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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추다혜차지스 - 소수민족
    rhythmer | 2025-06-23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추다혜차지스
    Album: 소수민족
    Released: 2025-06-13
    Rating:
    Reviewer: 장준영









    국악을 활용한 수많은 작품이 계속 발매되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가 더욱더 늘어나고 있다. 그 흐름에서 추다혜차지스는 매우 독특하고 돌출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2020)가 바로 예다. 많은 이들이 자주 다루지 않았던 무가를 원료로 삼았으며 소울, 펑크, 록, 재즈와 같은 음악적인 양분과 결합했다. 새뜻한 소재와 함께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밴드의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해석이 모여, 전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유일무이한 앨범을 내놓았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네 멤버가 [소수민족]으로 다시 한번 모였다. 여전히 그 접근법은 유사하다. 무가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가고, 여러 장르를 뒤섞었다. 당연하게도 두 번째 시도인 탓에 처음보단 신선한 인상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오히려 익은 과실처럼 익숙하면서도 진한 맛이 일품이다.

     

    "허쎄"만 들어도 금세 알 수 있다. 카랑카랑한 기타 리프를 필두로 건조하고 거친 질감의 악기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이키델릭 록과 소울, 힙합의 장르적인 특징을 융합시켜,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동시에 공수(*주: 신령이 무당의 입을 빌려 인간에게 의사를 전하는 일)의 성격을 띠는 가사와 함께 추다혜의 비음, 전성과 퇴성을 비롯한 떨림음을 풍성히 사용해 또 하나의 독창적인 곡을 완성했다.

     

    앨범을 시작하는 "작두"에선 액운을 막길 바라며 작두를 타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질 정도다. 장군신 또는 신장신과 관련 있는 작두를 타는 행위에 맞게, 추다혜의 가창은 무시무시하고 압도적이다. 더불어 세 멤버는 재즈의 문법을 듬뿍 이용하여 비정형과 정형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고, 다채로운 소리를 쏟아낸다.

     

    오신(娛神, *주: 무당이 굿을 할 때에, 타령이나 노랫가락 따위로 신을 찬양해 즐겁게 하는 일)의 성격을 진득이 나타내는 "좋다 잘한다 좋다"에선 펑키한 기타 리프와 함께 멤버들이 참여한 추임새가 흥을 더하고, "부귀덩덩"을 통해선 주가 되는 덥(Dub) 리듬과 경쾌한 브라스, 금전적인 풍요를 바라는 내용 등등, 많은 요소가 루츠 레게(Roots Reggae)의 향취를 불러일으킨다.

     

    그 외에도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앞세워 축원(祝願)을 드리는 "너도먹고 물러가라", 긴 호흡의 구성에 변주와 함께 목을 긁어 거칠고 힘 있는 목소리로 새로운 면모를 들려주는 추다혜가 돋보이는 "어영차" 등등, 한 곡도 놓칠 수 없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앨범을 마무리하는 "니나니"까지도 근사하다.

     

    신보의 또 다른 강점은 당연히 가사다. 이번에도 무가의 언어를 생생히 가져왔다. 무속 의식에서 실제 쓰는 단어, 말투를 앨범에 이식해 현장감이 생동하며, 한국어 사용자만이 그득히 느낄 수 있는 넉넉한 표현과 말맛, 재미가 끝내준다. 특히 곡과 문장마다 시시각각 변모하는 말투, 리듬과 맞아떨어지는 각운, 의성어, 첩어가 활용돼 소리의 맛을 한층 끌어올린다.

     

    배경지식 없인 쉽사리 해석하기 힘든 가사는 오히려 즐길 거리로 작동한다. 고전 문학과 무속신앙에 대한 일상적인 경험을 비롯하여 다양하게 접하고 축적해 온 배경지식이 풍부한 청자로서는, 낯익은 내용이 새로운 음악으로 풀어진 것이 참신하게 다가올 것이다. 무가와 같은 소재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괜찮다. 낯선 무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느끼게 되는 색다른 재미가 일게 될 것이다. 물론 옛것의 언어가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읽히고 들리는 것엔 추다혜의 놀라운 가창, 그리고 언어에 어우러지는 프로덕션, 그리고 탄탄한 연주를 구축한 밴드의 힘이 큰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추다혜차지스는 어느 팀보다도 다채로운 범위에서 블랙 뮤직 장르를 포용하며 듣는 이에게 굉장한 프로덕션을 만끽할 수 있게 한다. 동시에 무가를 품어, 가장 민속적인 가치관과 세계관, 얼을 드러내 한국적인 소울을 들이민다.

     

    무수한 아티스트가 끊임없이 원심력에 초점을 맞추며 세계를 우러러볼 때, 이 밴드는 구심력을 강조하며 가장 나답고 우리다운 것을 찾았다. 추다혜차지스가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로 들려준 방향성이 옳다는 것을 [소수민족]을 통해 재차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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