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제이통 - 모히칸과 맨발
- rhythmer | 2012-10-16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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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제이통(J-Tong)
Album: 모히칸과 맨발
Released: 2012-10-08
Label: 아메바컬쳐
Rating:
Rating (2020):
Reviewer: 이병주
제이통(J-Tong)이 손꼽히는 신인으로 각인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캐릭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완성도 높은 랩핑’만을 내세웠던 이들의 등장보다도 그의 시작은 훨씬 강렬했다. 제이통은 개성 있는 랩 스타일뿐만 아니라 ‘펑크’와 ‘부산’이라는 두 가지 코드를 양손에 쥐고 더 커다란 그림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다른 이들과 또 달랐다. 그리고 호평받았던 EP 이후 발표된 이번 정규 앨범에서 그는 그러한 캐릭터를 더욱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데, 결국 그것이 얼마나 더 멋지게 확장되어 나가는지가 이번 앨범의 주요한 감상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그는 인트로적 성격을 가진 곡 “깡패”로 특유의 코드를 풀어내며 앨범을 시작하는데, 뒤이어 인터루드 트랙인 “등장”이 나오며 앨범의 분위기를 한껏 조성한다. 싸이코반(Psycoban)이 기타 사운드를 드럼 플레이와 짝을 맞춰 변주하며 재미나게 구성해낸 비트의 “찌찌뽕”은 선공개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뮤직비디오를 빼놓고 보더라도 도발적인 표현이 비트와 인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트랙이다. 이미 EP를 통해 접했던 “개판”과 “구구가가”는 각각 노브레인(Nobrain), 로다운30(Lowdown 30)과 함께 록 트랙으로 거듭났다. 단선적이면서도 한층 무겁고 깊은 사운드로 무장해 꽤 충실하게 원곡을 재현해낸 “구구가가”보다도 펑크록 밴드 노브레인과 함께 한바탕 난장을 연출한 “개판”이 아무래도 그의 캐릭터나 랩 스타일과 더욱 들어맞는 면이 커서 그런지 감상의 재미가 더 크다.
타이틀 곡인 “사직동 찬가”는 그가 내세우는 지역적인 코드를 역시 강하게 내세운 곡으로 전 앨범의 “구구가가”에서 보인 가사와 비트 등, 모든 면을 가장 직접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트랙이다. 타이틀 곡이라는 점을 걷어내고 보더라도 이 곡을 앨범의 대표곡으로 뽑는데 누구라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디스토션 걸린 기타 사운드가 울림이 큰 스네어의 드럼 비트와 짝을 이루는 곡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비트나 가사의 내용 등 모든 면에서 조금 색다른 접근을 보이고 있는 곡도 있는데, 바로 “취해 부르는 노래”이다. 앨범 내내 비슷한 이야기만을 늘어놓는다는 일부의 따가운 시선을 다소 거두게 해주는 트랙이기도 한데, 그러나 그의 진솔한 내면이 들여다보인다기보다는 피상적인 표현의 나열에 머물고 있어 아쉽다. 익숙한 내용을 풀어내는 것에서 벗어났을 때 그의 가사 쓰기가 가지는 한계를 일부 드러내는 트랙으로 읽힐 여지도 있다.
사실 앨범에서 제이통의 랩 퍼포먼스에 조금 더 집중했을 때는 언급했던 특정 트랙에서 드러나는 아쉬움과는 또 다른 별개의 문제가 보인다. 이미 전 EP를 통해 접했던 “개판”과 “구구가가”가 (비록 변화가 있지만) 다시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스킷과 인터루드를 제외하면, 여섯 곡이 남는다. 단지 수록곡이 적어서 앨범에 문제가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솔로 랩퍼의 정규앨범임에도 그의 랩을 충분히 즐기기에 무리가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단체곡을 비롯해 그의 랩 벌스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곡도 일부 있다. 서두에 언급한 자신만의 코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도 사투리라는 강력한 무기 한 가지를 지녔지만, 사용하는 표현 방식이나 치밀하고 기발한 라임의 활용 폭이 그리 넓지는 않다. 뮤지션으로서 고유한 색과 캐릭터를 확립하고 그것을 집중력 있게 표현해나가는 것이 결코 단점이 될 수 없음에도, 위의 여러 가지 요인이 서로 복잡하게 작용하고 얽히며 다소 지루하거나 싱겁다는 느낌을 주게 되는 면이 있다.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제이통만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각인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그것이 앞선 EP에서 경험하고 즐겼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형태로는 아니다. 청자들이 경험했던 부분을 제대로 ‘재확인’ 시켜주며 캐릭터는 더욱 명료하게 보이지만, 도발은 줄었다. 거칠 것 없이 발을 내딛는 것 같은 그의 캐릭터와는 다르게 앨범을 만드는 그의 태도가 너무 조심스러운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P에서 그의 다른 곡이 더욱 빛날 수 있게 해줬던 트랙 “똥”의 역할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사실 쭉 늘어놓은 다른 음악적인 내용들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꼴통이 뭔지 보여줄’ 거라던 그의 첫 이야기야 말로 그를 향한 기대의 실체였을 수 있으니까. 어쨌거나 앨범의 아쉬움과는 별개로 랩퍼로서 그를 향한 긍정적 평가는 아직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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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kka (2012-10-23 14:48:54, 110.70.23.**)
- 부산은 정말 좋았는데 이번앨범은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윗분 이피와 정규는 성격부터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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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준 (2012-10-17 16:02:38, 114.207.45.**)
- 왜 EP와 정규 앨범이 달라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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