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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리뷰] 수민, 슬롬 - Miniseries 2
    rhythmer | 2024-12-29 | 4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수민(SUMIN), 슬롬(Slom)
    Album: Miniseries 2
    Released: 2024-07-18
    Rating:
    Reviewer: 장준영









    두 솔로 아티스트가 합작 앨범을 내는 사례는 꽤 자주 있다. 다만, 보통은 여러 이유로 일회성에 그치곤 한다. 수민(SUMIN)과 슬롬(Slom), 두 사람도 [Miniseries](2021)로 재밌는 결과물을 만들었음에도 다음을 기대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그래서 흔치 않은 두 번째가 무척 반갑다. 그것도 연작으로 말이다.

     

    이번 미니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슬롬의 존재감이다. 전작에서 슬롬은 조력자에 가까웠다. 명징한 수민의 색채를 매끈하게 다듬고 일관된 결을 만드는 것에 치중했다. 그래서 여느 프로듀서만큼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던 순간이 많지 않았다. 그중 “맞닿음”과 “일단은”에선 마치 수민의 솔로 곡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정도였다.

     

    반면, 이번엔 분명히 중심을 찾아냈다. 어느 한쪽에 기울지 않고 서로 보완하며 시너지를 내, 팀으로서 온전한 결과를 담았다. “왜, 왜, 왜”가 대표적이다. 슬롬의 강점인 담백하고 깔끔한 프로덕션이 두드러진다. 소리를 공격적이고 과도하게 쏟아내는 방법 대신, 적당히 차근차근 축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단순한 리듬 패턴에 리드미컬한 베이스 소스, 은은하게 쌓이는 건반과 기타 연주를 쉴 새 없이 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하도록 구성했다. 프로덕션에 어울리도록 수민의 가창은 폭발하기보단 차분히 필요한 소리를 더했다. 곡의 모든 것이 완벽하게 합일을 이루며 경탄을 자아낸다.

     

    슬롬은 “여기저기”와 “어떻게 될 것 같애”에서도 들려줬듯이 댄서블한 프로덕션에 굉장한 강점이 있는 아티스트다. “개인사”를 통해선 펑키한 악기 소스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째깍째깍”에선 시계의 초침을 연상케 하는 비트로 리드미컬한 순간을 연출했다. 물론 잔잔한 무드의 “진짜 안녕”에서조차 비트의 존재감이 굉장하다.

     

    “텅 빈 밤”에선 반대로 수민의 역할이 돋보인다. 상실의 감정에 빠져 잠 못 이루는 모습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상황을 나열할 땐, 무덤덤한 듯 침착하게 가성과 중저음으로 노래를 부르다가도, 상대의 부재를 되짚는 가사에 맞춰 고음을 내지른다. 한밤중의 넘나드는 감정과 어울리는 퍼포먼스가 참으로 놀랍다.

     

    앨범을 마무리한 “신호등”은 수민과 슬롬이 함께했기에 만들 수 있는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절묘하게 융합한 보사노바 리듬과 드럼 앤 베이스(Drum & Bass)도 굉장하며, 군더더기 없는 가사와 함께 고막을 아름답게 감싸는 듯한 수민의 보컬 또한 곡을 무척 여유롭게 만든다. 자칫 둔탁해질 수 있던 분위기와 질감은, 하나의 현악기처럼 들리게 하는 수려한 가창이 붙으면서 부드럽게 재구성되었다.

     

    ‘1편보다 나은 2편은 없다’라는 속설이 있지만, 두 사람에겐 민망할 정도로 의미 없는 말이 되어버렸다. [Miniseries 2]로 전작을 보완한 동시에 팀으로서 어떻게 호흡해야 하는지를 새롭게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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