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Remi Wolf - Juno
- rhythmer | 2021-11-04 | 2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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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Remi Wolf
Album: Juno
Released: 2021-10-15
Rating:
Reviewer: 장준영
레미 울프(Remi Wolf)란 이름은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폰 광고에 삽입된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꽤 친근하게 느낄지도 모른다. 2019년에 첫 EP [You’re a Dog!]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한 레미는 짧은 기간에 무려 세 장의 EP를 발매했다.레미 울프가 들려주는 음악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과잉’이다. 이상한 앨범 커버와 괴기한 뮤직비디오는 물론이고 음악까지 과도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래서 무척 매력적이다. 프로덕션은 다채로운 스타일이 혼재한다. 펑크(Funk), 알앤비, 소울, 팝, 일렉트로닉, 록까지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게 앨범으로 끌어왔다. 다소 불필요한 결합처럼 느껴지기도 하나, 결과물을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하나로 융합되는 것처럼 들린다.
“wyd”가 대표적이다. 펑키한 기타 연주, 리드미컬한 신스, 다층으로 쌓인 코러스가 곡의 토대를 이룬다. 거기에 레미의 폭발적인 보컬이 어우러진다. 소울과 펑크를 중심으로 결합한 프로덕션이 쾌감을 극대화한다. "Sexy Villain"에선 풍부한 사운드와 더불어 후반부의 디스토션 걸린 기타가 중독적인 리프를 자아내며, “Guerrilla”에선 여러 곡을 조합한 것과 같은 변칙적인 편곡과 구성이 돋보인다.
명징한 멜로디도 엄청난 강점이다. 앨범엔 다소 난해하거나 복잡하게 들리는 편곡, 마치 찢어질 듯이 과도하게 조율된 사운드와 소스가 가득하다. 그런 가운데 귀를 감는 멜로디가 쉼 없이 등장한다. 그래서 들을수록 난해함은 사그라지고 중독적으로 들린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앨범의 곡이 각각 뱅어 트랙이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만큼 멜로디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발언이다.
퍼포먼스도 만족스럽다. 거친 질감을 품고 내지르는 고음은 시원하면서도 안정적이다. 다채로운 사운드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레미의 파워풀한 보컬이 중심을 잡아 난잡하게 들리지 않는다. 동시에 가성과 중저음도 풍성하게 사용하여 고음이 주는 피로감을 줄이고 재미를 한껏 배가한다. “Front Tooth”나 “Volkiano”에서의 압도적인 보컬이 좋은 예다. 또한 “Quiet On Set”에서는 랩의 방식을 차용하여 능수능란하게 소리를 뱉어낸다.
레미 울프는 [Juno]에서 단편적인 상황과 감정, 혹은 느낌을 재기발랄한 표현을 사용하여 풀어낸다. “Liquor Store”에서는 버림받는 두려움을 표현했고, “Grumpy Old Man”에선 이질감과 소외감을 심술궂은 노인에 비유한 표현을 담았으며, “Front Tooth”에서는 미움에 대한 양면적인 감정을 신선하게 나타냈다.
특히 “Buttermilk”가 강렬하다. 사랑을 말하는 이 곡에선 ‘찰나엔 좋았지만 지나쳤어, One second we’re good then it’s overkill / 넌 날 시궁창으로 밀어 넣네, You’re pulling me out of the gutter / 그렇다면 용암으로 나를 내던지지, Then throwing me into the lava’처럼 인상적인 은유와 강렬한 표현이 돋보인다.
이외에도 자신이 겪은 일화를 난잡하면서도 독특하게 엮은 “Anthony Kiedis”, 날 것 그대로의 표현을 가득 담은 “Quiet On Set”, 자신을 악당으로 지칭하며 연인 관계에서의 관계성을 드러낸 “Sexy Villain”도 있다. 전체적으로 다루는 소재가 신선하진 않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표현법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재미를 준다.
[Juno]가 다소 정신없고 난잡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들어보면, 오히려 그 어느 작품보다도 일관성 있다. 프로덕션과 보컬, 가사까지 과장되었다. 그리고 그 과잉이 완성도로 연결되면서, 청각적 황홀경을 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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