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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미료 - Miryo aka Johoney
    rhythmer | 2012-02-09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미료(Miryo)
    Album: Miryo aka Johoney
    Released: 2012-01-31
    Rating : 
    Rating (2020) :
    Reviewer: 이병주









    힙합이 많이 대중화된 미국에서도 여성 래퍼는 남성 래퍼보다 그 수가 극히 적다. 하물며 힙합의 역사도 더욱 짧고 대중화도 덜 이루어진 국내의 사정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앨범을 발표했던 솔로 여성 래퍼를 꼽아보면, 윤미래, 스테디 비(Steady-B), 이비아(e.via), 리미,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미료 정도뿐이다. 계보랄 것도 없다. 국내 최고의 여성 래퍼 세 명이 ‘윤미래-타샤-T’라는 우스갯소리도 괜한 얘기가 아니다.

    그녀의 이력에 국내 1세대 힙합 그룹 중 하나인 허니 패밀리란 이름이 따라다니는 것에서 보듯이 미료는 여성 래퍼로서 음악을 해온 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다만, 당시에도 객원 래퍼였고, 그 외 몇몇 곳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정도였을 뿐, 온전히 그녀의 이름을 건 작업물을 남기지는 못했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로 가요계에 데뷔한 뒤에도 그녀는 노래 중간에 아주 짧은 랩 소절을 소화하는 한 명의 멤버 역할을 해낼 뿐이었다. 대중이 보는 그녀의 비교 대상도 역시 다른 아이돌 걸그룹에서 랩을 맡은 멤버들이었다. 그들과는 애초 다른 길을 걸어왔던 그녀가 아쉬움을 갖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결국, 이렇게 솔로 앨범을 발표하게 되었고, 스스로 정체성을 뚜렷하게 확립하려는 듯 ‘조허니(Johoney)’라는 새로운 예명까지 당당하게 내걸었다.

    앨범에는 상업적인 성과를 올렸던 대중작곡가들이 참여했고, 동시에 칵스나 루드 페이퍼와 같은 장르 뮤지션들과 작업도 포함됐다. 하지만 그들의 출신과 활동 배경을 불문하고 드러나는 하나의 공통된 음악적 분모는 일렉트로니카다. 멜로디 있는 보컬 대신 랩이 음악의 더 많은 부분을 채웠다는 점을 제외하면, 음악적으로는 이미 비슷한 컨셉트로 훌륭한 성과를 거둔바 있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사실 퀄리티에 대한 문제를 떠나서, 그녀가 그룹 시절에 선보이던 사운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 ‘내가 제대로 랩을 할 수 있단 것을 보여주겠어!’이상의 음악적 고민이나 자의식을 엿보기 어렵다는 점이 더욱 뼈아프다. 물론, 대중음악 기획사에 소속된 가수로서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그러한 사정에 대한 인지가 음악적 아쉬움을 달래주지는 않는다.

    어쨌든 미료의 랩은 이 앨범의 핵심 콘텐츠다. 그녀가 가장 내세우며 인정받고 싶어하는 부분이고, 리스너들에게 논란의 대상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지루하지 않게 하나의 곡을 랩으로 이끌어갈 능력이 과연 그녀에게 있는지는 검증된 바가 없었다.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앨범에서는 폭넓게 보컬을 활용했거니와 랩에서도 플로우에 멜로디를 가미하고 오토튠을 적극 차용해 입체적인 구성을 의도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봤을 때 그녀의 랩핑은 국내 힙합 1세대라는 자부심을 뒷받침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멜로디를 가미하지 않은 플로우는 단조롭고, 라임은 너무 기초적인 수준에서 활용되고 배치됐다. 물론, 그녀가 래퍼로서 모든 가사를 직접 썼다는 점은 평가할만하다.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떠나 대중음악계에는 그러한 기본조차도 되어있지 않은 ‘래퍼’들이 워낙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가사 대부분이 사랑 얘기에 그치고 있다는 건 또 아쉬운 부분이다. 그녀의 랩에서 젠더 담론이나 자기 성찰을 기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오랫동안 자신의 솔로 앨범을 통해 얘기하려고 마음먹고 가슴에 품었던 얘기가 상투적인 사랑 노래뿐이라면 아무래도 김빠진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늘어놓긴 했지만, 이 앨범이 갖는 나름의 의미와 가치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우리가 접해왔던 여성 래퍼의 작업물은 극히 드물었고, 메인스트림만으로 좁혀보면, 윤미래 외에는 꼽아볼 것도 없다. 즉, 아무리 앨범 내에서 대중과 접점을 위한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아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여성 래퍼가 앨범을 만든다는 그 자체가 대단한 도전이라고 칭할만한 작업이다. 이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이 앨범이 국내 여성 래퍼의 활약을 논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두고두고 논의될 여지가 있다는 점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점을 매우 높이 살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어쨌거나 그녀가 정말 음악적인 욕심을 많이 갖고 있고, 뮤지션으로서 커리어 관리에 충분한 신경을 쓰고 있다면, 자신이 말한 대로 힙합으로 가득 채운 다음 앨범을 반드시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진지함을 대중뿐만 아니라 씬을 향해서도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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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외계소년 (2012-03-17 14:21:36, 115.95.157.**)
      2. 미료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늦었지만 시도는 환영합니다.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느낌이 있어요. 홀로 선다는게 보통 힘든일이 아니죠. 힙합으로. 그래도 응원합니다.
      1. Gerome (2012-02-27 16:24:08, 183.96.26.***)
      2. 되게 핵심을 찌르는 리뷰같네요. 이번에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미료가 고민했다는 느낌은 들지만 그 고민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ㅎ...
      1. Messlit (2012-02-20 22:33:16, 118.33.55.**)
      2. 미료는... 정말 아쉬운 뮤지션...
        허니패밀리 시절부터 쌓아올린 뭔가를 보여줄수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ㅜ
      1. T.I (2012-02-12 19:43:28, 152.99.152.**)
      2. 맞네요맞아 요즘나오는 아이돌그룹의 '랩담당'과는 활실한 실력차이를 보이지만, 한곡을 훌륭히소화낼 능력은 부족한 좀 어중간한 실력이네요
        근데 어떻게 음악을 듣고 느끼는 감정을 이렇게 글로 잘 풀어내실깤ㅋㅋㅋ
      1. co.wic (2012-02-11 06:03:51, 175.211.42.**)
      2. 미료는 뭐랄까, 랩이 모든 면에서 조금씩 아쉬운 것 같아요. 말씀하신 살짝 밍밍한 플로우도, 크게 재밌지 않은 라임도, 그리고 발음이랑 발성도. 그래도 이번에 고민하고 애썼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자기 커리어 잘쌓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미국도 힙합의 남녀성비 편중현상이 심하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다들 여성힙합뮤지션 하면 윤미래- 식이니까. 판이 커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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