으로 남을 만하다. 또한, 예술가라며 말만 번지르르한 어설픈 랩퍼들과 안전지대에만 머무는 안이한 랩퍼들을 동시에 겨냥한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흔히 말하는 좋은 걸작의 기준점을 완벽히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과소평가 당하기에도 매우 쉬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에서 라키는 단순한 기획자를 넘어 과거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 그러했듯 확실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사운드를 제시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라키는 마지막 네 트랙을 통해 정신적/정서적 외로움을 토해내지만, 결과론적으로 그는 얨스(A$AP Yams)의 지도 없이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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