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차붐 - Sweets & Bitters
- rhythmer | 2019-11-12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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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차붐(Chaboom)
Album: Sweets & Bitters
Released: 2019-10-14
Rating:
Reviewer: 이진석
차붐(Chaboom)은 독보적인 캐릭터만큼이나 흥미로운 이력을 가진 아티스트다. 정규 1집 [Original] 이후, 중국으로 넘어가서 아이돌 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공을 맛보나 했지만, 사드 배치 문제 탓에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성공과 몰락은 차붐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전작 [Sour]는 이러한 경험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앨범이었다.[SWEETS & BITTERS]의 서사 역시 같은 사건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우선, 앨범의 초반부는 차붐의 캐릭터와 이력을 다시금 확인하는 구간이다. 첫 트랙 “Very Dry Very”에서 거칠지만, 유쾌한 입담을 드러내고, 두 번째 벌스를 통해 중국에서의 사업 성공담을 풀어낸다. 이어지는 “신세계”에 이르러 구체화된 성공담은 마지막 구절에서 몰락에 이르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존에 그의 행보를 좇지 않은 이들이라도 어느 정도 이야기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다음부터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된다. 한 차례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맛보았지만, 속물적인 욕망은 여전하다. 오히려,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노골적으로 성공을 향한 욕망을 드러낸다. 개별 곡으로 떼어놓았을 땐 다소 전형적으로 보이는 성취과시형 트랙들이 이어지는 한편, 앨범 내에선 서사의 한 부분으로 기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욕망의 근원과 함께 당위를 드러내는 “옳은 일”은 하이라이트라 할만하다.
이후, 전개 대부분을 할애해 돈과 성공을 탐하던 차붐은 “두둠칫”에 이르러 욕망을 털어내고 이상향으로 향한다. 생을 마치고 나서야 도착한 이상향의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앞서 그가 추구했던 것들이 모두 필요 없어진 곳이다. 씁쓸함과 함께 진한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다.
차붐의 퍼포먼스에선 변화가 느껴진다. 전작의 “에쿠스”에서 선보였던 트랩 스타일을 비롯해 랩-싱잉 등 트렌드를 더욱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붕 뜬 톤에 기계음을 입힌 싱잉 퍼포먼스가 간혹 어색하게 느껴지는 구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그의 매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된다. 그럼에도 가장 귀를 잡아끄는 건 붐뱁 리듬 위로 타이트하게 쏟아내는 첫 트랙 “Very Dry Very”나 “신세계”의 마지막 파트다.
몇 명의 프로듀서가 함께 참여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엔 마진초이가 전 곡의 키를 잡았다. 속도감 있는 붐뱁으로 시작하여 트렌드를 끌어안은 “1억원”, ‘왕”을 지나 서정적인 무드로 전환되는 “옳은일”이나 “두둠칫”까지, 다양한 색채를 주조하며 앨범을 이끌어간다. 모든 스타일에서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유지한 덕에 난잡한 느낌이 들진 않는다. 오히려, 감정의 고저를 조절하며 흐름이 엇나가지 않도록 함께 조율해주는 듯한 인상에 가깝다. 프로듀서로서 마진초이의 역량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SWEETS & BITTERS]와 전작 [Sour]의 배경엔 같은 사건이 있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과 태도엔 차이가 있다. [Sour]의 바탕에 사업 실패에 대한 자조와 유머를 섞은 자학이 녹아있었다면, 이번 앨범에선 다시금 마음을 다잡은 차붐의 성공관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변화한 태도는 차붐의 스토리텔링 능력과 합쳐져 흥미로운 구성의 앨범으로 거듭났다. [Original]부터 시작된 플레이버(Flavor) 시리즈의 흐름을 순조롭게 이어가는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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