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인터뷰] 버벌진트 & 델리보이 - 델리보이 핫!트랙 위에서 펼친 또 다른 랩 게임
- rhythmer | 2009-12-21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한동안 만나기 힘들 것 같았던 버벌진트의 새로운 LP 앨범이 발표된다는 소식은 많은 힙합팬을 설레게 했다. 지난 10월, 드디어 결과물이 공개됐고, 그 안에는 새로운 프로듀서의 음악과 함께 변화한 감정의 덩어리가 담겨 있었다.리드머(이하 '리'): [무명] 이후, 오랜만에 보네요. 이번 앨범은 어떻게 발표하게 되었나요?
버벌진트(이하 '진'): 올해 3월에 제가 먼저 델리보이에게 연락을 했어요. 원래 제가 가지고 있던 그림은 이런 15트랙 짜리 앨범은 아니었고 EP규모로 부담없이 뚝딱뚝딱 해서 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왜냐면, 델리보이 비트가 맘에 드는데, 제가 기존에 해왔던 비트들과는 색깔이 많이 달랐거든요. 그래서 색다른 시도의 느낌이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7곡 정도만 하려고 했었죠. 그런데 작업을 하는 도중에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스타일도 델리보이가 많이 보여줘서 자극을 받으며 하다 보니 곡이 늘어나더라구요. 또, 4월 이후에 많은 분이 세상을 떠나셨잖아요. 이런저런 사건들도 많았는데, 제가 받은 충격도 컸고, 그런 것들이 가사적으로 많이 나오면서 양이 늘어났어요. EP나 프로젝트라고 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내용적인 면에서 알차게 영글어서 결국엔 앨범이 되어버렸죠. 'The Good Die Young'이라는 앨범 제목까지 붙고
리: 그럼 그전에는 다른 제목이었나요?
진: 처음에는 '28년'이라는 타이틀을 생각했었어요. 12월 생일이 지나면, 만 29세가 되거든요. 28년을 꽉 채운 셈이 되는데, 28년이 된 지점에 내놓는 이야기라 한글로 '이십팔 년'이라고 하려고 했었죠.
리: 한글로 썼으면, 굉장히 재미있었겠는데요? 중의적인 의미도 있고. (전원웃음)
진: 그러다 어느 순간 좋은 것, 좋은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에 자극을 많이 받아서 타이틀을 'Good Die Young'으로 바꾸게 된 거에요.
리: 전에 랩으로 공개했던 앨범 제작일지에 따르자면, 고(故)노대통령의 서거가 첫 번째 계기가 된 건가요?
진: 시간적으로 전후가 정확히 떠오르지는 않는데요, 거의 그 즈음일 거예요. 근데 워낙 많은 분이 돌아가셨잖아요. 사실 제가 장진영 씨의 골수 팬이었어요. 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여자연예인이 소녀시대가 아니라 장진영 씨일 정도였으니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건강하셨던 저의 큰아버지께서 건강이 심하게 악화되셨어요. 그 일도 '좋았던 시절, 좋은 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들었어요.
리: 처음에 버벌진트라는 뮤지션이 작업을 하자고 했을 때 어땠나요? 신인 프로듀서에게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델리보이(이하 '델'): 처음에 진태형이 같이 작업을 해보자고 했을 때는 의아했어요. 평소 형 음악작업 스타일은 제가 만드는 음악 스타일과는 완전 다른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저 스스로 어떤 스타일이 나올까 두려운 것보다 호기심이 많았어요. 굉장히 좋은 음악이 나올 것 같았고, 한번 작업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어요.
리: 버벌진트 씨가 특별히 주문한 게 있었나요?
