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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리드머 필자들의 2024 한국힙합 최애트랙 PICK 3
    rhythmer | 2025-01-11 | 2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2025년이 된 지 11일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2024년을 완전히 보내주지 못했다. 2024년의 베스트 앨범을 선정할 때는 미처 다루지 못했던 노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드머 필자 3인이 각자의 2024년 한국 힙합 최애곡을 딱 3곡씩만 꼽아보기로 했다.

    여러분들도 각자 인상 깊었던 노래들을 반추해보며 지난 2024년을 이번에야말로 떠나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각 리스트의 곡 순서는 가나다 순.

     



    남성훈

     

    가리온(Garion) - Post Mortem

    ‘사후 부검’이라는 뜻을 지닌 제목이 서글프게 들린다. MC 메타와 나찰, 그리고 피쳐링 한 마이노스는 마치 사후에 힙합 음악을 시작했던 시절의 자신을 돌아보듯 랩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콰이엇이 주조한 부드럽게 퍼지지만 묵직한 드럼의 향이 진하게 퍼진다. 무엇보다 ‘꿈? 꾼 거니까 갚아야지’로 시작하는 마이노스의 서정적 가사와 뛰어난 감정 연기를 더한 래핑은 [가리온3] 최고의 벌스로 꼽을 만큼 뛰어나다. 나이 들었음을 숨기지 않는 셋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이야기도 꺼내고 싶어질 것이다. 여러모로 “Post Mortem”은 14년 만의 정규앨범 [가리온3]를 관통하는 텁텁한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하는 노래가 아닐까 싶다.

     

    지드래곤(G-DRAGON) - POWER

    '한국힙합이 망했다' 라는 이야기는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지만, 최근 큰 인기를 얻은 랩/힙합 노래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드래곤의 성공적인 컴백 곡인 "POWER"의 가치는 남다르다. “POWER”의 화제성은 장르 팬들이 랩 곡 하나를 테이블에 올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과정을 그대로 범대중적 스케일로 이어갔다. 절로 고개를 까딱이게 하는 펑키한 동시에 깔끔하게 떨어지는 비트와 중독적 훅의 조화, 해석의 여지 가득한 가사와 주제, 참신한 라이밍과 플로우 설계 등 곡의 구석구석을 대중이 장르적으로 집요하게 분석해 즐기는 모습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언제 들어도 재미난 곡이다.

     

    콰이(KWAII) - PRIDE

    콰이의 “PRIDE”를 처음 들었을 때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짧게 감탄사를 내뱉었던 기억이 난다. 콰이는 국산 소형차의 상징적 브랜드인 프라이드와 자부심이라는 뜻을 과감하게 섞고 그것을 자신의 본질로 내세우며 시작한다. ‘흙수저, 금수저’로 불리는 대물림되는 사회 계층, 그 안에서 전복을 꿈꾸는 청년세대의 야심과 절망이 냉소적인 가사의 랩으로 멋들어지게 그려진다. 이어서 리비도가 타이트하게 뱉는 랩은 곡의 주제를 선명하게 끄집어내고, 스월비의 나른한 무드가 만드는 후반부는 묘하게 씁쓸한 여운을 준다. 자신의 경험과 상황, 감정을 세세하게 담아, 사회의 부조리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랩/힙합 음악이 지닌 큰 매력 중 하나다. “PRIDE”는 그 매력이 가득하다.




    장준영

     

    배현이 - FONK! (with Lim Haeum)

    배현이는 프로듀서로서, 래퍼로서 남들과는 유독 많이 다르다. 기존 아티스트와 비교하기엔, 그 색채가 무척 고유하다. [자유주제](2022)에서도 들려줬던 개성은 "FONK!"에서 더욱더 폭발한다. 드럼 앤 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솟구치는 사운드로 4분을 내리 달린다. 힙합, 일렉트로닉, 재즈 등등, 여러 장르를 끊임없이 변주와 해체, 그리고 융합을 반복해 활력을 발산한다. 배현이와 림헤엄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프로덕션에 어울리는 시너지를 완성했다. 특히 랩과 보컬이 섞이고 다양한 질감의 코러스가 틈입하면서, 밝고 들끓는 에너지가 즐겁게 만든다. 배현이의 존재감은 올해도 굉장하다.

     

    저스디스(JUSTHIS) - GOAT (Feat. 머쉬베놈, 다이나믹 듀오(Dynamicduo))

    "GOAT"는 저스디스(JUSTHIS)에게 흔히 기대하는, 공격적이고 날 것 가득한 모습이 듬뿍 담긴 곡이다. 개성 없는 래퍼에 대한 직언과 함께 가십과 비난에 대한 호전적인 태도로 뜨겁고 맵게 일관한다. 또한 자신의 실력과 더불어 (유일한 정규인) [2 Many Homes 4 1 Kids](2016)를 향한 자부심을 빠르고 거친 랩으로 당당히 드러낸다. 물론 평소 잘하던 것을 다시 해낸 점에, 기존의 곡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낄 여지도 있다. 그러나 주변의 풍경이 바뀐 덕에 새로운 만족감을 유발한다. 머쉬베놈 특유의 너스레를 떠는 듯한 말투, 마치 레게 보컬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후렴구, 다이나믹 듀오(Dynamicduo)에게 종결부를 맡겨 군더더기 없이 끝낸 선택도 좋다. 최근 저스디스의 결과물 중 가장 두드러진다.

