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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Kendrick Lamar - GNX
    rhythmer | 2024-12-28 | 4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Kendrick Lamar
    Album: GNX
    Released: 2024-11-22
    Rating:
    Reviewer: 장준영









    [GNX]의 깜짝 발매는, 올해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계획에 있던 것일까? 아마도 온전히 긍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 TDE(Top Dawg Entertainment)의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heart pt. 6”, 시자(SZA)와 함께 작업한 서정적인 곡 “luther”, “gloria” 정도를 제외하곤, [GNX]에 수록된 거의 모든 곡이 근래의 일과 꽤 맞닿아 있는 듯하다. 그만큼 짧은 시간에 빠르게 작업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세기의 디스전과 슈퍼볼(Super Bowl LVIII)을 둘러싼 이슈를 겪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고 뜨겁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감정을 표출해야 했을 것이다.

     

    첫 곡인 “wacced out murals”부터 그렇다. 그간의 활동과 올해의 많은 사건 사이에 자신을 건드린 이들(Yesterday, somebody whacked out my mural)에게 ‘내 즐거움을 망치기 전에 모두 죽이겠어, I'll kill 'em all before I let 'em kill my joy’라며 들끓는 분노를 노골적으로 표출한다. 더불어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과 관련해 극명하게 나뉜 외부 반응을 나스(Nas)와 릴 웨인(Lil Wayne)을 언급하여 전달한다.

     

    머스타드(Mustard)를 부르짖는 “tv off”에선 “쟤네 입은 기만으로 가득 찼지, 저 겁쟁이 놈들이 뭐라든지, They mouth get full of deceit, let these cowards tell it”라 일갈하며 굉장한 공격성을 드러낸다. “peekaboo”를 통해선 의도된 짧은 길이와 단순한 프로덕션 위로 조롱하듯 가벼운 어투로 내뱉는 랩이 상당히 중독적이다.

     

    “Not Like Us”와 함께 올해 최고의 뱅어가 돼버린 “squabble up”에선 자신의 부와 위상을 과시한다. 켄드릭의 자랑이 시의성을 만나면서 드레이크(Drake)를 비롯한 이들에게 다시 한 방을 날리는 것처럼 읽히는 부분이 꽤 흥미롭다. 잭 안토노프(Jack Antonoff)와 사운웨이브(Sounwave)가 주도한 사운드엔 쥐펑크(G-Funk)와 래칫(Ratchet)의 특징을 적절히 살린 간결한 프로덕션이 빛난다.

     

    전작보다 가벼운 듯한 앨범에서 가장 집중하게 되는 순간은 오히려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reincarnated”다. 투팍(2Pac)의 “Made N****z”를 샘플링한 이 곡에선, 전작 [Mr. Morale & The Big Steppers](2022)를 통해 한 차례 솔직하게 드러낸 인간적인 면모를 조절하려는 켄드릭의 사투가 또다시 담겨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추방된 천사 루시퍼(Lucifer)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에 ‘환생’이라는 소재를 엮었다. 블루스와 재즈를 대표하는 두 아티스트, 존 리 후커(John Lee Hooker)와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그리고 모두가 존경하는 래퍼(‘A rapper looking at the lyrics to keep you in awe’)인 켄드릭 라마까지 이어진다.

     

    기존 두 삶을 나열한 켄드릭은 반성과 후회, 그리고 다짐으로 점철된다. 통제하고 절제했지만, 분열과 갈등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다. 그것을 반성하며 너그럽게 모두를 포용하고자 다짐한다(‘모든 사람은 너의 다른 모습일 뿐, Every individual is only a version of you’ / ‘이제 삶을 화합을 위해 살기로 맹세해요, I vow my life just to live one in harmony now’). 올해 끊임없는 디스전과 논란에 지친 켄드릭의 솔직한 모습을 들려주는 동시에, 향후 방향성에 대한 다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앨범의 또 다른 특징은 신예의 대거 기용이다. 사운웨이브와 잭 안토노프, 머스타드, 샘 듀(Sam Dew), 시자 등 기존에 함께 작업하던 이들 외에도 덜 알려진 아티스트와 여럿 함께 했다. “gnx”가 대표적이다. 컴튼(Compton) 출신인 히타 제이쓰리(Hitta J3), 영 쓰렛(YoungThreat), 페이소(Peysoh)와 함께 랩 게임의 승리와 영광을 함께 나눈다. 특히 ‘누가 서부를 맨 앞으로 두었나, Who put the West back in front of shit?’라며 자신과 신예들, 그리고 서부를 치켜올리는 후렴구가 몹시 인상적이다.

     

    다만, 켄드릭의 이전 앨범에 비해선 꽤 난잡한 느낌도 강하다. 3분 내외의 짧은 구성과 웨스트 코스트 힙합의 향수를 일관되게 풍기고 있지만, 곡 간에 단절되고 끊기는 모양새가 자주 일어난다. 헤비한 비트의 “gnx” 전후로 서정적인 사운드의 “heart pt. 6”와 “gloria”를 배치한 점, “squabble up”에서 끌어올린 흥취가 “luther”로 꺾이는 점이 그렇다. 단편적인 이야기를 산발적으로 배치하면서 앨범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점이 (의도와 관계없이) 전체적인 감상을 저해해 아쉽다.

     

    어떤 이들은 갑작스레 나온 [GNX]마저 걸작이며, 클래식이 되길 바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GNX]는 전작들과는 다르다. 컴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거나, 인종과 사회, 시스템을 직격하고, 개인적이고 적나라한 이야기로 메시아의 길을 포기한 지난 걸작 또는 클래식과 비교했을 때, 그 무게감이 매우 다르다. 더구나 풍부하고 치밀하게 꾸린 프로덕션으로 매 순간 일관했기에, 뱅어 중심의 짧은 신보가 자칫 평범하고 허술하게 느낄 여지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인간으로 돌아온 켄드릭에게 가장 적합한 결과물처럼 들리기도 한다. 가장 뜨거운 시점에, 당면한 이야기를, 잘하는 방식으로 쏟아내면서 그간의 무게와 중압감을 다르게 풀어낸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결과적으론 그간 행보가 맥락이 되며, [GNX]가 전작과는 상이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GNX]는 걸작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 어떤 발매작보다도 즐겁고 짜릿한 앨범임에는 분명하다. 들끓었던 2024년을 용암 같은 [GNX]로 다시 한번 선언한다. 올해는 여지없는 켄드릭의 해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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