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재림 & 선진 - GMBT
- rhythmer | 2025-06-16 | 2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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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재림 & 선진
Album: GMBT
Released: 2025-03-03
Rating:
Reviewer: 남성훈
수준 있는 합작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힙합 프로듀서 선진(Sun Gin)과 출신 지역을 풀어내는 신선한 방식이 인상적이었던 데뷔작 [성동공팔](2024)을 내놓았던 재림이 의기투합한 [GMBT]는 흥미롭게 즐길만한 요소가 가득하다. 재림은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래퍼로서 자신의 우월함을 뻔뻔하고 공격적인 어조로 전시한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능글맞게 느껴질 정도의 일관된 톤이 만드는 여유가 어색하지 않다. 무엇보다 시비조에 가까운 가사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은 그것과 배치되지 않는 탁월한 랩 실력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재림은 주제를 극도로 단순화하고, 대부분 한 문장 안에서 승부를 본다. 이로써 랩 자체를 듣는 재미를 배가하는 데 성공한다. 승부수는 첫인상과 달리 유머러스한 가사가 주는 의외성, 그리고 마치 짧게 유영하다 멈추는 것이 이어지는 듯한 그루브다.
재림은 캐릭터 가마분타를 내세운 첫 곡 "GMBT"부터 헛웃음을 유발하는 단어를 기가 막힌 지점에 꽂아 넣는다. 느릿하지만 절묘하게 속도감을 만드는, 변칙적인 박자 감각 덕에 선진의 비트와 밀고 당기기를 하는 듯한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그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곡은 즉흥성 넘치는 라이밍과 반복되지만 지겹지 않은 플로우가 자연스레 현장감과 흥겨움을 만들어내는 "노싸가지", "유희왕 카드"다.
선진의 프로덕션은 재림의 랩이 돋보이게 잘 지원하면서, 그 자체로도 발군이다. 선진은 붐뱁과 드럼리스(Drumless) 힙합 사이에서 절묘히 감상에 젖을 무드를 채워나간다. 빈티지한 먹먹함을 잔뜩 담은 루프 위로 청량한 악기 사운드가 겹치고, 피치를 올리는 등 왜곡된 보컬 샘플로 이를 감싸면 찾아오는 뭉클함이 [GMBT]의 핵심이다. 우월감을 뽐내는 것에서 벗어난 감성적 가사로 채운 "옥산"과 "라일락"이 더욱 낭만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단연 비트의 힘이다. 선진은 [GMBT]의 한 축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길지 않은 22분에 무려 11곡을 채운 앨범의 구조도 효과적이다. 재림의 랩 스타일 때문에 심심해질 법한 타이밍에 분위기를 환기하듯 다음 곡으로 넘어가며, 짧지만 풍성한 경험을 제공한다.
[GMBT]는 랩/힙합 장르만의 신선한 재미와 완성미를 갖춘,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한국 힙합 언더그라운드 앨범이다. 무엇보다 선진의 농익은 프로덕션과 재림이라는 걸출한 신인의 찐한 조합이 내는 맛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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