     

    혜민송(hyeminsong) - Goodnight Goodnight (Feat. 그냥노창, 넉살, 쿤디판다(Khundi Panda))

    레이블을 중심으로 활력적인 행보를 이어온 혜민송(hyeminsong)의 결과물 중, "Goodnight Goodnight"은 프로듀서로서의 개성을 쉬이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깔끔하게 소리를 떨어뜨리는 트랩 비트, 진득하고 공격적으로 공간을 품는 신스와 일렉트로닉 소스로 쓸쓸하고 비장한 이별의 분위기를 가꿔냈다. 단연코 혜민송이 잘하는 프로덕션이다. 음습한 느낌의 가성으로 곡을 이끄는 그냥노창, 자전적인 이야기로 굉장한 몰입감을 주는 넉살, 차지게 소리를 찍어내는 쿤디판다까지, 피처링한 세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도 끝내준다. 특히 발성과 발음에서 탁월한 두 래퍼가 연달아 등장한 덕에 랩에서 얻을 수 있는 쾌감이 증대된다. 여느 타이틀곡보다도 근사한 수록곡이다.




    황두하

     

    던밀스(Don Mills) - 새깅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Feat. ODEE & oygli)

    던밀스(Don Mills)의 유쾌한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 ‘새깅(Sagging)’이라는 힙합의 특정한 문화를 끌고 와 자신의 태도와 멋을 매우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소개팅 나갈때도 saggin’ 추석에도 saggin’ 설날에도 saggin’ 설마이거 saggin’ 해도 되냐 싶을때도 saggin’’이라고 속삭이듯 랩 하는 부분에서는 던 밀스의 랩 스킬과 독특한 유머 코드가 절묘하게 뒤섞여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각자의 매력을 잘 살려낸 오디(ODEE)와 오이글리(oygli)의 벌스도 듣는 재미를 더한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808드럼과 묵직하게 귀를 울리는 베이스, 비장함을 더하는 신시사이저를 활용해 각 파트마다 다르게 연출한 프로덕션도 인상적이다. [인생을 바꿀 앨범]에서 가장 가벼운 느낌의 트랙이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성장을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곡이다.

     

    비프리(B-Free), 허키 시바세키(Hukky Shibaseki) - INDO

    “INDO”는 단순히 대한민국 도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곡이 아니다. ‘인도’라는 소재를 통해 대기업의 횡포와 같은 사회의 모순을 짚어내며, 듣는 이에게 안온한 일상의 균열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러나 비프리(B-Free)는 교조적인 태도를 보이기 보다는 그저 자신의 일상과 감상을 풀어낼 뿐이다. 여기에 대마초에 대한 은유를 살짝 섞어낸 것도 흥미롭다. 리듬을 자연스레 밀고 당기는 천부적인 그루브의 래핑은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사이키델릭한 신시사이저와 가볍게 떨어지는 드럼은 곡 전체에 날이 선 분위기를 깔아 묘한 공격성을 느끼게 한다. 허키 시바세키(Hukky Shibaseki)는 낮고 건조한 톤의 래핑으로 비프리의 말에 대답하듯 이어 나가는 것도 인상적이다. 힙합이 가진 날 것의 매력을 극대화한 곡이다.

     

    플리키 뱅(Fleeky Bang) - 불 (火) (Feat. CHANGMO)

    “불 (火)”에서 플리키 뱅은 망설이지 않는다. 쉬는 구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랩을 그야말로 ‘쏟아’낸다. 허스키한 톤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와중에도 플로우가 흔들리지 않고, 적재적소에 꽂히는 라임이 듣는 재미를 극대화한다. 비장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Yo, 창모형, 난 해열제가 필요, 너무 hot해서 항상 고열’같은 라인으로 헛웃음을 자아내는 유머를 끼워 넣어 적절히 분위기를 환기한다. 게스트로 참여한 창모는 최근 몇 년간 보여줬던 것 중에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다. 플리키처럼 빠르게 내달리면서 중간중간 긴장감을 풀고, 일부러 발음을 뭉개면서 플로우를 이어가는 등 다채로운 구성의 랩으로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든다. 위협적인 신시사이저와 저지 클럽(Jersey Club), 드릴(Drill) 등을 기반으로 한 드럼 파트 역시 속도감 있게 진행되며 랩과 템포를 맞춘다. 가히 ‘올해의 뱅어’라고 할 만큼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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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amplerP (2025-01-16 14:01:45, 211.230.160.**)
      2. 사이트에 HTTPS좀 적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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