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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리쌍 - Unplugged
    rhythmer | 2012-06-07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리쌍
    Album: Unplugged
    Released: 2012-05-25
    Rating: 
    Reviewer: 이병주









    어느새 리쌍이라는 이름으로부터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음악의 전형이 생겼다. 당연히 그것이 갖는 장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중요한 건 어느새 그렇게 10년이 흘렀다는 점이다. 정규 앨범만도 일곱 개가 나왔다. 그들이 이전과 같은 노래를 들려주길 바라는 대중도 당장은 상당하지만, 지루하고 뻔하다고 느끼는 이들도 상당하다. 결국, 다시 그걸 반복해도 어느 정도의 성공이 예측되지만, 그것이 더는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그들의 미래를 담보하긴 어렵다. 변화하긴 해야 하는데, 중요한 건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바로 그 적절한 기회였다. 이번과 같은 앨범이 나오기까지는 그들의 노력과 운, 지난 앨범에서의 특정한 시도가 결합해 멍석을 깔아놓은 덕이었다. 예능에서 쌓은 그들의 인기가 무엇보다 중요했고, 음악 관련 프로그램에서는 전문가로서 이미지를 대중에게 좀 더 확실히 심어놓을 수 있었으며, 7집에서 장기하와 함께한 “우리 지금 만나”의 성과는 좋은 모델이 됐다. 음악적 변화의 정도야 분명히 과감하지만, 무언가를 내던진 모험으로까지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뮤지션으로서나 기획자로서나 매우 영민한 선택과 전략에 가깝다. 변화의 방향도 분명히 특정한 장르적 접근보다는 좀 더 편안하게 대중에게 다가가는 쪽이다. 실제로 밴드 연주에 기반을 뒀다는 것 외에는 앨범 내에서 음악적인 공통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길의 프로덕션은 과거에도 음악적으로 아주 특출난 면을 꼽아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물론, 그만의 센스란 건 분명히 보였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감성과 인상적인 곡 구성으로 대중의 취향과 접점을 찾아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말이다. 그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밴드 음악의 조율자로서 등장했다. 사실 밴드 음악이란 것을 놓고 봤을 때 평소 대중들이 탄탄하거나 현란한 악기 연주에 감동을 받고 열광하지는 않는다. ‘멜로디’로 어느 정도 승부를 봐야 한다. 과거 성공적이었던, 특정한 바이브를 갖고 있던 힙합 트랙을 포기한 이상 더욱 그렇다. 확실히 이전까지 곡의 핵심을 이루던 개리의 랩은 그 비중이 줄어들었으며, 매번 등장하던 게스트 보컬은 반대로 비중이 늘었고, 길의 보컬 역시 마찬가지다. 캐치한 훅 하나를 만드는 것 이상의 멜로디 메이킹이 뒷받침되어야 했는데, 일정 부분 스스로 성공을 거두기도 했고, 과거 훌륭했던 명곡들의 리메이크를 통해 그 부담을 조금 덜어내기도 했다. 장기하와 함께 했던 트랙에서 선보인 유머러스한 코드나 복고적인 감각이 살아있는 트랙과 서정적인 멜로디와 분위기의 사랑 노래가 앨범 내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뭔가 많이 변한 것 같은데, 사실 들여다보면 그다지 크게 변한 것도 없다는 점이 묘하다.

    개리의 랩은 그 비중과 역할이 줄었을 뿐,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곡마다 라임의 짜임새의 편차도 여전히 존재하고, 딜리버리가 확실한 장점도 그대로다. 공감을 이끌어내는 가사 표현력과 자신들만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낸 가사들은 자칫 가볍게 흘러갈 수 있는 앨범에 무게를 더해준다. 그렇듯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랩으로서는 꼽아볼 만한 점이 어느 정도 있지만, 장르 팬들의 귀를 자극할 만한 부분은 부족하다. 랩이 하나의 벌스라기 보다는 보컬 사이 브릿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곡에서는 그 아쉬움이 더하다.

    아마 이번 앨범과 수록된 개별 곡들에 대한 대중의 반응에 리쌍은 어느 때보다 더 신경 쓰고 있지 않을까? 변화의 방향이 명확하게 설정되고 거기에 도달한 앨범이라기보다는, 최적의 시기를 잡아 밴드 음악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변화하겠다는 분명한 결심이 드러난 앨범이라는 편이 더욱 와 닿는다. 상업적인 고민 자체야 나쁘지 않다. 다만, 이번은 그것이 밴드 연주라는 새로운 바탕 위에서 마음껏 표현해볼 기회나 활개를 펼 수 있었던 창작력에 제한을 가하는 쪽으로 상당 부분 작용했기에 마이너스가 됐다. 무엇보다 명확히 해두어야 할 것은 이번 앨범이 힙합이란 장르적 특성을 읽어내기 어려우며, 그러한 지금의 지점은 진화가 아니라 변화의 모색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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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y11987 (2012-06-17 12:02:57, 116.41.170.**)
      2. 더 이상 리쌍의 앨범이 기대되지 않네요..
      1. 말리말리 (2012-06-08 10:41:08, 218.156.21.**)
      2. 그냥 듣기에는 좋은데...뭔가 흠..
      1. 박정현 (2012-06-08 00:57:36, 221.155.155.**)
      2. 리쌍이 흑인음악계 아티스트인건 맞지만 이번 앨범이 흑인음악 음반은 아닌듯...
        이들의 4집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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