진: 처음엔 '네가 가지고 있는 비트들을 보내줘 봐. 그 중에 맘에 드는 걸 가지고 작업을 해보자.' 라고 했었는데,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런 주문 저런 주문을 하다 보니 집착 같은 게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작업 도중에 제가 델리보이한테 점점 더 많은 압박을 줬어요. (델리보이를 보며) 그렇지 않았나? (웃음)
델: 그런데 곡을 보내주면, 받은 다음날 바로 가녹음으로 완성돼서 저한테 왔었어요. 의심할 여지가 없었죠. 곡이 달라도 소화를 잘했구요. 제이지(Jay-Z) 같은 경우는 곡마다 스타일이 다른데도 비트에 따라 스타일이 변하잖아요. 그런 거 보면서 한국판 제이지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 그런 발언을 조심해야 해. 되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니까. (전원웃음)
델: 제가 느끼기에는 그랬어요.
진: 마치 이런 거죠. 친구와 지하철을 같이 탔는데, 제가 옆 친구한테 ‘야, 너 정우성 닮은 것 같아.’ 라고 하면, 사람들이 다 쳐다봐서 다 민망한....
리: 뭔지 알 것 같아요. (웃음) 혹 작업하면서 진트 씨가 피곤하게 한 부분은 없었나요? (웃음)
델: 형이 절 피곤하게 한 건 없고요, 제가 형에게 폐를 끼친 게 있어요. 제가 거의 믹싱 작업을 다 했는데, 사실 믹싱에는 자신이 없었어요. 원래는 앨범이 9월에 나오기로 했지만, 믹싱에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발매가 미뤄진 거죠.
진: 창작에 있어서는 굉장히 의사소통도 잘되고 효율적으로 빠르게 진행이 되었는데, 이후에 후반 사운드작업에서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어요. 델리보이가 믹싱 작업에 전문가가 아닌 것도 있었지만, 제가 믹싱에 신경을 많이 쓰기도 했어요. 델리보이 믹싱 말고 고승욱 기사님, 오형석 기사님이라고 두 분다 원래 유명하신 분인데, 그 분들에게 제가 부탁드렸어요. 고승욱 기사님 세 곡, 오형석 기사님 한 곡을 맡겼어요. 뭐랄까 상대적으로 [무명]이나 [누명] 같은 앨범은 음악 자체가 돈을 많이 들여서 믹싱하기보다는 굉장히 개인적인 느낌으로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운드로 가는 게 되려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었지만, 이번 델리보이 사운드는 그런 사운드가 전혀 아니고 방대한 사운드들이 많았어요. 영화로 예를 들면, [무명], [누명]은 톤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 델리보이는 미국 액션영화 같다고 할까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돈도 더 많이 들었어요. 참고로 고승욱 기사님께 믹싱을 맡기면, 우리나라에서 한 곡당 가장 많은 예산을 쓸 수 있죠.
델: 굉장히 잘하세요.
진: 고승욱 기사님하고 작업을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조절도 많이 했어요. 한국 사람들 귀에 와 닿으면서도 이런 사운드가 가진 멋을 잘 살려주신 것 같아요. 양쪽을 다 충족시킬 만한 사운드였죠. 만족하는 편이에요.리: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델리보이 씨가 지향하는 스타일은 미국의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인 것 같은데, 맞나요?
델: 저도 아직 제 스타일을 잘 모르겠어요. 이번 앨범 트랙들은 선망하는 외국 프로듀서들을 롤모델 삼고 영향받아서 만든 곡들이에요. 저는 팀발랜드(Timbaland)나 팔로우 다 돈(Polow Da Don) 같은 멀티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공부 많이 해서 내공을 많이 쌓으려고요.
리: 방금 말씀한 프로듀서들이 음악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나요?
델: 네. 저는 팀발랜드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는 저도 샘플링을 많이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샘플링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냥 제 음악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코드도 모르는 상태에서 키보드도 쳐보고 하다가 팀발랜드의 음악 알게 됐는데, 충격을 먹었어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됐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최근에 영향을 참 많이 받았어요. 국내에서는 테디나 용감한 형제, 이트라이브 같이 힙합을 기반으로 대중적인 음악도 잘 만드는 프로듀서가 되는 게 목표에요.
