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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Azealia Banks - 1991
    rhythmer | 2012-06-22 | 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Azealia Banks
    Album: 1991
    Released: 2012-05-28
    Rating: 
    Reviewer: 강일권









    아주 오랫동안 여성 랩퍼의 침체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눈에도 끼와 재능이 확연히 보이는 아질리아 뱅스(Azealia Banks)의 등장은 매우 반가웠다. 예쁜 외모, 다양한 스타일의 비트를 소화하는 랩 실력, 랩 못지않은 보컬 실력까지 겸비한 그녀는 힙합과 팝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며 ‘Monster Rap Bitch’에서 점점 ‘바비인형’이 되어가는 중인 니키 미나즈(Nicki Minaj)를 위협할만한 존재로 성장하기 충분해 보였다. 올초 이기 아질리어(Iggy Azalea)나 T.I.와 설전에서도 드러났듯이 뱅스가 내세웠던 귀여운 미소와 정반대의 ‘악명 높은 Rap Bitch’ 캐릭터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양성애자’로서 커밍아웃(coming-out)까지 감행하며, 여전히 힙합 씬 안에서는 터부시되는 것에 거침없이 맞서기도 했다. 여러모로 오랜만에 등장한 대형 신예 여성 랩퍼였다.

    그러나 그녀는 몇 번의 디스전과 지극히 마초적인 힙합 씬에 회의를 느껴서인지 랩 게임을 떠나 보컬리스트로서만 활동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을 한 건 본작을 발표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고, 그러므로 [1991]은 그녀의 첫 번째 정규 결과물임과 동시에 랩퍼로서 발표한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이 되었다. 

    일단 이번 앨범은 물리적인 구성 면에서 절대 만족스러운 작품이 아니다. 아무리 EP임을 고려한다 해도 겨우 4곡만으로 이루어진데다가, 그나마 작년 겨울에 발표됐던 “212”라는 곡까지 한 자리를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간간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발표되던 그녀의 곡들을 들으면서 첫 정규 결과물을 기다리던 이들이라면, 여간 김새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건 본작이 매우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는 점. 그러므로 앨범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선 두 가지 키워드를 알아야 한다. ‘보깅(Voguing)’과 ‘양성애자(bisexual)’가 그것이다.

    *필자 주: ‘보깅’은 게이문화의 일부분으로 시작되었으며, 패션, 혹은 사진 모델 같은 걸음걸이나 몸짓을 흉내 낸 디스코 댄스를 일컫는다.

    앨범의 타이틀인 ‘1991’은 아질리아 뱅스가 태어난 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아프리칸 아메리칸, 라티노, 게이, 트랜스젠더 등 당대 차별 속에 있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Ball Culture'를 다룬 다큐멘터리 [Paris Is Burning]이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해이기도 하다(필자 주: 이 영화에서 ‘보깅’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졌다). 또한, 90년대는 마돈나(Madonna)의 싱글 “Vogue”가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이 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모았던 시기이며, 스타일에 따라 보깅이 ‘Old Way’와 ‘New Way’로 나뉘는 기점이 되는 때였다. 이렇듯 여러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한 타이틀과 함께 동명의 곡 “1991”, “Van Vogue” 등에서도 본작의 기본 테마인 보깅이 부각된다. 이를 형상화하는 건 최근 트렌드인 힙-하우스(Hip-House) 프로덕션을 통해서다. 신시사이저와 흥겨운 퍼커션이 어우러진 보깅에 최적화된 비트 위로 뱅스는 기계적인 듯하면서도 비트를 여유롭게 지배하는 랩핑을 뱉어내는가 하면, 랩 못지않게 훌륭한 보컬 실력까지 과시한다. 

    이렇듯 프로덕션이 보깅과 만나 흥미로운 감상을 유도한다면, 랩은 그녀가 양성애자라는 사실과 어우러지며 흥미를 유발한다. 뱅스는 이번 앨범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주제를 다루기보다는 스웩에 집중하며 거침없는 욕설과 비속어를 내뱉는데, 일반적으로 여성 랩퍼들이 섹스 어필을 위하거나 상대를 비하하기 위해 사용되는 단어들이 그녀의 성정체성과 만나면서 묘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Bitch’나 ‘Cunt’ 같은 여성 비하 단어들이 뱅스를 통해서는 설득력을 부여받는 지점이 있다는 것.

    결론적으로 촉망받는 신예였던 아질리아 뱅스의 본작은 묘한 감흥을 주는 앨범이다. 확실한 컨셉트와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 그리고 물리적인 구성의 부족함 탓에 미완성된 작품의 느낌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곡 수가 앨범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절대 기준이 아님을 고려하더라도 무게 중심이 후자 쪽으로 더 기우는 건 어쩔 수 없을 듯하다. 더구나 본작이 그녀의 마지막 랩 앨범임을 생각하면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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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ulgang (2012-07-09 16:55:24, 61.109.53.***)
      2. 후항/일단 그 믹스테잎은 이전부터 작업을 진행해 오던 거라 랩을 한 것도 수록될 예정인 듯하니, 그녀의 선언대로라면, (번복하지 않는한) 그 믹스테잎이 랩을 하는 마지막 결과물이 될 듯해요. 본문에서 말씀드렸듯이 정규 스튜디오 앨범 형태로는 본작이 마지막이 될 듯하고요.
      1. 후항 (2012-07-07 00:43:47, 211.214.163.**)
      2. 질문드립니다.

        7월 11일에 믹스테잎 fantasea를 낼 예정으로 알고 있고, 공개곡 Jumanji, Aquababe, Nathan 모두 랩을 하는데 그럼 이번 믹스테잎이 랩을 하는 마지막 작업물인가요?
      1. 민기자 (2012-06-26 00:28:17, 203.236.100.**)
      2. 안그래도 즐겨들었는데 배경을 알고 들으니까 더 좋네요~
      1. 버기 (2012-06-24 13:24:16, 125.177.105.***)
      2. 엄청나요. 자기 주관 뚜렷한 음악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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