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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Ice Cube - I Am The West
    rhythmer | 2010-10-13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Ice Cube   
    Album: I Am The West
    Released : 2010-09-28
    Rating : +
    Reviewer : 남성훈









    N.W.A를 탈퇴하고 솔로 데뷔 앨범인 [AmeriKKKa's Most Wanted]를 발표한 해가 1990년이니, 아이스 큐브(Ice Cube)는 20년 넘게 솔로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나이도 이제 마흔을 넘겼다. 참 오랫동안 랩을 하고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신기하게도 생각보다 젊다는 느낌을 받는다.

    기나 긴 아이스 큐브의 솔로 아티스트로서 이력은 앨범 간 공백기를 기준으로 쉽게 나누어 볼 수 있다. 1990년부터 1993년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클래식 앨범들을 쏟아내며 힙합 역사상 가장 논쟁적이고 하드코어한 래퍼로서 위상을 세운 1막, 무려 5년 만에 야심 차게 발표한 연작 프로젝트 앨범 [War & Peace Vol.1] & [War & Peace Vol.2]를 통해 아직 래퍼로서 죽지 않았음을 보여 준 2막을 지나 메이저에서 한발 물러서 인디 레이블을 통해 꾸준히 작업물을 내놓고 있는 3막을 열었으며,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2006년 그의 첫 인디 앨범인 [Laugh Now, Cry Later]와 2008년 팬들과 평단의 애정 어린 지지를 얻은 [Raw Footage]에 이은 본 작 [I Am The West]는 따라서 3막 3장 정도로 보면 된다.

    전작 [Raw Footage]에서 아이스 큐브는 양껏 무게를 잡았다. 갱스터 랩으로 자신이 구축해 놓은 성을 방어하는 수준을 훌쩍 넘어 청자로 하여금 경의를 표하게 만드는 비장미 넘치는 분위기와 내용은 그 자체로 성공적이었고, 갱스터 랩 팬들의 허를 찌르며 심금을 울린 싱글 "Why Me?"는 금상첨화였다. 자신의 위대함에 해를 가해보려면 어디 한번 해보라는 듯한 [Raw Footage] 커버의 검은 비석 같은 큐브의 '미친 존재감'은 앨범을 대변하는 듯 했다. 그렇다면, 역으로 [I Am The West]의 커버는 우리에게 어떤 힌트를 줄 수 있는지 보자. 커버에서 랩게임의 노장은 장총을 한 자루 들고 나른한 표정으로 여유 있게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있다. 사람들에게 어차피 같은 이야기를 또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난번처럼 무게를 잡지는 않는다. 굳이 그런 공력을 다시 퍼부을 이유가 없으니, 어깨에 힘을 빼고 재치를 더했다. [I Am The West]은 마치 [Raw Footage]의 뒷이야기, B-Side 같은 앨범이다.

    And Jay-Z can rap about the NYC, Why can’t I talk about the shit I see? Without Alicia Keys going R&B This ain’t Motown, This is RAP. (제이지가 뉴욕에 대한 랩을 하는데, 나라고 내가 보는 것에 대해 말 못할 게 뭐가 있어? 알리샤키스의 R&B 없이 말야. 이건 모타운 노래가 아니야, 이건 랩이다.)

    앨범의 인트로인 “A Boy was Convinced”에서 비장미를 코믹하게 걷어낸 그는 “Life in California”에서 이 시대의 뉴욕 찬가인 제이지(Jay-Z)의 “Empire State of Mind”를 언급하며, 동부 힙합과의 경쟁 관계를 가슴 속 어딘가에 품고 살아가는 서부힙합 팬들을 재치 있게 도발한다. 앨범 초반 이렇게 짧은 라인으로 능수능란하게 팬들의 피를 살짝 끓게 만들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저 랩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에 랩을 살짝 얹었을 뿐이니까. 물론, 누구에게도 공격적이지 않게 말이다. “Urbanian” 에서는 또 어떤가? 뻔뻔하기 그지없는 톤으로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디지털 세대들을 향해 ‘Google me, bitch’ 를 내뱉는 아이스 큐브의 비아냥에 깔깔대며 환호하지 않을 올드팬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그렇다고 앨범 전반에 깔린 그의 센스 넘치는 가사들이 긴장감을 풀어줄지언정, 앨범 자체를 가볍게 하거나 특유의 카리스마에 해를 가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많은 곡에서 자신을 아예 'WEST'로 규정한 아이스 큐브의 자기자랑은 끝이 없다. “Too West Coast” 에서 목을 푼 후 펼쳐지는 “I Rep That West”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절정의 랩 감각과 업 템포의 비트가 어우러진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앞으로 아이스 큐브가 이만한 싱글을 몇 곡이나 낼 수 있을까 싶다. 더해서 사회에 대해 새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Hood Robbin’”이나, 중년이 된 살아있는 갱스터 랩의 전설이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보내는 ‘갱스터 랩적으로 올바른’ 애정 어린(?) 충고가 가득한 “No Country for Young Men” 등은 앨범을 풍부하게 해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자. 앞서 언급한 대로 [I Am The West]는 전작의 잘 만들어진 B-Side 같은 앨범일 뿐이다. 그다지 유기적이지 못한 구성 덕에 쉽게 넘기게 되는 곡들도 들을수록 많아진다. 무려 사반세기동안 이어진 아이스 큐브의 카리스마 넘치는 단단한 랩과 그 위에서 살짝 여유를 부리는 능수능란함까지 덤으로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앨범이지만, 그 이상의 가치는 부여하기 어렵다.

    아니지... 2000년도 아니고 2010년에 아이스 큐브의 새 앨범을 즐겁게 듣고 나서 그 이상의 가치를 찾는 나도 참 한심하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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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성훈 (2010-10-14 21:42:56, 58.143.91.***)
      2. 더해서 no country for young men 은 선배들이 자기들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뭐라고 했던 웨스트 뉴제네레이션을 향한 디스아닌 디스같더군요, 크룩드아이랑 비숍라몬트 등 싸잡아 밟는 노래라는 이야기가... 흐 마지막에 스눕독 게임이 중얼대는게 간지
      1. unknownn (2010-10-14 12:25:22, 210.99.50.***)
      2. 영화배우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동시에 이어가고 있다는 게 참 대단합니다. 실망시키지 않는 래퍼 중 한 명.
      1. NG (2010-10-14 01:53:38, 183.99.7.***)
      2. 에미넴이 자기를 The new Ice Cube라고 말할 정도로 쩌는 랩실력. 이 나이에도 대단함
      1. thief (2010-10-13 20:40:27, 125.140.137.**)
      2. 마지막 한줄의 문장이 비수같군요. 고사성어로 비유하자면 촌철살인?
      1. FOX DIE (2010-10-13 20:21:05, 110.8.14.***)
      2. 위대한 큡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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