리: 힙합을 기반으로 하되 대중적인 부분과도 결합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델: 네. 맞아요.
진: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씀드리는 건데요, 용감한 형제, 이트라이브, 테디, 이런 사람들이 지금 대중가요의 중요한 플레이어들로 자리 잡았잖아요. 굉장히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일반 대중은 좋으면 듣는 거지만, 그 곡 속에 힙합의 요소가 담겨있는 거니까요. 반대로 국내에서 '훅송'이라고 부르는 곡들이 판을 치고 있어서 못 들어주겠다는 반응도 있는데, 전 이게 힙합방식이 가요계에서 먹힌다는 걸 증명한 것 같아서 좋아요. 소녀시대의 «Gee»같은 곡은 솔직히 감동하고 전율 했었구요.
델: 명곡이에요. 명곡
진: 믹싱도 굉장히 잘했구요.
리: 소녀시대의 그 곡은 '90년대 먹통힙합이 최고!'라고 외치는 사람들 중에도 감동 속에 들은 분들이 많으니까요. (전원웃음) 그럼 진트 씨의 랩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이번 앨범에서는 전체적으로 여전히 자신에 대한 과시가 은근히 숨어 있으면서 그동안 쌓인 오해에 대해 해명하기도 하고 상당히 지쳐있는 감정을 호소하기도 하네요. ''Ordenary Man'', ''R.E.S.P.E.C.T'', ''Dramas Of Life'' 같은 곡들 말이에요. 여러 감정이 섞여 있는 느낌이 이전 작들과 다른 느낌인데,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가요?
진: 그런 생각은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R.E.S.P.E.C.T''의 가사도 특별히 2009년에 와서 한 생각은 아니구요. 저는 진실로 대하는 사람에겐 리스펙트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심지어 저와 말썽이 있었던 사람들에게까지도요. 단지 지금이 그걸 표현할 시기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무명]이나 [누명] 때는 그런 이야기들을 가슴에 담고는 있지만, 꺼낼 틈이 없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부모님을 원래는 사랑하는데, 최근에 부모님과 마찰이 있었다면, 갑자기 부모님한테 사랑한단 말을 꺼내기가 힘들잖아요. 마찰이 어느 정도 잦아들고 분위기가 바뀐 상황에서야 그동안 말 못한 원래 감정을 말한다는 것과 같은 거죠.리: 어쨌든 가사에서 공격적인 부분이 많이 누그러진 건 맞지 않나요?
진: 음... 근데 포장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제가 그만큼 약삭빠르지 못했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른바 사람들이 말하는 힙합 찌질이를 까는 노래들이 있었다면, 그렇지 않은 노래들도 이전부터 상당히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총체적으로 앨범에서 풍기는 분위기나 컨셉트 사진 등이 두 앨범('무명', '누명') 다 힙합 찌질이를 까는 게 주제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소지를 제공한 것 같아요.
리: 그만큼 사람들이 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느낌을 잘 전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진: ''투올더힙합키즈'' 같은 공격적인 곡을 녹음할 때도 물론, 감정을 싣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노래들, 예를 들어 ''Circles''나 ''The Grind'' 같은 곡에도 감정을 싣거든요. 제 생각은 이래요. 과거의 버벌진트를 보면서 사람들마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쌓아온 역사가 있기 때문에, 저에 대한 대표적인 이미지가 박힌 거죠. 그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The Grind'' 같은 곡에서 감정표현은 그다지 와 닿지를 않고, ''투올더힙합키즈'' 같은 곡에서 감정 표현은 날카롭게 와 닿는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역시 얘는 이런 이야기('힙합 찌질이를 까는')가 주가 되는 구나.'라고 규정되는 것 같아요. 저는 둘 다 진심으로 하거든요.리: 그럼 이번 앨범의 가사 중에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성장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의미는....
