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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2024 국내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5
    rhythmer | 2024-12-24 | 2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리드머 필진이 선정한 '2024 국내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5'를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2023년 12월 1일부터 2024년 11월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구름 - 나폴리탄 악몽 산책

     

    박재범 - The One You Wanted

     

    신세하 - CN X

     

    정인 & 마일드 비츠 - 정인 & 마일드 비츠

     

    정진우 - Atom

     

     


     

    5. 주혜린 - Cool

    Released: 2024-02-27

     

    주혜린의 음악은 밝디밝다. 모든 이야기에 유쾌한 순간만을 담고 있진 않더라도, 매 순간을 명량하고 산뜻하게 창조해 계속 듣게 만든다. "미장원"이 그랬다. 쉽게 귀를 감싸는 후렴구와 함께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서운함, 질투와 같은 다양한 감정을 머리를 자르는 행위를 통해 재밌게 풀어냈다.

     

    [Cool]은 어쩌면 "미장원"의 확장판처럼 들린다. 곡 단위로 만날 수 있던 발랄한 에너지를 앨범의 모든 순간에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만큼 주혜린의 개성을 전보다 듬뿍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중 최고는 "B-Yum"이다. 뽐내고 싶은 욕구와 수줍어하는 마음 사이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막힌 코'와 '오빠'를 탓하는 앙증맞은 후렴구로 영리하게 표현했다. 단순한 리듬 구조, 스타카토로 끊어 연주해 톡톡 튀는 듯 상큼하게 느껴지도록 한 건반, 예쁘게 쌓인 코러스까지 곡의 분위기를 알맞게 주조했다.

     

    일기장을 읽는 것처럼 속 시원하고 솔직한 이야기와 흥겨운 프로덕션은 그 자체로 즐거우면서도, 주혜린의 보컬이 만났을 때 진정한 매력이 발휘된다. 넓지 않은 음역에 기교와는 다소 거리를 둔 보컬은 자칫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진솔하게 일화를 풀어낸 가사와 무척 잘 어울린다. 동시에 맑고 담백한 소리는 사랑스러운 분위기와 재밌는 사운드와도 잘 어우러져 묘미가 배가된다.

     

    짧은 러닝타임이 아쉬울 정도로 알찬 작품이다. 기존에 발표했던 세 곡에서 기대할 수 있던 개성이 앨범에선 더욱더 표출돼 (좀 더 긴) 다른 결과물을 듣고 싶은 마음이 일게 된다. 흐뭇하고 기분 좋은 출발이다.

     


     

    4. 쏠 - Time Machine

    Released: 2024-08-09

     

    데뷔 이래로 꾸준히 현재와 더불어 과거에 관심이 많던 쏠(SOLE)은 새 EP [Time Machine]으로 자신이 잘하는 재해석을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물론 이번엔 과거를 2024년으로 끌어왔다. "미련한 사랑"이 대표적이다. 90년대 힙합 소울을 기반으로 당시의 사운드를 고스란히 끌어왔다. 신스의 질감과 장르 특유의 쫄깃한 비트, 풍성한 코러스까지 그 모든 것이 TLC(티엘씨)를 비롯한 많은 이름이 뇌리를 스치게 만든다.

     

    물론 [Time Machine]이 오롯이 재현에만 충실히 수행한 작품은 아니다. 2024년에 특정 시대를 끌어온 점을 잊지 않고, 현재의 숨결을 불어 넣었다. 가장 큰 역할은 역시 보컬이 수행한다. 변모한 프로덕션에 맞게 가창 스타일을 변경하기보단, 익숙하고 잘하는 방식을 지켰다. 자연스럽게 해석과 색깔이 들어가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다. "Situationship"이 특히 그렇다.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쏠과 따마(THAMA)는 함께 능수능란한 테크닉으로 관계성을 외친다. 두 사람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동시에 마치 연인처럼 잘 어울리는 음색 덕에 알앤비의 주 소재인 사랑 이야기가 더욱 애절하게 들린다.

     

    시대의 트렌드를 좇지 않고, 이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과거와 호흡하며 추억을 되살려 자신만의 시간대를 만들어냈다. 쏠의 타임머신은 부지런히 일한다.

     


     

    3. 존박 - PSST!

