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모도, 앰비드 잭 - RUSHHOUR
- rhythmer | 2025-01-16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Artist: 모도(MODO), 앰비드 잭(Ambid Jack)
Album: RUSHHOUR
Released: 2024-12-28
Rating:
Reviewer: 황두하
[RUSHHOUR]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심야버스를 올라타 사람들에게 치이고, 숏폼으로 대표되는 자극에 중독된 일상에서 남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살아간다. 현대인이라면 인지하고 있음에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모도(MODO)와 앰비드 잭(Ambid Jack)은 커리어를 막 시작한 래퍼라는 특수한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듀오가 하는 이야기들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매체를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다룬다. 그러나 독특한 표현법과 자신들만의 관점이 더해져 새롭게 느껴진다. 일례로 “사람밭”에서는 천만의 인구가 모여 사는 서울의 현실을 새로운 단어의 조합으로 표현하고, “Full HD”에서는 ‘진짜를 구별을 못 해, 눈 뜨면 보일 현실이 저화질’이라는 라인으로 가상과 현실이 뒤바뀐 상황을 조명한다.
“M.A 워킨스”와 “전화를”에서는 래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부각한다. 전자에서는 투잡을 뛰는 현실을 한탄하고, 후자에서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빈정거림을 듣는다. 이는 현재 한국힙합이 처한 현실과 겹치면서 감상이 확대된다. 거창한 명분이나 비장한 태도 없이도 두 사람이 처한 상황에 자연스레 공감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상반된 톤으로 랩을 한다. 얇게 찌르는 듯한 모도와 허스키한 톤으로 거칠게 내뱉는 앰비드 잭은 묘한 균형을 이룬다. 연기력이 부족한 탓인지 일정한 톤으로 죽 이어져 지루해질 때쯤 다른 사람의 랩이 치고 나와 분위기를 적절히 환기한다.
앨범의 타이틀처럼 둘은 채근하듯 빠르게 랩을 뱉는다. “N26”부터 “RUSHHOUR”까지 이어지는 전반부는 그야말로 정신없이 지나가 혼을 쏙 빼놓는다. 많은 단어를 뱉으면서도 한 마디에도 라임을 빼곡히 채워 넣고, 뛰어난 전달력으로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다. “RUSHHOUR”에서는 두 사람이 속도감 있게 랩을 주고받으면서 이전까지 쌓인 에너지가 폭발한다. 앨범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곡이다.
프로덕션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내달리며 두 사람의 랩과 보조를 맞춘다. 특히, 전반부에서는 특이한 소스와 일반적이지 않은 리듬 파트의 구성으로 듣는 맛을 더했다. “사람밭”에서는 속도감 있는 퍼커션 연주로 시작해 자연스레 808드럼으로 이어지고, “M.A. 워킨스”에서는 다양한 질감의 신스가 구간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가사의 흐름과 맞물려 흘러간다.
그러나 “RELATE!”부터 집중력이 조금씩 흐려진다. 전반부보다 가사의 표현이 진부해져서 동어반복처럼 느껴진다. 랩도 빠르게 이어지기만 할 뿐 상대적으로 날카로움은 덜하다. 비트도 랩을 뒷받침하는 것 이상의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인터루드성 트랙인 “경성스테이트”에서 한 번 끊긴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다.
모도와 앰비드 잭은 특정한 소재로 자신들의 비루한 상황을 세련되게 드러내고, 이것이 사회 전체의 현상으로 이어지게 해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 지점에서 두 사람의 음악적 야심을 느낄 수 있다. 후반부는 다소 아쉽다. 그럼에도 작가주의적 관점을 고수하면서 음악적인 질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RUSHHOUR]를 듣고 나면, 두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12
-
-
- Smokepurpp (2025-01-18 18:42:54, 211.235.88.***)
- 모도 드디어 일하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