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Apollo Brown & O.C. – Trophies
- rhythmer | 2012-05-17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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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Apollo Brown & O.C.
Album: Trophies
Released: 2012-05-01
Rating: +
Reviewer: 강일권
일각에선 한물간 스타일이라며 가치를 깎아내리기도 하지만, 샘플링과 루핑의 미학에 근거한 힙합음악은 여전히 한편에서 그 명맥을 탄탄하게 이어가고 있다. 이는 비단 90년대 힙합을 기억하는 이들의 향수를 자극해서만은 아니다. 당대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도 적잖게 이러한 스타일의 음악에 매료되는 모습은 샘플링과 루핑이라는 요소가 비록, 낡았을지언정 기본과 아름다움을 간직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많은 힙합 뮤지션과 팬들의 이러한 인식과 지지가 있었기에 아폴로 브라운(Apollo Brown)과 오씨(O.C.)의 [Trophies]처럼 오늘날에도 전통적인 작법에 기댄 힙합음악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일 테고 말이다.본 작은 이미 한 시대를 풍미한 힙합 집단 D.I.T.C.의 멤버이자 탁월한 랩 실력으로 유명한 진짜배기 베테랑과 오늘날 활약 중인 몇몇 샘플링 작법의 달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의 결합으로 탄생했다. 가장 먼저 언급할 주역은 아폴로 브라운이다. 랩퍼 하산 맥키(Hassaan Mackey)와 합작, 그룹 더 레프트(The Left)의 앨범, 솔로앨범 [Clouds] 등의 결과물을 통해 유려한 보컬 샘플의 운용과 컷 앤 패이스트(Cut n’ Paste)의 진수를 선사했던 그의 프로덕션은 이번 앨범에서도 사그라지지 않는 여운을 동반한다. 90년대 붐 뱁(Boom Bap) 스타일에서 영향받은 둔탁한 드럼, 그 위로 얹힌 (차핑과 순 창작의 병행을 통해 나온) 멜로디컬한 루핑, 그리고 완성의 매듭을 짓는 적당히 로-파이(Lo-Fi)하고 소울풀한 질감의 사운드는 힙합음악의 가장 전형적이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뿌려댄다. 선 공개 곡이었던 “Prove Me Wrong”, 비트 소품집 개념의 솔로작이었던 [Clouds]의 “The 11th Hour”를 랩에 맞게 재가공한 “Anotha One”, 앨범에서 가장 숨막히는 구간을 형성한 “The First 48” – “Angels Sing” – “Just Walk” – “The Formula” 등은 붐 뱁 힙합의 거친 느낌과 유럽•일본 프로듀서가 간직한 감성적인 프로덕션을 최적의 비율로 조합한 듯한 아폴로 브라운 표 힙합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트랙들이다. 앨범에 수록된 한 곡 한 곡이 대부분 그러하다.
또 다른 주역 오씨의 랩은 사실 새삼 호평하는 게 불경스러운 일이다. 원래 지니고 있던 그 절정의 실력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니까. 그는 후배가 정성껏 깔아놓은 비트의 주단 위에서 단 한 명의 랩 피처링과 보컬 후렴 없이 16트랙의 마디를 탁월한 플로우로 빼곡히 채우며, 이 게임의 선배로서 위엄을 과시한다. 비트와 랩 모두 비운의 웨스트코스트 랩퍼 더 디오씨(The D.O.C)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을 담은 “The Formula”에서 말한 것처럼 그는 ‘첫 앨범에서 그러했듯이 게스트 한 명 없이, 신이 내린 리릭시스트(Lyricist)로서 재능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The first LP proved it, With no guest appearances, God gave the gift to be a lyricist’). 오씨가 다루는 주제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현 랩 게임에 대한 냉철한 시각과 불만을 담담한 어조로 내비치기도 하고(“Prove Me Wrong”),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갱스터의 삶을 동경하거나 살고자 하는 어린 흑인들에게 경고와 충고를 아끼지 않으며(“The First 48”), 멋진 메타포의 향연을 통해 게임의 베테랑이자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서 자부심을 드러내고(“People’s Champ”), 고단한 일상 속에서 피우는 대마초의 즐거움을 낭만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Anotha One”). 표현의 수위는 거침없고, 비유는 코끝 찡하게 멋들어지다. 특히, “People’s Champ”에서 ‘SNS를 하지 않아도 그동안 쌓아놓은 자신의 걸작 카탈로그 덕에 아날로그 방식으로도 충분히 돈을 번다.’는 라인은 압권이다. 이거야말로 명장만이 할 수 있는 스웩 아니겠는가?!
자, 주의하자. 단순히 메인스트림의 흐름에 반하거나 샘플링 작법에 근거한 음악이 담겼다고 해서 후한 평가를 내리는 것을 말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본 작처럼 그 정수를 제대로 담아낸 앨범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을 테니까. 취향은 타겠지만, 완성도만큼은 빈틈을 찾기 어려운 비트, 더는 따로 증명할 필요가 없는 베테랑의 차지고 꽉 조이는 랩, 그 안에 살아서 꿈틀대는 다양한 이야기들,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그냥 엄지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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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nq (2012-05-18 11:20:35, 124.49.242.**)
- 기다린보람이있던 정말 멋진앨범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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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준 (2012-05-18 06:56:35, 134.84.187.***)
- Thanks for introducing this album. It's too dope!!
I gotta get it righ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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