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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루시 갱 - Home Sweet Home
    rhythmer | 2025-05-01 | 1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루시 갱(Luci Gang)
    Album: Home Sweet Home
    Released: 2025-03-29
    Rating:
    Reviewer: 장준영









    루시 갱(Luci Gang)의 [Home Sweet Home]은 오롯이 힙합 앨범으로서 명확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Who's That?"부터 의도는 명확하다. 콘트라베이스와 브라스 소스를 사용해 재즈 랩의 전형적인 맛을 끌어냈으며, 그 위로 유려한 플로우를 얹어 포문을 힘차게 열었다.

     

    "Take It Slow"에선 건반 루프의 변형을 통한 프로덕션에 숨도 쉬지 않는 듯 빠르게 랩을 쏟아내고, "쿵쿵쿵"을 통해선 의성어를 활용해 귀엽고도 중독적인 후렴구를 자아냈다. "Good Kid, G-City"에선 쥐펑크(G-Funk)의 영향권에 있는 비트와 능수능란한 랩이 즐겁다.

     

    이 외에도 붐뱁과 트랩을 바탕으로 여러 시대와 스타일을 넘나든다. 13곡 중에서 유사한 곡이 무엇인지 쉽게 꼽을 수 없을 정도로, 프로덕션을 다채롭게 꾸렸다. 루시 갱이 프로듀서로서 단독으로 이끌었던 [Lucifer's Therapy](2021)에선 유사한 톤과 사운드로 앨범을 채웠다면, 신작에선 럭키 밴도(Lucky Bando)와 다수 합을 맞춘 점이 다르다. 9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전작과는 훨씬 풍성한 질감의 앨범을 꾸렸다.

     

    물론 프로덕션이 자칫 난잡하고 통일성 없이 느껴질 만도 하다만, 오히려 들으면 들을수록 물 흐르듯 모든 곡이 하나처럼 유려하게 들린다. 주인공인 루시 갱의 역할이 한몫했다. 13곡에 30분이 넘는 분량에 비트가 끊임없이 변모하는 점에 맞춰, 플로우를 능수능란하게 뒤바꿔 일정한 완성도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쿵쿵쿵", "Plan A Only", "님아", "Home Sweet Home"에선 랩과 보컬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리듬감을 유지한다.

     

    "Airforce 1"에선 타격감 강한 붐뱁 비트에 맞게 빠르고 힘 있는 추임새와 발음을 사용했다. "움직여"에선 프로덕션에 맞게 리드미컬하게 박자를 타는 플로우가 귀에 쉽게 들어온다. 동시에, 비음과 연음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다른 곡과는 상이한 랩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해쉬스완(Hash Swan)과 쿤디판다(Khundi Panda)의 근사한 퍼포먼스도 곡의 이점으로 작용한다.

     

    가사에서도 주목할 요소가 상당수 있다. 특히, 다채로운 레퍼런스와 함께 단어 사용이 돋보인다. 예능, 드라마, 정치, 음식 등등, 여러 분야에서 끌어와 내용을 풍성하게 했다. 또한 '공공공', '펑펑', '떵떵'과 같이 첩어를 풍성히 활용해 말맛을 높이는 선택도 주효했다. 맘에 드는 상대방에 대한 발칙한 상상이 담긴 "쿵쿵쿵"은 의성어를 통해 중의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센스가 무척 영리한 순간이다.

     

    집 밖의 시간에 대한 생생한 내용의 "Home Sweet Home", "아리랑"의 가사를 활용해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영리하게 표출한 "님아", 에어포스원을 통해 젊음과 낭만의 이미지를 그린 "Airforce 1"은 소재 자체는 독특하거나 특별하지 않더라도,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즐비해 반복해서 듣게 만드는 곡이다.

     

    다만, 라임을 맞추고 소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가 주를 이룬 탓에, 내용상으로 굉장히 불명확하게 느껴지는 점이 아쉽다. "That's My Baby"가 대표적이다. 장난기 가득한 분위기에 능글맞고 여유 있는 느낌을 듬뿍 담은 랩 자체는 즐겁지만, 내용은 도통 알아내기가 어렵다. 

     

    [Home Sweet Home]은 프로듀서로서, 래퍼로서, 그리고 힙합 앨범으로서 본질적인 덕목을 충실히 이행하는 작품이다. 앨범명처럼 아늑한 자신의 영역에서 빼어난 랩을 들려주며 수많은 래퍼 사이에 자신을 각인시켰다. 루시 갱의 다음 앨범이 몹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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