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MIKE - Showbiz!
- rhythmer | 2025-02-26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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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MIKE
Album: Showbiz!
Released: 2025-01-31
Rating:
Reviewer: 이상현
마이크(MIKE)는 앱스트랙 힙합(Abstract Hip Hop)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래퍼다. [May God Bless Your Hustle](2017)을 시작으로, 걸출한 작품들을 줄지어 발표하며 입지를 굳혀 왔다. [Showbiz!]도 마찬가지로 앱스트랙 힙합의 기조를 이어가는 작품이다.
재즈와 드럼리스를 차용한 사운드는 스타일이 점점 굳어져 전만큼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가 선택한 돌파구는 올드 팝 샘플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거기에 기존에 고수하던 재즈와 드럼리스 사운드를 더했다.
샘플의 피치를 조절한다거나 길이를 늘이거나 짧게 만들어 조합해 단순하게 루프 시키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었다.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진 엠에프 둠(MF DOOM)의 작법과 상당히 닮아 있고, 제이 딜라(J Dilla)의 영향 또한 느껴진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베스 로렌스(Beth Lawrence)의 "La Costa"를 샘플링한 "Water Down"과 보이스 소스를 차용한 "You're the Only One Watching"이 대표적이다. 칩멍크(chipmunk) 작법을 활용한 사운드와 랩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그뿐만 아니다. 2분 내외의 짧은 재생 시간을 가진 곡이 이어지는 가운데 많은 샘플을 활용해 다채롭게 느껴진다. 또한 내레이션과 "Too Hot(Interlude)", "Showbiz! (Intro)" 같은 스킷 성 곡들 덕분에 분위기가 적절히 환기된다. 강박에 가까운 수준으로 치밀하게 설계한 유기성은 곡 사이의 구분이 어렵게 만들 정도다. 특히, "Bear Trap"에서의 비트 스위칭과 초반부의 흐름("Watered down", "Man in the mirror", "Artist of the Century")은 경이롭다.
여기에 탄탄한 서사로 깊이를 더했다. 마이크는 잦은 이사로 인한 주변인과의 관계, 부모님의 죽음과 같은 복잡한 가정사로 인해 긴 시간 우울증을 겪어 왔다. "The Weight(2k20)"에서는 'I felt like the world was on my back'와 같이 본인의 심정을 짧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가 하면, "When It Rains"에서는 'It get dark in my lyrics, I'm sorry, 가사가 어두워져서 미안해 / This is my song, ah Don't play with me right now, this is my jam, 이게 내 노래야, 장난치려고 하지 마, 이게 내 잼이야.'와 같이 단순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Clown of the class(Work Harder)"와 "Then we could be free"에서는 쳇바퀴 돌 듯 반복적인 삶을 노래하며 열심히 일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식의 덧없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부모님의 내레이션이 들어간 "Bear Trip"과 "You're the Only One Watching"에선 부모가 말하는 사랑을, "Lucky"를 통해선 'While you have her, you should cherish that, you won't get her back, 어머니가 곁에 계실 때 소중히 여겨야 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테니'라며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Man In The Mirror"에서는 'I'm just talking to the man in the blurred mirror, 난 흐릿한 거울 속의 남자와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야'라는 가사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동명의 곡을 인용해 본인을 돌아본다.
아쉬운 순간도 있다. 제이 딜라와 엠에프 둠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지나치게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완성도와는 별개로, 비슷한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과 비교했을 때 마이크만의 차별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절친한 음악적 동료 중 하나인 얼 스웻셔츠(Earl sweatshirt)의 음악과 상당히 유사하다. 랩 스타일 뿐만 아니라 라임을 구성하는 방법과 분위기까지 닮았다.
[Showbiz!]의 완성도 자체는 굉장히 뛰어나다. 수준 높은 프로덕션과 곱씹어볼 만한 가사들로 듣는 내내 몰입하게 만든다. 201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약 10년간 활동해 오며 어느새 베테랑이 된 음악적 역량이 응축된 작품이라 할만하다. 마이크의 최고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앱스트랙 힙합이라는 영역을 대표하는 래퍼로서의 저력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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