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Ja Rule - PIL2
- rhythmer | 2012-03-06 | 1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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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Ja Rule
Album: PIL2 (Pain Is Love 2)
Released: 2011-02-28
Rating: +
Reviewer: 우동수
유난히 키가 작아 괴롭힘을 당하던 소년이 있었다. 훗날 이 소년은 복싱을 배워 누구도 자신을 덩치로 놀릴 수 없게 만든다. 그렇게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한 소년은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2001년 이제는 청년이 된 이 소년은 랩 게임에서도 최고가 되기 위해 알약 ‘PIL’(여기서 알약이란 ‘Pain Is Love’의 약자다)을 먹는다. 약의 효과는 엄청났다. 앨범은 단숨에 300만 장이 팔려나갔고, 아티스트들은 그와 작업하기 위해 줄을 섰으며, 빌보드 차트는 그의 이름으로 도배되었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무서웠다. 그는 곧 거만해졌고 팬들은 서서히 그를 지겨워하다가 이내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숙명의 라이벌과 대결에서마저 패배한 그는 기나긴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나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의 레이블은 법률문제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렸고 자신은 설상가상으로 총기 소지와 탈세로 감옥에 가게 되었다. 모든 게 끝나기 일보직전인, 아니 이미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그는 두 번째 알약 ‘PIL2’를 삼킨다.
약간의 과장이 있지만, 이것은 8년 만에 신보를 내놓는 자룰(Ja Rule)의 이야기다. 99년부터 2003년까지 전매특허인 싱-송(Sing-Song) 랩핑 스타일과 일명 ‘Thug Ballad’로 빌보드 차트를 점령했던 남자, 한때는 제이-지(Jay-Z)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남자, 그 제이-지로부터 최고의 후렴구 메이커라 인정받았던 남자, 그러나 피프티 센트(50Cent)와 대결에서 패한 뒤로 모든 것을 잃었던 남자, 그리고 이제는 감옥에서 두 번의 생일을 보내야 하는 남자, 그런 자룰의 새 앨범 [PIL2]가 오랜 연기 끝에 마침내 나왔다. 투어도, 프로모션도, 인터뷰조차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자룰의 부활’이라는 어마어마한 미션을 홀로 떠안고.......
[PIL2]는 말랑말랑한 사랑 노래와 허세로 가득한 전작 [Pain Is Love]와는 정반대 선상에서 시작된다. 특히, 앨범의 포문을 여는 처음 두 트랙 "Real Life Fantasy"와 "Parachute"는 자룰의 새로운 면모를 가장 확실히 드러내는 곡이다. 공식적으로 우리가 기억하는 마지막 자룰의 모습은 여전히 허세 가득한 슈퍼스타였다. 그러나 이 두 곡에서 자룰은 그런 명성은 산산조각이 나버렸으며, 차가운 현실을 직면하고 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앨범의 베스트 트랙이라 할 수 있는 "Parachute"는 마치 우주로부터 추락하는듯한 효과음과 몽환적인 보컬, 그리고 강렬한 기타 위에서 울부짖는 자룰의 랩이 조화를 이룬 곡으로, 그간 대중이 그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단숨에 걷어내는 곡이다. 이 두 곡을 지나면, 2000년대 초반 자룰의 황금기를 연상시키는 곡들이 이어진다. 자룰 특유의 허세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Superstar"와 전매특허인 싱-송 랩핑이 빛을 발하는 "Black Vodca", 목소리를 쥐락펴락하며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Drown"까지 앨범의 전반부는 새로워진 자룰과 과거의 자룰이 아주 이상적인 형태로 공존한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중반을 지나면서부터는 그 좋은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투팍(2pac)의 "Changes"를 연상시키지만, 그보다는 훨씬 못한 "Never Had Times"와 수록 의도를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투적인 곡 "Strange Days"는 특히 아쉽다.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몇 곡 때문에 흔들리던 앨범은 투옥 전날 녹음한 "Pray"를 지나 마지막 곡 "Spun A Web"에 이르러 다시 한 번 반전을 맞이한다. 슈퍼스타 자룰이라는 캐릭터를 내려놓고 제프리 앳킨스(Jeffrey Atkins/자룰의 본명)로 돌아와 이야기하는 이 곡은 너무 큰 야망이 자신을 망쳐버렸음을 인정하고, 헤이터들에게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의 그를 봐주길 당부하는 곡이다.
화려한 게스트 진 없이 인디로, 그것도 감옥에서 발표하는 자룰의 복귀작 [PIL2]는 아샨티(Ashanti), 제니퍼 로페즈(J-Lo), 케이스(Case) 같은 최고의 R&B 아티스트들을 대동하고 데프 잼(Def Jam)의 대대적인 후원을 받으며 발표했던 [Pain Is Love]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PIL2]는 자룰을 다시금 특별한 뮤지션으로 만들어줄 만한 앨범임이 틀림없다.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가 가장 낮은 곳까지 떨어진 경험은 자룰에게 남다른 관점을 선사했고, 때론 울부짖으며 때론 씁쓸하게 털어놓는 진실한 가사는 그간 자룰을 잘못 알고 있던, 혹은 지겨워했던 대중으로 하여금 다시 그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중독성 있는 플로우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어쩌면 히트송을 만드는데 재능을 타고난 자룰이 재기하는 데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 짧은 시간 동안 자룰의 목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질려버린 대중이 잠시 그를 잊을 시간, 그리고 솜사탕 같은 사랑이야기와 허세 때문에 씌워진 ‘Fake Thug’이라는 오명을 걷어낼 진지한 가사 말이다. 그래서 8년이란 긴 침묵 끝에 나온 [PIL2]는 자룰에게도, 그를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에게도, 자기자랑 이야기로 가득한 현재의 힙합 씬에도 어느 정도 특별한 앨범인 것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우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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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11987 (2012-03-09 16:33:12, 116.41.170.**)
- 이번 앨범으로 자룰첨듣고 참좋아서 저번앨범들도 들었는데 저한테는 이게 최고인거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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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zzy (2012-03-07 23:16:16, 220.93.77.**)
- 기대 이상으로 잘 들은 앨범입니다.. 묘하게 추억에 젖게 하는 면이 있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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