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스윙스 - Fire
- rhythmer | 2025-04-26 | 3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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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스윙스
Album: Fire
Released: 2025-03-24
Rating:
Reviewer: 황두하
[Upgrade V](2024)는 스윙스(Swings)의 커리어 사상 완성도가 가장 낮은 앨범 중 하나다. 메이저 레이블 피 네이션(P Nation) 소속으로 내는 첫 앨범이자 그를 대표하는 [Upgrade] 시리즈였기에 기대치가 컸다. 그러나 결과물은 아쉬웠다. 감흥을 크게 떨어뜨리는 스킷(Skit)을 세 개나 배치하는 등 구성적인 패착도 있었다. 무엇보다 예전만큼 랩에서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다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Fire]는 약 1년 만에 발표하는 믹스테입이다. 보컬 인재(INJAE)가 참여한 “Love It”을 제외하면, 8곡 모두 스윙스의 랩으로만 꽉 채워져 있다. 마치 전작의 실패를 극복하려는 것처럼 ‘믹스테입’이라는 가벼운 형식을 빌려 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첫 트랙 “Keep Going 2”부터 “여전히”까지는 에너지 넘치는 랩이 죽 이어진다. 톤을 한껏 올려 빠르게 많은 단어를 뱉어내는데, 박자에 맞춰 평이하게 흘러가다 보니 다소 심심하게 느껴진다. 이전처럼 자연스럽게 리듬을 밀고 당기며 그루브를 만들던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들으면 들을수록 듣는 재미가 떨어진다. [Upgrade V]의 실패를 인정하고, 40대에 접어든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가사도 단조로운 랩 탓에 흥미를 끌지 못한다.
힘을 뺀 “Blues Freestyle”에 이르러 비로소 스윙스 랩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두터운 베이스라인과 드럼으로만 이루어진 단출한 프로덕션 위로 능글맞고 여유로운 플로우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 기술적 쾌감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버벌진트(Verbal Jint)의 “투올더힙합키즈”를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해 생각들을 두서없이 늘어놓아 그의 머릿속을 탐험하는 것 같은 가사도 흥미롭다. 2000년대 50 센트(50 Cent)가 떠오르는 사운드의 “Love It”과 희망찬 브라스 라인 위로 차근차근 랩을 뱉는 “Peace”도 초창기 스윙스의 모습이 떠올라 인상적이다.
그러나 “Go”와 “Groovy”에서는 다시 힘을 잃는다. 특히, “Go”에서는 리듬에 맞춰 어절을 욱여넣은 구성과 묘하게 힘이 빠지는 목소리 톤 탓에 랩의 리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어지럽게 울리는 신시사이저도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다. 정식으로 발매하는 곡이 아닌 데모처럼 느껴져서 당황스럽다.
[Fire]의 스윙스는 그 어느 때보다 자기성찰적이다. 전작의 실패와 40대가 된 현실을 덤덤히 받아들이고, 저스트 뮤직(Just Music) 초창기 멤버들이 거의 다 떠나가고 혼자 남은 심정을 토로한다. 그런데 관성적으로 쓴 것 같은 자기과시성 가사들과 뒤섞여 있어서 솔직한 심정이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스윙스만큼 커리어 동안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녔던 래퍼도 드물다. 그는 자의든 타의든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극복해 왔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큰 원동력 중 하나는 뛰어난 랩이다. 수많은 문제들 속에서도 랩 실력만큼은 의구심을 갖기 어려웠다.
[Upgrade V]의 실패가 이전과 달랐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랩이 이전 같지 않았던 탓이다. [Fire]도 마찬가지다. 특유의 매력을 보여주는 곡들도 있지만, 대체로 예전의 기량을 잃어버린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가장 랩을 잘하는 래퍼 중 한 명이었기에 최근의 모습이 무척 아쉽게 느껴진다.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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