진: 솔자보이(Soulja Boy)가 미국에서 대세였잖아요.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랩을 못 들어줄 것 같은 때가 많아요. 그런데 그 친구가 어떻게든 마케팅에서 성공했잖아요. 자기 노력을 성공이란 결과로 이끌어 냈단 말이죠. 보는 사람들마다 관점이 다르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음악에 있어서 누군가의 스타일이 싫을 수는 있어도 팬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인정하고 존중하거든요. 옛날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어요. 옛날의 제 모습을 생각한다면, 이른바 스타일이 구릴 때, '쟤는 굶어 죽어야 해.'라고 까지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죠.
리: 많은 변화가 있는 거네요. 참, 이번 앨범에서 흥미로웠던 것 중 또 하나가 바로 90년대 미국 랩퍼들의 플로우를 인용한 부분이었어요. "Check The Rhime"같은.... 이번 앨범의 주제와도 관련이 있나요?
진: 과거의 클래식에 대한 헌정은 맞아요. 꼭 'Good Die Young'이라는 컨셉트를 생각해서 만든 건 아니지만.... 그러고 보면, 그게 연결될 수도 있겠네요. "Check The Rhime"에서 'I never dreamed….' 부분은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의 "Juice"에서 따온 거구요. 투팍(2pac)의 "Ambitionz Az A Ridah"에서는 'I won't deny it, I'm a straight ridah' 부분의 플로우를 따라 했어요. 저는 경의를 표하는 좋은 기분으로 한 거에요. 슬픈 기분은 아니었구요. 아! 맨 처음에는 ATCQ의 'Back in the days when I was a teenager...' 부분을 따라 한 거구요. 이번에 라임어택의 [Hommage]라는 앨범이 나왔던데, 저도 일종의 오마쥬인 셈이에요. 근데 그걸 캐치하는 사람들이 얼마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안 나오더라구요. 당시 힙합을 들은 사람들은 지금 힙합 커뮤니티에 글을 안 쓰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요즘 어린 친구들은 ATCQ나 투팍의 앨범, 그리고 비기(Biggie)의 "Juice"가 얼마나 명곡이었는지를 공감 못하니까 그것에 대해 이야기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리: 타이거 JK 씨와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진: JK 형님의 [Feel gHood Musik]이 나오기 얼마 전부터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어요. 왜그랬는지 모르지만, 마음이 동해서 어린 아이가 앨범을 기다리는 것처럼 흥분했었죠. 더블 앨범이라는 것도 무게감이 상당했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듣고 있는데, 제 이름이 나오는 트랙이 하나 있더라구요. 거기에서 깜짝 놀랐거든요. 정확히는 그 사실을 알기 전에 연락처를 알아내서 JK형님한테 먼저 전화를 했어요. 그러니까 앨범 수록곡에 제 이름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 상태였죠. 형님한테 "나쁜교육"이라는 곡을 하려고 하는데, 그 곡의 무게감이나 방향을 감안했을 때 형이 함께 해주면 보석같이 완성될 것 같다고 하면서 먼저 연락했어요. 형님이 흔쾌히 허락해서 진행할 수 있었구요.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때 형님은 앨범을 낸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저하고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바빴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참여해줘서 제가 혼자 했다면 나오지 않았을 아우라로 완성된 것 같아요. 다른 랩퍼에게 부탁했다면, 나오지 않았을 느낌이니까요.
리: 마지막 녹음한 곡은 뭔가요?
진: "삼박자 2010"이었어요.
델: (웃음)
진: 정말 웃긴 게 원래는 앨범 트랙이 14곡이었어요. 마스터링 전날까지 14곡이었는데, 제가 전날 밤에 마스터링이 잘 되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깅을 하다가 갑자기 영감이 와서 작업한 게 «삼박자 2010»이에요. 집에 와서 델리가 보내줬던 비트들 중에 맘에 드는 게 하나 있었는데, 아쉽게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 곡에 바로 가사를 쓰고 마스터링 전날 밤에 녹음을 했어요. 녹음이 3시에 끝났죠. 델리보이는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데, 제가 깨워서 믹싱을 부탁했어요. 이 친구랑 밤새면서 메신저로 계속 데이터를 주고 받으면서 6번쯤 수정한 후에 결국, 오전 11시쯤 완성했어요. "삼박자 2010"은 마지막 순간에 그렇게 추가된 곡이에요.
