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Aminé - 13 Months of Sunshine
- rhythmer | 2025-06-10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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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Aminé
Album: 13 Months Of Sunshine
Released: 2025-05-16
Rating:
Reviewer: 황두하
‘13 Months of Sunshine’은 과거 열석 달의 달력을 썼었던 에티오피아의 슬로건이다. 에티오피아 이민 2세대인 아미네(Aminé)는 이를 자신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의 제목으로 내세웠다. 첫 곡 “New Flower!”에서 그는 성공을 위해 애써왔던 과정을 정원을 가꾸는 일에 비유한다. 이는 아미네의 아버지가 에티오피아에서 살았을 때 할아버지와 함께 해왔던 일로, 세대에 걸쳐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텼던 지난한 세월을 꿰뚫는 키워드가 된다. 앨범 전반에 걸쳐 나오는 아버지의 내레이션은 앨범의 일관된 서사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아미네는 두 번째 정규앨범인 [LIMBO]까지는 트랩, 팝 랩 등 주류 힙합 사운드를 주로 차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엔 신스팝, 하우스, 아프로비츠 등등, 댄서블한 사운드로 앨범을 가득 채웠다. 그래서 케이트라나다(KAYTRANADA)와의 합작 앨범 [KAYTRAMINÉ]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달라진 사운드는 낮은 톤으로 툭툭 내뱉으며 차근차근 라임을 쌓아나가는 랩과 매우 잘 어우러진다. “New Flower!”, “Vacay”, “Arc de Triomphe” 같은 곡들은 아미네 랩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흥미로운 건, 밝고 에너지 넘치는 프로덕션과 때로는 침울하기까지 한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다. 쾌락 뒤에 찾아오는 허무함에 대해 토로하는 “Sage Time”, 계속되는 문제를 자기혐오로 일축하는 “I Think It’s You”는 대표적. “Vacay”, “Raspberry Kisses”처럼 상대적으로 가벼운 주제의 곡도 있다. 그러나 성공을 향한 강박 속에서 느끼는 우울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앨범의 골자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마냥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덕분에 단순히 흥겹게 흘러가지 않는다. 곡 하나하나를 다시 한번 곱씹게 만드는 힘이 있다.
“Histoy”, “Doing The Best I Can”, “Be Easier On Yourself”처럼 느린 템포의 곡들도 섞여 있다. 전반적으로 밝고 아려한 질감의 신시사이저가 시종일관 일렁이고 있어 일관된 사운드가 느껴진다. 특히, 우주로 빨려 나가는 듯한 신스 연주로 황홀한 쾌감을 선사하는 “Sage Time”, 베이스 라인이 중독적인 “Raspberry Kisses”, 로우파이(Lo-Fi)한 질감의 피아노 연주로 청량한 기운을 내뿜어내는 “Arc De Triomphe” 등은 완성미가 빼어나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인상적인 곡은 “13MOS”이다. 아프로비츠를 기반으로 한 비트 위로 토속적인 느낌의 후렴과 현재를 자축하는 랩이 어우러진 전반부가 지나면, 후반부에서는 이민자로서의 고충을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내레이션과 함께 침잠되는 비트 위로 자신의 뿌리를 강하게 긍정한다. 에티오피아 뮤지션 어스터르 어워커(Aster Awake)의 “Nafkot”를 샘플링한 후주까지 이어지며 이민자 자녀의 성공 서사가 완성되는 순간은 짜릿하다.
다만, 뿌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우울을 극복하는 과정이 다소 급작스럽게 느껴진다. 스스로에게 강박을 내놓으라 다독이는 “Be Easier On Yourself”가 중간에 등장하긴 하지만, 전반부에 비해 이야기가 축약되었다는 인상이 강하다. 다행히 중간중간 이야기의 공백을 메워주는 아버지의 내레이션이 이러한 서사의 허점을 조금 상쇄시킨다.
마지막 트랙 “Images”에 이르면 가족 등 가까운 인물들과 함께 지난 날을 돌아보며 현재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그가 성공으로 이룩하고자 했던 것이 가족과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래서 마지막에 나오는 부자 간의 오붓한 대화까지 들으면, 마음에 잔잔한 여운이 남는다.
[13 Months Of Sunshine]은 흥겨운 동시에 진중한 양가적인 매력을 품었다. 무심한 듯 툭툭 내뱉는 아미네의 랩은 이 사이의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담백하게 담아낸 작품이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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