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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Dijon - Baby
    rhythmer | 2025-09-22 | 2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Dijon
    Album: Baby
    Released: 2025-08-15
    Rating: 
    Reviewer: 황두하









    [Baby]는 디존(Dijon)의 첫 정규앨범 [Absolutely](2021)과 직접적으로 이어진다. 전작에서 연인과 결혼까지 이르는 과정을 사랑에 대한 낭만과 열정을 담아 풀어냈다. [Baby]의 첫 곡 “Baby!”에서는 가정을 이룬 후 처음 태어난 아이를 마주하는 기쁨을 아주 격하게 토해낸다. 이어지는 “Another Baby!”에서는 바로 둘째를 갖자는 발칙한 제안을 한다. 어떠한 순간에도 자신을 무조건 지지해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는 “Fire!”까지 이어지는 앨범의 전반부는 가족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을 말 그대로 ‘분출’한다.

    비선형적인 리듬 진행, 필터 등 각종 효과로 디지털 가공한 보컬, 로우파이(Lo-fi)한 질감으로 마감한 사운드는 환희로 주체하지 못하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다. “Another Baby!”의 인트로에 디제이 퀵(DJ Quik)의 “Do I Love Her?”를 인용한 것처럼 샘플링을 활용하거나 목소리의 잔향을 샘플링해 곡 전반에 깔아놓는 등 소스들을 적극 활용하고 사이키델릭의 기운을 껴안은 프로덕션은 매우 독창적이다.

    흥미로운 건, 멜로디 라인 자체는 굉장히 정석적으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음향 효과들과 소스들을 활용해 전에 없던 사운드를 완성했다. 일례로 “Fire!”에서는 중독적인 후렴구와 유려하게 흘러가는 벌스에 효과를 잔뜩 먹이고, 후반부에 내지르는 창법과 각종 효과음을 덧입혀 마무리했다.

    감정이 과해질 때쯤 아내가 그를 중재하는 “(Referee)” 이후로 이야기는 무거워진다. 수많은 실패와 고뇌 속에서 괴로워하던 자신을 떠올리며 자식도 그러지 않을지 두려워하는 “Rewind”, 오랜만에 재회해 노쇠해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My Man”, 관계에 대한 의심과 불안감을 토로하는 “Loyal & Marie”까지. 기쁨의 이면에 찾아오는 고통의 순간들은 그의 이야기를 더 입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음악도 한층 차분해진다. 오르간, 어쿠스틱 기타, 피아노와 같은 악기로 단출하게 진행되며 가스펠, 엠비언트 사운드까지 껴안는다. 여기에 전반부와 같은 음향 질감을 적용해 프로덕션의 기조를 이어간다. 그러나 내용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것이 불안감과 먹먹한 감정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혼란 속에서 다시 한번 사랑을 갈구하는 “Automatic”을 지나 온전한 사랑 속에서 평화를 찾은 “Kindalove”에 이르면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직설적인 가사와 감정을 토해내는 듯한 보컬로 이야기에 깊이 몰입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앨범을 들을 때면 마치 다른 차원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Baby]는 그야말로 전위적이다. 즈자(Gza)와 올 더리 바스타드(Ol’ Dirty Bastard)가 1991년에 했던 프리스타일 영상을 샘플링해 곡의 앞뒤에 삽입하고, 곡 중간에 상승하는 신시사이저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Automatic”은 앨범의 사운드를 대표한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스들을 충돌시키고, 여러 질감을 덧칠해 감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거대한 경험이다. 디존의 아이 이름이 ‘Baby’인 것처럼, [Baby]라는 작품 역시 생명의 탄생과 닮았다. 전에 없다고 느낄 만큼 새롭고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듣는 경험은 그야말로 경이롭다. 이 앨범을 듣고 나면,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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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2025-10-03 11:39:41, 172.225.216.***)
      2. 2025 AOTY급
      1. ...? (2025-09-24 08:17:28, 112.170.80.**)
      2.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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