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리뷰] 에이프 오브롱 - Ape Has Escaped
- rhythmer | 2025-05-22 | 3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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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에이프 오브롱(Ape Oblong)
Album: Ape Has Escaped
Released: 2025-03-26
Rating:
Reviewer: 남성훈
신인 힙합 프로듀서 에이프 오브롱(Ape Oblong)의 데뷔 EP [Ape Has Escaped]는 기대치 못했던 만족감을 안겨준다. 우선 앨범의 타이틀과 영화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에서 가져온 커버가 예사롭지 않은 프로듀서명과 엮이며 이목을 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음산한 건반 멜로디에 날카로운 전자음이 섞여 파열할 듯한 첫 곡 "Cage"부터 마지막 "Freedom"까지, 에이프 오브롱의 프로덕션은 프로듀서가 주체인 앨범의 가치를 새삼 짜릿하게 드러내는 좋은 예시다. 기분 나쁜 긴장감과 웅장함이 엉켜가며, 미지의 세상에 던져진 혼란을 그려내는 듯한 사운드는 마치 제리 골드스미스(Jerry Goldsmith)의 [혹성탈출] 영화음악을 향한 새 시대의 헌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The Hunt"를 떠올리는 또 하나의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 "Ape Has Escaped"는 그 정점이다. 비트의 견고함과 독특함 덕분에 의도했을 아이디어에 오롯이 집중하는 데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트랙의 제목을 쭉 이어가다 보면, 에이프 오브롱이 구성했을 서사를 미리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케이(EK), 오도마(O'Domar)를 비롯해 다섯 명의 래퍼가 이를 구체화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랩이 꽤 효과적인 것은, 앨범의 치밀한 컨셉에서 다소 벗어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에이프 오브롱이 주제어만 던져주고 각자의 이야기를 뱉은 듯한 랩은 [Ape Has Escaped]의 장르 색을 뚜렷하게 한다.
감정이 폭발하는 "Apeshit"에서 스카이민혁(Skyminhyuk)의 어설픈 감정연기처럼 아쉬운 지점도 존재하지만, 모두 수준급의 랩을 양껏 담아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후반 오도마와 로한(Rohann)이 참여한 "Vision"과 "Freedom"은 개인에서 사회로 이어지는 통찰력을 잘 담아내며, 산만할 수 있었을 앨범을 중량감 있게 마무리한다.
에이프 오브롱은 짧다면 짧은 25분, 총 일곱 곡을 통해 실력 있는 프로듀서임을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고유한 무드와 컨셉으로 주목도를 높인 후, 충분히 즐길만한 랩/힙합 앨범으로 마감했다는 것이 신선하다. [Ape Has Escaped]는 한국 힙합 애호가는 물론, 완성미 있는 장르 음악을 찾아 듣는 이들이 경험해 볼 가치가 있는 흥미로운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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