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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K'naan - More Beautiful Than Silence
    rhythmer | 2012-02-15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K'naan
    Album: More Beautiful Than Silence
    Released: 2012-01-24
    Rating: 
    Reviewer: 황순욱









    소말리아의 치열함을 피해 캐나다에 자리 잡은 먼지투성이 발(Dusty Foot)의 철학자 케이난(K'naan)은 결코 자신의 출신을 잊지 않았다. 스스로 겪고 보았던 제3세계에 대한 세상의 무관심을 음악으로 풀어내며 그에 항의했던 2009년 앨범 [Troubadour]는 뮤직비즈니스 이상의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의 더딘 걸음은 못내 아쉽다. 그 사이 믹스테잎과 게스트 활동으로 꾸준히 움직이긴 했지만, 기다리던 차기작은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그런 기다림이 무관심으로 바뀌기 직전, 케이난의 현재를 볼 수 있는 작은 소품 [More Beautiful Than Silence]가 살며시 공개되었다.

    여전히 케이난의 시각은 날카롭다. 세상의 흑과 백을 냉정히 판단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그의 사상은 가사 전반에 묻어있다. 호환성이 좋은 넬리 퍼타도(Nelly Furtado)가 참여한 첫 트랙 "Is Anybody Out There?"에서는 주어진 환경 때문에 좌절하는 이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Nothing to Lose"에서는 나스(Nas)와 함께 각자의 고향인 소말리아와 퀸스의 현실에 대한 라임을 주고받는다. 특히, 아프리카 토속 음악, 혹은 월드 뮤직에 가까운 밝은 분위기의 비트 위에서 역설적이게도 도미(渡美)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과 폭력에 찌든 소말리아를 얘기하며 가장 어두운 내용을 담은 “Coming To America”는 백미다. 그야말로 케이난의 연설은 짧지만 흐뭇하다.

    동시에 이번 앨범에서는 케이난의 음악엔 장르적 강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부각되는데, 여기엔 일장일단이 있다. 이것은 케이난의 아이덴티티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음악적 개성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너무 평이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월드뮤직으로 분류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Coming To America”는 (출생지를 포함한) 케이난의 독특한 이력 덕에 그만의 고유한 색처럼 느껴지지만, 지나치게 안전한 흐름이 감지되는 “More Beautiful Than Silence”나 최근 메인스트림 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멜로디와 구성의 클리셰에 갇힌 "Is Anybody Out There?" 등은 음악적인 진부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처럼 이번 앨범은 음악적인 부분에서 장점과 단점이 비교적 뚜렷하다. 절대로 흐트러지지 않는 케이난의 자세와 메시지가 단점을 일부 상쇄하긴 하지만, 이런 의도를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한 방이 없다는 것은 매우 아쉽다. 물론, EP라는 면죄부가 존재하긴 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려온 팬들을 만족하게 하기는 힘이 달려 보인다. 방어적인 평이지만, 케이난의 행보에 대한 평가는 차기작으로 넘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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