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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DMX - Undisputed
    rhythmer | 2012-09-17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DMX
    Album: Undisputed
    Released: 2012-09-11
    Rating:
    Reviewer: 남성훈









    데뷔앨범 [It's Dark and Hell Is Hot](1998)을 시작으로 2003년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인 [Grand Champ]까지 데프 잼(Def Jam) 레코드에서 DMX(디엠엑스)가 이룬 성공은 그야말로 '그랜드챔피언'의 모습이었다. 데뷔작부터 다섯 번째 앨범까지 빠짐없이 판매 첫 주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렸던 전무후무한 기록은 물론이거니와 천만 장이 훌쩍 넘는 판매량, 그리고 뒷심이 많이 달리긴 했지만, 평단의 고른 지지까지. 그는 안정적으로 힙합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랩퍼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경력을 멋지게 마무리할 것 같았다. 이런 성공은 듣는 이를 집중시키는 빈틈 없는 컨셉트와 호불호는 갈릴지라도 고유의 것으로 자리 잡는데 문제가 없었던 특유의 랩 스타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작품으로 성공리에 마무리시킨 당대의 프로덕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 그런데 사실은 그것이 모두 데프 잼의 마법 때문이었나? 콜럼비아(Comlubia) 레코드와 계약 후 우여곡절 끝에 발표한 [Year of the Dog... Again](2006)은 비평적, 상업적으로 철저하게 실패하고 DMX는 힙합 역사상 가장 빠르게 몰락한 랩/힙합 슈퍼스타로 기록돼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인물이 되었다. 뭐, 넬리(Nelly)가 맹추격하고 있지만.

    이후 지난 몇 년 동안 큰 이슈도 되지 못하는 불미스런 사건들로 간간이 뉴스에 이름을 올렸던 그가 6년 만에 다시금 앨범을 발표했다. 당연히 이번엔 ‘데프잼’도 ‘콜럼비아’도 그를 지원하지 않는다. 그를 호위하던 레이블 러프 라이더스(Ruff Ryders)도 힘을 잃고 사라진 지 오래다. 거대한 스타의 귀환이지만, 그에게 걸 수 있는 상업적 기대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DMX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결과물의 모양새는… 글쎄? 그건 너무나 뻔하고 명확하지만, 분명 한국 나이로 43세의 DMX에게 바랐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DMX는 [Undisputed]에서 이 총체적 난관을 알면서도 애써 부정하듯 옛 방식 그대로 돌파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그의 경력을 따라온 오랜 팬에게만 효과가 있을지라도 결코 나쁘지 않다. 믿어도 좋다, 정말 나쁘지 않다. DMX는 어떤 것이 되었든 현재의 트렌드를 반영한 프로덕션을 꾸리려고 하지 않고, 마치 2000년대 초반 프로덕션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무드로 앨범 전체를 감싼다. 오랜 파트너인 스위즈 비츠(Switzz Beats)가 앨범을 여는 “What They Don’t Know”와 후반부의 “Ya’ll Don’t Really Know”로 틀을 잡은 것도 물론이다. 더해서 DMX의 ‘개그 함부로 던졌다가 장편 다큐멘터리를 받아내야 할 듯한’ 심각한 작법과 특유의 발성과 추임새까지 그대로다. 랩 실력 역시 공백 기간 동안 전혀 녹슨 느낌이 나지 않고, 많은 순간 인상적인 구절을 뱉어내다 보니 이게 한 10년 전 즈음에서 날라온 앨범 같은 인상을 준다. 그리고 확실한 스타일과 좁은 스펙트럼을 가진 DMX에게 이런 녹슬지 않은 자기복제식 재현은 지금 시점에서 가장 현명한 귀환 방법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아무리 잘 재현을 했다 해도, 당대의 감흥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가 확실한 랩퍼라면 더욱 분리할 수 없다. DMX 식 파티넘버로 귀를 가장 잡아 끄는 “I Don’t Dance”의 강렬한 첫 벌스는 단순하면서 효과적이지만, 분명 10년 전이라면 다르게 들렸을 것이다. 지금은 오랜 팬이 느꼈던 감흥의 추억을 다시 이끌어내는 역할이 가장 크며, 결국 씁쓸함을 던진다. 그래서인지 [Undisputed] 주요 감상 포인트는 중간 중간 깔린 ‘페이소스’다. 이제는 반대로 그가 심각하게 자신을 반추하는 트랙들이 10년 전과 다르게 더욱 큰 울림을 준다. 하드코어 트랙들이 앨범의 큰 성격을 결정하는 사이, [Undisputed]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공백기를 지내 온 심정을 유추할 수 있는 트랙들인 “I Get Scared”, 1998년 발표했던 “Slippin’”의 멋진 후속작인 “Slipped Again”, 그리고 앨범의 단골 스킷(Skit)인 “Prayer”로 이어지는 10분이 가져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하이라이트의 감흥을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마치 DMX 특유의 스타일을 조롱하기 위해 만든 패러디 같은 “I’m Back”과 샘플링한 프레디 잭슨(Freddie Jackson)의 “Have you ever loved somebody”와 랩의 결합에 완전히 실패한 “Have you eva”가 다 깨버리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다행히 이후로는 이전 앨범과 다르게 유난히 하드코어 트랙과 소울풀 무드 트랙이 번갈아 배치되며 균형을 찾고, 비록 수년 전 공개되었지만, 앨범에서 가장 웅장하며 강렬한 “Already”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Undisputed]는 앞서 말했듯 괜찮은 컴백 앨범이자 선언이다. 비록, 그 선언이 오랫동안 DMX의 경력을 따라온 팬, 혹은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욕도 참 많이 먹으며 북미 차트를 점령하던 메인스트림 힙합을 일상 엔터테인먼트로 즐겼던 사람에게만 유효할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유효하다는 것이 아티스트의 컴백에 상업적 성과나 비평적 지지를 끌어낸다기보다는 잘 만든 고객맞춤형 즐길 거리로 유효하다는 게 어쩔 수 없이 아쉽지만, 동시에 [Undisputed]를 꽤 매력적으로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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