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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KRS-One - The BDP Album
    rhythmer | 2012-03-08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KRS-One
    Album: The BDP Album
    Released: 2012-01-10
    Rating: 
    Reviewer: 양지훈









    나이를 감안했을 때, '65년생 랩퍼 케이알에스-원(KRS-One, 이하 KRS)의 꾸준한 활동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놀라움을 감추기 어렵다. 특히, 최근의 행보를 보면 더욱 그러한데, 무엇보다 합작 앨범의 제작에 몰두하며 다작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일시적으로 진행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인 줄 알았던 '07년 말리 말(Marley Marl)과 합작은 알고 보니 끊임없이 이어질 시리즈물의 시발점이었다. '09년에는 덕 다운(Duck Down Records)의 간판 벅샷(Buckshot)과 호흡을 맞췄고, '10년에는 트루 마스터(True Master)와 함께 했으며, 작년에는 각각 쇼비즈(Showbiz), 범피 너클스(Bumpy Knuckles)와도 힘을 합쳐 앨범을 제작했다. 올해도 그의 합작 실험은 계속되는데, 이번에 공개된 작품은 조금 특별하다. 부기 다운 프로덕션스(Boogie Down Productions, 이하 BDP) 시절 동고동락했던 친동생 디제이 케니 파커(DJ Kenny Parker)와 만든 앨범이기 때문이다.

    앨범 타이틀뿐만 아니라 전설적인 앨범 [Criminal Minded] LP가 그려진 커버까지, 노골적으로 옛 시절을 표방하는 [The BDP Album]도 타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KRS가 최근 수년간 온 힘을 쏟는 '합작 시리즈' 중 하나라고 간주하면 된다. BDP 해체 직전이던 '92년, [Sex and Violence] 앨범에서 비로소 BDP의 주축이 된 케니 파커와 KRS가 20년 만에 머리를 맞대고 만든 앨범이니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하지만 단지 의미 부여에서 끝날 뿐이라는 게 이 앨범의 최대 약점이다. 음악적으로 훌륭한 앨범이라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케니 파커는 굉장히 강한 드럼 위주로 비트를 이끌어 가는데, 킬링 트랙의 부재와 금세 질려버리는 전개 양상이라는 우를 범한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쥐(Notorious B.I.G.)가 남긴 유명한 가사 'I tote guns / I make number runs'를 인용한 코러스가 빛나는 "Tote Gunz"와 채널 라이브(Channel Live)의 참여가 그저 반가운 "Forever" 등이 초반부를 달궈놓지만, 분위기는 얼마 가지 않아 금세 식어버린다. 물론, KRS의 견고한 랩은 죽지 않았다. 뛰어난 랩 스킬과 워드 플레이를 들려주는 "The Hustle"을 들어보면, 그의 랩은 아직도 매력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평소 우렁차기로 소문난 KRS의 목소리는 이번 앨범에서 호통에 가까울 정도로 더욱 크게 느껴진다.

    결국, MC의 딜리버리나 랩 스킬이 아닌 단조로운 비트 전개가 문제다. 올드 스쿨 힙합의 느낌을 살리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지만, 샘플링의 묘미 없이 강한 드럼 위주로 일관하는 전개 방식은 붐 뱁(Boom Bap) 하드코어 힙합을 선호하는 이들까지도 고개를 젓게 만든다. 이런 식이라면, 부기 다운 프로덕션스의 과거 작품을 놔두고 굳이 이 앨범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다양한 레퍼토리로 우리를 즐겁게 해줬던 [Kristyles]와 같은 앨범이 그리워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웨스트코스트의 투 숏(Too Short)과 함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명언을 몸소 증명하는 KRS의 열정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힙합의 태동기부터 꾸준하게 랩을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 아니던가. 비록, 대중의 관심에서는 서서히 멀어지고 있지만, 그와 무관하게 힙합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형님임을 이번 앨범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근 몇 년간 진행된 합작 시리즈에서 큰 만족을 느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를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만족감을 얻는 경우는 드물었고, 이번 [The BDP Album] 또한 예외는 아니다. 안타깝지만, 본 작은 그 의미와 타이틀이 지니는 무게감에 비해 그저 KRS의 무수히 많은 콜라보 시리즈 중 일부로 기억될 것이다. 단, 그럼에도 가장 기대되는 합작 시리즈가 아직 남아 있으니, 바로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와 합작 [Return of the Boom Bip]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팬이 존재하는 한국에서조차도 슬슬 한 물 갔다는 평이 오가는 프리모이지만, 언제나 그의 이름에는 우리의 가슴 한 구석을 설레게 하는 마법이 담겨 있다. 이번 BDP 앨범이 가져다 주지 못한 만족을 프리모와 합작에서는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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