리: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제일 좋았던 곡이었어요.
진: 그 곡이 앨범 타이틀하고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가사적인 면에서도요. 상당히 피곤한 상태에서 만든 곡이지만요.
리: '피곤'이라고 하니 "La Strada"가 떠오르네요. (웃음)
진: 아, 그때도 정말 피곤했어요. 물론, 연기가 많이 들어간 곡이구요.
리: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는 '유상무상무상' 유행어를 연상시키기도 해요.
진: 근데, 저는 그거보다 먼저 생각했었어요. 옛날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었는데, '유상무상무상'하고 시기가 맞아 버렸네요.
리: 진트 씨 앨범을 보면, 가끔 이렇게 의외의 트랙들이 하나씩 있어요.
진: 저는 그걸 유머라고 하는 건데, 듣는 사람들은 싫어 하더라구요. (전원웃음)
리: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뭐에요?
델: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삼박자 2010"이에요. (리: 역시 갑자기 자다가 깨서 만들어서....) (전원웃음) 진짜 제일 기억에 남아요. 음악작업으로 밤을 새본 건 그게 처음이었어요.
진: 아 진짜? 너는 아직 멀었구나. 음악작업으로 밤을 200번은 새워봐야 내공이 좀 쌓였다고 할 수 있지. (웃음)
델: 아, 그런 거였어요?진: 저는 "Quiz Show". 일단 스토리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라 애착도 가고, 항상 그 이야기를 가사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고민만 하다가 어느 날 역시 조깅을 하다 실마리가 풀렸어요. 그래서 하루만에 가사를 다 썼고요. 새삼 '내가 진짜로 담고 싶은 이야기는 이렇게 작품이 돼서 나오기도 하는구나....'하는 걸 느꼈고요. 저 나름대로 신비한 순간이었어요.
리: 여자친구가 강요했다는 말도 있던데, 그건 어떻게 된 건가요? (웃음)
진: 강요는 아니고요, 권유를 했어요. (웃음)
리: 그런데 주로 조깅하다가 영감을 만이 받나 봐요?
진: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조깅할 때 생각이 많이 나는 편이에요. 일종의 명상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리: 델리보이 씨는 어때요?
진: 저는 그냥 음악을 듣다가 어느 순간에 아이디어가 나오는 편이에요.
리: 다른 신진 프로듀서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만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델: 저는 스스로 누구보다 생각을 많이 하는 프로듀서라고 생각해요.
진: 제가 덧붙이자면, 2000년 이후의 여러 가지 힙합흐름이 있잖아요? 사람들이 쉽게 '트렌디한 힙합'이라고 표현하는데, 트렌드는 바뀌니까 '트렌디한 힙합'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구요, 서던 바운스, 808, 신시사이저의 영향을 받아서 태어난 힙합음악 스타일을 구사함에 있어서 델리보이가 누구보다 많이 했다고 느껴요. 비할 데가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수준 이하의 모방으로 그치는 것도 아니구요. 제가 그런 수준이었다면, 같이 작업하자고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무간도", "La Strada", "Check the Rhime" 같은 트랙을 뽑아내는 게 가능한 사람은 델리보이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찾고 있던 재능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흡수력도 엄청난 것 같고요. 비슷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신진 비트메이커들이 꽤 있는 걸로 아는데, 그 가운데 선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리: "무간도"에 참여한 휘성 씨와는 종종 음악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편인가요?
