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내 리뷰] 머쉬베놈 - 얼
    rhythmer | 2025-09-12 | 2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머쉬베놈(MUSHVENOM)
    Album:
    Released: 2025-08-21
    Rating:
    Reviewer: 장준영









    머쉬베놈(MUSHVENOM)을 아는 힙합 팬이라면, 한 번쯤 그의 정규작을 기다리곤 했을 것이다. 두 차례 [쇼미더머니] 출연에서 극적인 상황과 메가 히트를 기록한 "VVS"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머쉬베놈의 독특한 위치도 한몫했을 것이다. 국내 래퍼 중 오랜만에 지역성과 방언을 내세워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 "알려 좀 주쇼", "보자보자"로 개성을 강하게 드러냈기에, 늦어지는 앨범에도 많은 팬이 끈기 있게 기다리도록 했다.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 이후 6년 만에 처음 내놓은 [얼]은, 기존 행보를 생각한다면 예상에서 꽤 빗나간 앨범이다. 가장 근래에 내놓았던 두 곡("뛰난놈", "안될것도 되게 하래서 되게 했더니만 됐다고 하네")과 비교했을 때 큰 접점이 없어 보인다. "돌림판"만 들어도 그렇다. 레이지와 하이퍼팝의 특징을 흡수한 프로덕션이 굉장한 속도감과 쾌감을 자아낸다. 특히 테키한 소스와 극도로 변형된 신스가 이박사의 가창, 발음과 말맛에 집중한 일차원적인 가사와 만나 '뽕끼'를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냈다.

     

    거북이와 코요테가 참여한 "오랫동안"과 "오토매틱"도 유사한 맥락이다. 90년대와 00년대 랩 가요의 흐름에서 다수의 히트곡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두 팀과 함께해 '뽕끼'이자 '한국인의 얼'을 들이민다. 힙합, 알앤비, 팝, 일렉트로닉 등등,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노 아이덴티티(No Identity)의 특기가 십분 발휘됐다. 다양한 이펙트와 한껏 고음을 찌르는 신스로 시대적인 질감을 놀랍도록 재현하면서도, 곡의 전개에 따라 비트를 다채롭게 변주해 흥미로운 사운드를 주조했다.

     

    다만, 두 곡 모두 공격적인 사운드와 여성 보컬의 고음이 내내 이어지면서 피로감을 가속해, 의도와 관계없이 감흥을 저해한다. 머쉬베놈의 존재감이 옅어지는 것도 치명적이다. 거북이와 코요테의 느낌을 가득 살리고자 한 가사와 퍼포먼스가, 아이러니하게도 평이한 표현과 개성 없는 플로우로 수렴되어, 단순히 재현 외엔 무의미하게 들린다. 여성 보컬의 시원한 가창 뒤로 앙상한 더블링도 민망하게 다가온다.

     

    물론 [얼]에서 주인공이 빛나는 곡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충청도 방언을 앞세워 특유의 플로우와 재치 넘치는 내용으로 즐거움을 끌어내는 "몰러유", 라틴 뮤직의 흥취를 담아낸 소스가 듬뿍 담긴 프로덕션에 맞게 탄음과 전동음을 풍성히 활용한 "날다람쥐"는 래퍼 머쉬베놈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외의 곡에선 상당한 기시감과 함께 개성을 잃어 안타깝다. "빠에"와 "띵띵땡땡"이 대표적이다. 중독적인 후렴구 및 탁월한 프로덕션과 대조되는 오토튠의 사용 방식, 추임새, 사운드 소스, 이펙트가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을 비롯해 여러 아티스트를 쉽게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후렴구와 비슷하게 반복되는 소재와 주제가 재미를 떨어뜨리는 점도 아쉽다.

     

    일관성 없는 곡 구성과 배치도 당황스러울 정도다. 다채로운 프로덕션을 소화하려는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돌림판", "오토매틱", "오늘날", "얼"을 한 앨범에 엮었다. 하지만 매 곡마다 분위기의 낙차가 매번 커 몰입도가 저해되며, 당연하게도 어수선한 인상만 증폭돼 안타깝다.

     

    [얼]을 듣고 나면, 들쑥날쑥한 스타일이 뒤엉켜 당황스러운 감정이 일게 된다. 머쉬베놈의 '얼'을 찾는 여정은 모방과 재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났다.

    26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 PREV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