    Released: 2024-10-30

     

    존박(John Park)이 첫 정규를 낸 이후로 무려 11년 만에 두 번째 앨범을 발매했다. 여태 좋은 아티스트임에도 웃긴 예능인으로만 소비되었기에 늦게나마 소포모어작이 발매된 것 자체만으로도 무척 반갑다. 물론 앨범을 듣고 나면 그 완성도에 두 번 반갑게 된다. 홍소진의 주도하에 프로덕션은 알앤비, 소울, 일렉트로닉, 재즈 등등 다양한 장르를 매끈하게 다듬었으며, 존박은 자신의 장점을 고루 살린 가창으로 일관해 상당한 만족감을 준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일렁거리는 "All I Want", 하우스의 전개와 특징을 활용해 중저음을 부각한 "Stutter"도 굉장히 빼어나다. 또한 "꿈처럼"도 인상적이다. 90년대 한국형 알앤비의 작법을 영리하게 따른 프로덕션과 더불어, 존박의 장점을 두루두루 살렸다. 특히 감미로운 음색과 함께 힘 있는 중저음을 사용해 풍성하고 넓게 퍼뜨리는 소리가 탁월하다. [PSST!]를 듣고 나면, 10년이 넘은 늦은 발매가 야속할 정도다. 그만큼 부족했던 활동량을 단기간에 결과물로 만회한다. 예능인 말고, 아티스트 존박의 작품이 기쁘다.

     


     

    2. 브라운 - Monsoon

    Released: 2024-11-21

     

    한국에서 얼터너티브 알앤비는 2010년대 중반부터 독특한 경향성을 보이며 이어져 오고 있다. 엠비엔트(Ambient)에 가깝게 침잠된 사운드 위로 삶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나긋한 보컬로 표현하는 것이 그것이다. 히피는집시였다, 에이트레인(A.TRAIN)은 이러한 경향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다.

     

    브라운(BRWN)의 [Monsoon]도 비슷한 결을 따른다. 1990년대 한국 가요와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섞었던 전작과 달리, 공간감을 강조한 몽환적이고 침잠된 분위기로 일렉트로닉, 엠비언트를 끌어안고, "곳", "언덕" 같은 곡에서는 포스트 록까지 사운드를 확장한다. 잠비나이(Jambinai)의 심은용이 곡의 중반부터 거문고 연주를 더해 동서양이 뒤섞인 오묘한 감흥을 자아내는 "착각"은 앨범의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트랙이다. 기교보다는 팔세토 창법으로 차근차근 음을 밟아나가며 여백을 만드는 보컬도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악기들과 맞물려 자연스레 흘러간다. 

     

    반복되는 이별과 만남 속에서 느끼는 삶의 허무를 시적인 언어로 풀어낸 가사도 인상적이다. 익숙한 단어를 낯설게 조합하고 추상적인 비유를 사용해 단숨에 뜻을 알기는 어렵지만, 곱씹어 듣다보면 그 의미가 자연스레 마음 속에 떠오른다. '행복이란 단어는 어떤 의미로 내게서 머물러 있을까'로 시작하는 마지막 트랙 "춤"까지 들으면, 쉽게 떨쳐내기 힘든 긴 여운이 남는다. 브라운은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기반으로 더 깊고, 더 넓게 나아갔다. 그 위로 자신만의 언어를 더해 [Monsoon]이라는 자신만의 고유의 음악을 완성해냈다. 

     


     

    1. 수민, 슬롬 - Miniseries 2

    Released: 2024-07-18

     

    이번 [Miniseries 2]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슬롬의 존재감이다. 전작에서 슬롬은 조력자에 가까웠다. 명징한 수민의 색채를 매끈하게 다듬고 일관된 결을 만드는 것에 치중했다. 반면, 이번엔 분명히 중심을 찾아냈다. 어느 한쪽에 기울지 않고 보완하고 시너지를 내며 팀으로서 온전한 결과를 담았다.

     

    "왜, 왜, 왜"가 대표적이다. 슬롬의 강점인 담백하고 깔끔한 프로덕션이 두드러진다. 소리를 공격적이고 과도하게 쏟아내지 않고, 오히려 적당히 차근차근 축조한다. 그 위로 등장하는 것은 수민이다. 맑고 군더더기 없는, 완벽에 가까운 가창을 통해 프로덕션에 걸맞은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낸다. 

     

    그래서 "신호등"은 수민과 슬롬이 함께했기에 만들 수 있는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절묘하게 융합한 보사노바 리듬과 드럼 앤 베이스(Drum & Bass)도 굉장하며, 군더더기 없는 가사와 함께 고막을 아름답게 감싸는 듯한 수민의 보컬 또한 곡을 무척 여유롭게 만든다. 자칫 둔탁해질 수 있던 분위기와 질감은, 하나의 현악기처럼 들리게 하는 수려한 가창이 붙으면서 부드럽게 재구성되었다. '1편보다 나은 2편은 없다'라는 속설이 있지만, 두 사람에겐 민망할 정도로 의미 없는 말이 되어버렸다. [Miniseries 2]로 전작을 보완한 동시에, 팀으로서 어떻게 호흡해야 하는지를 새롭게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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