진: 일단은 휘성이 바쁘고 각자 생활영역이 다르다 보니 술을 많이 마실 기회는 거의 없었어요. 휘성이는 엄청난 인지도를 가진 가수로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실제 같이 작업한 곡들을 제외하고 연락이 많지는 않아요. 짧게 피드백하는 경우는 있죠. 근데 대체적으로 마음에 들기 때문에 같이 작업을 하는 거라 특별히 피드백할 부분이 없어요. 코드도 맞는 부분이 꽤 있구요. "무간도"는 저 혼자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델리보이와 휘성을 포함한 셋이 주인공인 트랙이에요. 델리보이의 비트가 아니었다면 그런 스타일의 랩을 끄집어 내지 않았을 테고, 휘성이 그런 식의 노래를 끄집어 낼 수도 없었을 거예요. 휘성이 다른 데서는 그런 노래를 부를 일이 없거든요. 노래 멜로디는 제가 썼는데요, 멜로디 역시 휘성이 아니면, 불러줄 사람이 없었구요. 셋이서 서로를 균형있게 상승시켜주는 트랙이 되었던 것 같아요.
리: 잠깐 시간을 돌려보죠. 오버클래스가 한창 디스전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진: 시기가 지나서 자세한 것 까지는 떠오르지 않아요. 왜냐면, 굉장히 다양한 감정이 섞여있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달랐던 것 같아요.
리: 리더로서 너무 뒤에만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공식적인 발언이 하나도 없었잖아요.
진: 제가 직접 연관되어있었던 디스들은 가슴에서 나와서 한 디스라고 해야 하나요? 전략이 뒤에 숨어있는 디스가 아니었어요. 오히려 제가 손해 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쏟아진 디스였죠. 그런데 반대로 올해 초쯤에 제가 연관되지 않았던 오버클래스와 디스전들을 봤을 때는 약간 전략을 깔고서 행동을 취한 게 아닌가 의심이 되는 것들이 좀 있었어요. 거기에 응하는 것이 바로 전략의 도구가 되어버리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응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오버클래스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들이 일종의 설정에서부터 오는 것 같았어요. 전략의 한 단계, 스텝으로 느껴져서 그 게임의 산통을 깨고 싶었어요. 그 게임의 상대방이 되어 준다는 게 싫었구요.
리: 알겠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이나 계획된 것들이 있나요? 조PD 씨와 프로젝트 계획도 들리던데....
진: 조PD씨와는 거대한 앨범은 아니고, 프로젝트 싱글 규모의 무언가를 할 것 같아요. 라이머 형이랑 조PD 씨가 같이 설립한 브랜뉴 스타덤에서 일종의 동등한 파트너 위치에서 그런 작업을 해보자고 해서 나온 이야기이구요. 종속적인 관계는 아니에요. 그런데 아직 명확하게 전달이나 발표가 된 게 없어서 그런지 이런저런 다른 소리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독자적인 작업으로는 시간적으로 많이 부족해서 과거에 비해 많은 작업을 하지는 못하지만, 계속 계획을 가지곤 있어요. 사수자리 Vol.2 믹스테입을 만들어서 어떻게 배포할지는 모르겠어요. 그것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리: 일단 정규 앨범을 안 내겠다는 말은 없어진 건가요? 가능성은 계속 있는 건가요?
진: 근데 그게 확정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워요. 앞으로 2009년 같은 시간이 안 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작업할 수 있는 여유가 많이 달라질 것 같아요. 곡을 발표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어요. 만든 것을 발표해서 들려주고 싶은 마음은 없어지지 않을 거구요. 이번 앨범도 만들면서 심적으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산통을 겪고 나온 앨범이었죠.
리: 어쩌면, 델리보이 씨가 버벌진트의 마지막 정규앨범을 같이 한 프로듀서가 될 수도 있겠네요? (웃음)
진: 그런데 그걸 단언하면, 나중에 무언가를 말했을 때 번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뭐라 딱 잘라서는 말하기가 어렵네요.
