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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Pusha T - Daytona
    rhythmer | 2018-06-14 | 2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Pusha T

    Album: Daytona
    Released: 2018-05-25

    Rating: 
    Reviewer: 황두하









    푸샤 티(Pusha T)의 전작 [King Push – Darkest Before Dawn: The Prelude]는 커리어 내내 코크 랩(Coke Rap)’을 고집하던 장인정신이 빛을 발한 작품이었다. 앨범의 어두운 무드를 만드는 데에 일조한 개성 넘치는 프로덕션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랩이 압권이었다.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은유로 가득한 랩은 거리의 마약상에서 랩 게임의 빌런이 되는 과정을 웅장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더불어 시종일관 타이트하고 날카롭게 전개되는 플로우는 원래부터 잘하던 그가 어떠한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체감케 했다. 제목처럼 추후 발표할 새 정규작 [King Push]의 전주곡 격이었지만, 그의 커리어 사상 가장 뛰어난 완성도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애초에 기획되었던 [King Push]2년 반이 지나도록 발표되지 않았다. 대신 레이블 메이트인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총괄 프로듀싱으로 완성된 [Daytona]가 나왔다.

     

    7곡과 약 21분의 짧은 러닝타임. 외관만 보면, 김이 빠질만하다. 그러나 안에 담긴 음악은 단번에 아쉬움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칸예는 장기인 보컬 샘플 운용이 가미된 미니멀하고 음침한 프로덕션으로 푸샤를 위해 완벽한 판을 깔아주었다. “If You Know, You Know”“Come Back Baby”는 대표적인 예다.

     

    전자는 밴드 에어(Air)“Tweleve O’Clock Satanial”에서 신시사이저 라인과 보컬 소스를 샘플링해 짧게 반복한 몽환적인 비트 위로 마약상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가사가 일품이며, 후자는 더 마이티 한니발(The Mighty Hannibal)“The Truth Shall Make You Free”에서 한 구절을 차용한 후렴과 묵직한 베이스라인으로 간결하게 진행되는 벌스 부분이 인상적이다. 칸예와 푸샤 티의 조합을 떠올릴 때 예상되는 사운드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지만, 워낙 완성도가 뛰어난 덕에 색다른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주제를 다루는 방식 또한 흥미롭다. 늘 그렇듯이 코크 랩(혹은 드럭 랩)’을 주제로 하지만, 전작처럼 이야기를 한 계단씩 점층적으로 쌓아가지 않는다. 푸샤는 첫 번째 트랙 “If You Know, You Know”의 첫 구절부터 거리의 삶에 대한 묘사로 시작하여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라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

     

    이는 이미 코크 랩의 대명사가 된 자신감의 간접적인 표현이며, 7곡이라는 짧은 곡 수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효과적인 도입부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이어지는 “The Game We Play”“Hard Piano”에서 각각 마약상으로서의 자부심과 비극적인 거리의 삶을 노래하는 것이 자연스레 설득력을 얻게 된다. 한편,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전 매니저이자 친구, 데이데이(DayDay)를 추모하고 분노를 표하는 “Santeria”를 기준으로 시선이 힙합 씬으로 옮겨간다.

     

    보호 감찰 기간 중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오토바이 앞바퀴를 든 행위로 수감되었던 믹 밀(Meek Mill)을 언급하며, 랩퍼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낸 “What Would Meek Do?”와 숙적인 드레이크(Drake)를 향한 디스로 화제가 된 “Infrared” 모두 칼을 간듯한 가사와 랩이 압권이다. 그가 왜 현세대 최고의 랩퍼 중 하나로 손꼽히는지 증명하는 순간이다. 특히, “What Would Meek Do?’에서는 최근 트럼프 모자를 쓴 셀카를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되었던 사건을 직접 언급하는 칸예의 벌스가 흥미를 더한다.

     

    [Daytona]는 칸예가 4월 중순, 트위터를 통해 차례로 스포일러를 뿌린 다섯 장의 앨범(*필자 주: 푸샤 티, 칸예 웨스트, 칸예 X 키드 커디, 나스, 테야나 테일러)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정규앨범치고는 지나치게 짧은 감이 있지만, 한 우물만 파온 푸샤 티의 고집스러운 랩과 칸예만의 개성이 녹아있는 탄탄한 프로덕션이 밀도 높은 작품으로 귀결되었다. 그만큼 한 곡 한 곡의 완성도가 훌륭할뿐더러 7곡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마지막까지 귀를 사로잡는다. 걸작의 요건에서 중요한 건 양보다 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적절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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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트버지 (2018-06-21 12:35:34, 1.237.227.***)
      2. 30번을 반복재생하며 들어도 질리기는 커녕 더 듣고 싶어지는 마성의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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