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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The Weeknd - Hurry Up Tomorrow
    rhythmer | 2025-03-11 | 2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he Weeknd
    Album: Hurry Up Tomorrow
    Released: 2025-01-31
    Rating:
    Reviewer: 장준영









    3년 만에 발매된 위켄드(The Weeknd)의 [Hurry up Tomorrow]는 인터뷰를 통해 꾸준히 연작임을 드러냈던 것처럼, 실제로도 [After Hours](2020)와 [Dawn FM](2022)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처럼 들린다. "Open Hearts"만 들어도 그렇다. "Gasoline"과 "Take My Breath"로 굉장한 결과물을 만들었던 맥스 마틴(Max Martin)과 오스카 홀터(Oscar Holter)가 다시 한번 참여했다. 일렉트로 하우스의 특징을 품어, 금속성이 묻어나는 거칠고 공격적인 사운드와 더불어 굉장한 속도감을 연출했다. "Given Up On Me", "Baptized In Fear", "Enjoy The Show"에선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Oneohtrix Point Never, 이하 OPN)의 존재감이 굉장하다. 특정 장르나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고, 영리한 샘플링에 다양한 질감의 신스를 얹은 프로덕션이 만족스럽게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오지볼타(Ojivolta), 토미 파커(Tommy Parker), 피터 리 존슨(Peter Lee Johnson) 등등, 내로라하는 유명 프로듀서를 대거 기용했다. 신보에 대한 음악적 야심을 쉽게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핵심은 마이크 딘(MIKE DEAN)이다. 그는 공간을 매섭게 뒤흔드는 건반 사용을 필두로 공격적이고, 명료하며, 매끈한 사운드를 주조하는 데 탁월한 프로듀서다. OPN, 맥스 마틴과 함께 대서사시와 같은 구성과 프로덕션을 이끌기에 누구보다도 적격이다.

     

    그중 앨범 내 가장 강력한 곡인 "São Paulo"에서 마이크 딘의 진가가 발휘된다. 펑크 카리오카(Funk Carioca *주: 마이애미 베이스와 아프로비트, 삼바, 일렉트로, 갱스터 랩 등을 혼합해 브라질 특유의 정서와 스타일을 담은 장르)를 토대로 긴 호흡에 호전적인 신스와 일렉트로 하우스를 결합해 폭발적인 사운드를 축조했다. 더불어 펑크 카리오카의 대표적인 스타인 아니타(Anitta)를 참여시킨 점도 영리하다. 외설스럽고 강렬한 가사와 힘 있는 가창으로 장르의 향취를 끌어올렸다. 동시에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에 대한 당위성도 획득했다.

     

    "Big Sleep" 역시 굉장하다. 조르지오 모로더(Giorgio Moroder)가 작곡한 두 곡("Tony's Theme", "Theme From Midnight Express")을 마치 원래 한 곡이었던 것처럼 절묘하게 샘플링했다. 그러면서도 풍성한 신스와 극적인 전개를 구성해, 모로더의 향수를 진하게 흩뿌린다. [Dawn FM]으로 80년대 전후의 사운드를 탐미했던 프로덕션은, 선배 아티스트에 대한 존경을 가미한 덕에 전작보다 더욱더 치밀히 시대적 질감을 재현했다.

     

    물론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와 함께 묵직한 트랩을 선사한 "Timeless"에선 여느 곡과 큰 차이의 프로덕션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이질감이 덜한 것은, 앨범 내내 일관된 분위기와 사운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퍼렐의 장기인 톡톡 튀는 사운드 사이에서도 마이크 딘이 공격적인 사운드를 통일감 있게 설계한 역량이 십분 발휘된 순간이다.

     

    [Hurry Up Tomorrow]를 더욱더 훌륭하게 만드는 것은 가사다. 위켄드로서 마지막 작품이라는 소식에, [Dawn FM]에서 일관되게 제시했던 음울한 분위기가 맥락이 되어, 신보에 색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앨범의 시작인 "Wake Me Up"이 그렇다. 이별, 상실, 사후 세계와 연관된 단어를 끊임없이 꺼내며 잊히고 죽어가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활동명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단순히 미사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켄드라는 페르소나의 사망이자 생명의 종결처럼 이야기를 꿰어 나간다.

     

    앨범 내외로 (가상의) 죽음이라는 맥락이 형성되면서, 단순히 이별과 상실처럼 보이는 평범한 노래가 새롭게 읽힐 여지가 늘어났다. "Niagara Falls"가 대표적이다. 떠난 사랑에 대한 애정과 미련을 담은 내용이, 한편으론 함께했던 캐릭터와 자아에 대한 작별 인사처럼 들리기도 한다.

     

    자전적인 향취를 강하게 드러낸 "Hurry Up Tomorrow"에선 '이젠 끝을 맞을 준비가 됐어, Now I'm ready for the end / 끝이 왔다는 걸 받아들일게, I'll accept that it's the end / 내가 죽었을 때 천국이 있길, I want heaven when I die'라 말하며 이별을 앞둔 자의 반성과 후회, 사후 세계에 대한 소망의 정서가 가득하다. 특히 절절한 가창과 들어맞는 감정적인 노랫말은, 위켄드가 여태 발표한 그 어떤 곡보다도 굉장한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제목처럼 심연의 늪에 빠지며 죽음을 맞이하는 "The Abyss", 고통받은 자신을 나열하며 구원받길 바라는 "Give Me Mercy", 불안정하고 나약한 팝 스타의 단면을 구체적인 묘사로 드러낸 "Reflections Laughing" 등등, 일관된 소재와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읽힐 가사가 내내 그득하다.

     

    위켄드는 자신의 음악적 야심을 굉장한 프로듀서진과 걸출한 사운드를 구축했고, 외부적인 요인을 동력 삼아 영리하게 서사를 완성했다. 그 어느 때보다 장엄하고 아름다운 레퀴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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