리: 델리보이 씨 는 어떤가요?
진: 저는 제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요. 자기발전의 시간이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부족한 점을 많이 느껴서요. 믹싱이라던지 음악을 제작하는 능력에 있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리: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진: 이번 앨범이 판매로 보나 음원으로 보나 분위기상으로 많이 퍼지고 있고, 많이 팔리고 있어요. [무명]이나 [누명]이 내성적인 사운드였다면, 이번 앨범은 델리보이의 사운드가 덧붙여 지면서 사운드가 넓어지고 사람들에게 친절해진 것 같아요. 100명에게 들려줬을 때 이게 더 매끈하다는 반응이 나올만한 앨범이 된 것 같아요. 심지어 부모님 세대에게 들려드려도 «사운드적으로 이게 더 흥겨우면서 확 와 닿는다, 스케일이 다르네.»라고 반응하시더라구요. 제 생각에도 [무명], [누명]이 가지고 있던 개성과 [The Good Die Young]의 개성은 완전히 다른 거라고 생각하구요. 지금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누명]의 2탄을 기다렸던 사람들, 그 몇 천명도 안 되는 몇 백명의 사람들이 유난히 인터넷에 글을 많이 쓰는 사람들 같거든요. 그런 분위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는 '다른 색깔의 앨범을 낸 것이 발걸음을 잘못 내디딘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같아요. 저는 [누명] 2탄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되게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무명], [누명]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The Good Die Young]이 가진 가치는 완전 다른 의미라고 생각해요. 결국, 어설픈 힙합마니아들보다는 음악에 담겨있는 진실성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제가 만나고 싶어하는 팬들이구요. 그런 면에서 이번 앨범은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하고 만족하고 있어요. 그리고 '델리보이 핫 트랙'이라고 인트로에 나오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가 꽤 많은 것 같은데, 한 말씀 드리고 싶어요. 심지어 델리보이's 핫 트랙' 아니냐면서 문법을 가지고 트집잡는 글을 봤는데, 그렇게 하면 더 촌스러운 거에요. 물론, 한국의 초.중.고 에서 배운 영어상으로는 그게 맞는 거지만, 이건 다른 영어거든요.
리: 그런 것까지 설명을 해줘야 하는 건가요?
진: 오히려 힙합마니아가 아닌 사람들은 그걸 의식도 안하고 좋게 듣는데, 익숙할 만한 힙합 마니아들이 그걸 두드러지게 듣고 불만을 제기하는 게 아이러니해요. 물론, 소수지만, 그게 진짜 마음에 안 들면 CD를 가지고 오세요. 제가 환불해 드릴게요. 50원씩! (전원웃음) 그거 맘에 안 들면 엿 먹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게 마지막이에요.
기사작성 / RHYTHMER.NET 강일권, 박배건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1
-
-
- Chan Kim (2009-12-22 15:26:08, 211.217.25.**)
- 애는 아니고 스물여섯입니다.
허세를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고 앨범을 산
입장에서 몇주전 불편했던 부분을 피드백 하는 차원에서
정중하게 글로 적었고, 소소한 네티즌 의견까지 기억했다가
인터뷰에서 '엿먹으라'고 돌려주는 저 극도의 집착에
화가났을 뿐입니다.
정중한 피드백을 했는데 저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
욕설을 들었으니 저도 엿먹으라고 할 권리는 있지요.
게시판에서는 다른 사람 의견에 허세다 뭐다 쉽게 말하면서
현실에서는 말한마디 못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진심으로 적었을 뿐 허세는 아닙니다.
뮤지션도 이러한 인터뷰에 리플들은 챙겨 읽고있고
몇주전 피드백을 주었는데 설마 읽었을 까 했는데 그에 욕설을
하기에 글을 적었을 뿐 제가 존재조차 모르는 위에분과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사이버 공간에서는
아동스럽고 짧은 내뱉음이 허세와 찌질함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