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외 리뷰] Travis Porter - From Day 1
- rhythmer | 2012-06-05 | 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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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Travis Porter
Album: From Day 1
Released: 2012-05-29
Rating:
Reviewer: 이상혁
배다른 형제와 중학교 동창이 만나 결성된 그룹 트래비스 포터(Travis Porter)는 애틀랜타 출신답게 업템포 서던 사운드에 특화된 그룹이다. 이들은 요즘 등장한 대부분 신인들처럼 믹스테잎 시장에서 착실하게 경력을 쌓아온 결과, 정규 앨범 한 장 없이도 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 2010년 자신들의 삶을 담아낸 [Proud To Be A Problem]을 단편 영화처럼 제작하여 화제가 되었으며, 그들의 유튜브(Youtube) 채널은 1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거기에 “Black Boy White Boy”나 “Go Shorty Go” 등의 히트곡까지 있다. 이러한 대외적인 성공과 더불어 그들이 믹스테잎에서 보여주던 젊고 유쾌하며, 익살스러운 분위기는 첫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From Day 1]에 고스란히 드러난다.그렇기에 앨범엔 예상 가능한 범위의 음악이 담겨 있다. 전반적으로 트렌디하면서도 남부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비트를 토대로, 단순한 단어 배치를 이용한 중독적인 후렴구(Hook)와 무겁지 않은 가사들로 이루어져있다. 정규 앨범인 만큼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와 디플로(Diplo)같은 유명 프로듀서의 참여가 있기는 하지만, 프로덕션의 비중은 믹스테잎 작업물에 참여한 적이 있는 에프케이아이(FKi)를 비롯한 이름값이 높지 않은 이들로 분산되어 있다. FKi가 프로듀싱한 “Any Ladies”와 “Bring It Back”, “Make It Rain”등의 업템포 트랙들은 이미 싱글로 발표되어 클럽과 차트를 겨냥하고 있으며, “Pop A Rubber Band”나 “Wobble”과 같은 트랙들 역시 트래비스 포터의 성향에 맞춰 어두운 느낌의 무드를 조성하면서도 그루브한 전개와 경쾌한 드럼소스를 활용해 업템포 트랙들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 굳이 프로듀서들의 이름값을 따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준수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정작 앨범의 주인들인 트래비스 포터의 랩은 듣는 내내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이들의 기본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멤버 세 명의 랩이 다소 심심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피처링 게스트인 투 체인(2 Chainz)과 타이가(Tyga)가 등장했을 때 그들에게 필요 이상의 몰입을 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데 트래비스 포터의 랩 스킬에만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그들이 내뱉는 레퍼토리가 제한적인 탓이 크다. 돈과 여자, 클럽과 같은 소재들은 분명 힙합 음악에서 끝도 없이 쓰여 왔고 앞으로도 쓰이겠지만, 진부함이 반드시 동반될 수밖에 없다(물론, 누가 어떻게 내뱉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이들에게서 리릭시스트의 랩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기대할 필요도 없지만, 적어도 그들의 음악을 찾을만한 이유가 한두 가지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적당히 그루브한 후렴구와 사운드만으로 승부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음악은 결국 설득력을 잃게 된다.
지금까지 트래비스 포터의 행보를 보았을 때, 대중을 사로잡는 히트 싱글을 꾸준히 뽑아내는 그들의 감각만큼은 확실히 남다르다. 그렇지만 이들이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장수하게 될지는 아직 의문이다. 믹스테잎부터 본작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서던 랩의 범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가 전무했고, 트렌드를 창조했다기보다는 시류에 적절히 합류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트래비스 포터가 과연 미래를 기대할만한 명물들인지 아닌지에 대한 해답을 [From Day 1]에서 찾기엔 다소 이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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