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리콜 리뷰] Organized Konfusion – Stress: The Extinction Agenda
    rhythmer | 2012-05-01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Organized Konfusion
    Album: Stress: The Extinction Agenda
    Released: 1994-08-16
    Rating: +
    Reviewer: 양지훈









    '91년 셀프 타이틀의 앨범으로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 신선한 바람을 주입했던 퀸즈 출신의 듀오 오거나이즈드 컨퓨젼(Organized Konfusion, 이하 OK)이 데뷔한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들의 첫 번째 작품인 [Organized Konfusion]은 신인의 앨범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앨범이었는데, 심플리 투 파지티브 엠씨스(Simply II Positive MC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80년대 말부터 쌓아온 실력을 감안하더라도 대단한 수준의 작품이었다. 랩 스킬과 비트 메이킹 양면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유한 이 듀오에게는 그 흔한 소포모어 징크스도 통하지 않았다. 지금 소개할 두 번째 앨범 [Stress: The Extinction Agenda]를 통해서도 그들은 신선함을 잃지 않고 평단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에 성공했으며, 패로아 먼치(Pharoahe Monch)의 랩 테크닉을 비롯한 몇몇 요소는 전 작의 그것을 한 단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2집도 전반적으로 전 작과 큰 차이는 없다. 당시 간판 프로듀서로 서서히 자리매김하던 벅와일드(Buckwild)의 참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OK 본인들의 프로듀싱으로 이루어졌다. 1집에서 분위기를 180도 전환하기 위한 곡으로 유쾌한 비트와 랩이 담긴 "Who Stole My Last Piece of Chicken?"이 존재했다면, 2집에는 그에 상응하는 "Let's Organize"와 "3-2-1"이 있다. OK는 재즈와 소울, 심지어는 레게 샘플까지 활용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허비 행콕(Herbie Hancock), 쿨 앤 더 갱(Kool& The Gang) 등 저명한 뮤지션들의 명곡이 주재료로 쓰이다 보니 청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샘플 소스 활용의 사례를 찾는 재미가 쏠쏠한데, 도날드 버드(Donald Byrd)와 밥 제임스(Bob James)의 곡을 포함해 네 개의 원곡을 활용한 "Stray Bullet"은 그러한 재미를 선사하는 대표적인 곡이라 할 수 있다. 재즈 샘플을 활용하여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이끌어 가지만, '음산함'이 아닌 '묵직함'이라는 표현에 보다 가깝다.

    프린스 포(Prince Po)와 패로아 먼치가 머리를 맞대고 샘플링에 대해 고심한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기에, 원곡을 얼마나 잘 활용했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감상 포인트가 되지만, 앨범의 주된 감상 요소는 패로아 먼치의 랩이다. 그의 랩은 마치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자유자재로 뻗어가면서도 라임에 충실하다. 전 작에서 가끔씩 캐치할 수 있었던 워드 플레이의 빈도도 대폭 늘었다. 'I am se-se-selecting a ne-ne-ne-new style / Live for pa-pa-pa-pile-piles of MC's who try to get bu-bu-bu-buck-buckwild'와 같이 단어를 수 차례 반복하는 고 난이도의 랩이 담긴 "Bring It On"은 당연히 화제의 정점에 서 있었고, 오씨(O.C.)와 큐-팁(Q-Tip)이 함께한 "Let's Organize"에서는 'Tiger Tiger Uppercut'(당시 유명했던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의 음성)을 외치며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The Extinction Agenda"에서 랩은 십 년 묵은 체증을 내리게 할 만큼 통쾌하며, 날아가는 총알을 1인칭 시점에서 묘사한 "Stray Bullet"의 랩은 그 기발한 발상이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프린스 포의 랩 스킬이 패로아 먼치보다 결코 뒤쳐지지는 않았지만, 패로아 먼치의 랩이 워낙 강한 개성을 갖고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최고의 리릭시스트로 추앙 받는 패로아 먼치의 랩은 OK 시절부터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경지에 올라 있었고, 이처럼 뛰어난 랩 기교와 적절한 샘플 활용을 통해 OK는 40여 분의 러닝 타임을 타이트하게 달궜다. 세월이 흘러 현재 두 멤버는 각자의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OK 시절 만들어진 곡들을 상기해 본다면, 아직도 지금보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은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도 청자에게 자유로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랩 테크니션의 모습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가장 아쉽다. 여하튼 OK의 셀프 타이틀 앨범과 2집이 보여준 참신함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후배 뮤지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명반으로 분류되고 있다. 30여 년의 힙합 역사를 통틀어 이렇게 훌륭한 랩 스킬과 비트 운용 능력을 겸비한 듀오는 흔치 않았다.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양지훈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14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vc231 (2012-05-06 20:05:56, 119.148.126.***)
      2. 괴물그룹인데 안타깝죠 불화가 아닌 프로모션 부재 때문에 해체 되었다는 말이있던데.. 극도로 프로모션이 안되서 리뷰해주신 2집은 명반이었으나 본전치기는 했을까 싶을 정도로 망하고 다음 equinox에서는 타이트함이 없어진 ㅠ
      1. 양지훈 (2012-05-06 16:33:54, 180.64.74.**)
      2. 예전엔 이런 감정이 없었는데 요즘엔 뭐랄까... 이 앨범을 좋아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공존한다는 것 자체가 그저 고마워요......
      1. Archetype (2012-05-01 23:11:18, 112.170.109.**)
      2. 이 앨범이 리뷰가 되네요! 설레면서 클릭했습니다. 오랜만에 들어야겠어요 ㅋㅋ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