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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콜 리뷰] Smif-N-Wessun - Dah Shinin’
    rhythmer | 2009-10-23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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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st: Smif-N-Wessun
    Album: Dah Shinin’
    Released : 1995-01-10
    Rating : +
    Reviewer : 강일권






    90년대 힙합 씬에 내린 황금기의 축복은 비단 메인스트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실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언더그라운드 MC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열정을 쏟아내고, 또 청자들은 그에 못지 않는 열렬한 환호와 지지를 보냈던 시기가 바로 그 시절이었다. 물론, 한순간 타올랐다가 재가 되어버린 이들도 많았지만, 많은 사람이 당대를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절정기라고 회상하는 데에는 그만큼 많은 독립레이블이 생겨났으며, 무엇보다도 우 팸(Wu-Fam)과 D.I.T.C(Diggin" In The Crates)같은 굵직굵직한 집단들이 출현했던 시기라는 이유가 크게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둘보다는 인지도가 좀 덜했지만, 밀리터리-마인드(Military Mind)라는 상당히 과격한 정신을 내세우며 유대관계를 형성했던 붓 캠프 클릭(Boot Camp Clik-Black Moon, Originoo Gunn Clapaz, Cocoa Brovaz, Buckshot, Heltah Skeltah, Bucktown Juveniles, Jahdan, Illa Noyz) 역시 씬의 절정기를 이끌었던 주요 언더그라운드 집단이라 할 수 있으니, 이들이 집단으로서, 혹은 개별적으로 내놓았던 양질의 작업물들 중에서도 특히, 나의 귀를 끌었던 작품이 바로 지금 소개할 스미프 앤 웨슨(Smif-N-Wessun)의 [Dah Shinin"]이다-스미프 앤 웨슨은 본 작의 성공 이후, 유명한 총기 회사인 스미스 앤 웨슨(Smith & Wesson)이 자사의 총기 명과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걸어 온 소송으로 인해 이름을 코코아 브로바즈(Cocoa Brovaz)로 바꾸었다가 다시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앨범에는 거칠고 둔탁한 드럼비트와 두터운 베이스 라인, 그리고 간간이 사용된 스크래치와 총소리 샘플 등, 당대 언더그라운드 사운드의 어둡고 거친 면이 진하게 스며들어 있다. 이 점은 본 작이 오늘날까지도 본토의 많은 힙합 팬들이 90년대의 숨은 걸작으로 회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며, 이러한 호평은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5인조 프로듀싱팀, 비트마이너즈(Da Beatminerz-DJ Evil Dee, Mr.Walt, Chocolate Ty, Babee Paul, Rich Black)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미 블랙문(Black Moon)의 앨범을 통해 비트메이커로서의 실력을 선보인 바 있는 디제이 이블디(DJ Evil Dee-Black Moon의 멤버이기도 하다)와 그의 형제, 미스터 월트(Mr.Walt)를 주축으로 하는 이들은, 강한 킥과 스네어를 이용한 거칠고 탁한 비트를 밑바탕으로 한 뒤, 베이스로 주 멜로디 라인을 연출하고, 재즈와 소울에서 따온 샘플로 곡에 감칠맛을 더하는 특유의 프로듀싱을 통해 본 작을 타이틀 그대로 ‘번쩍이게(Da Shinin')’하고 있다.

    스크래칭과 베이스라인이 오버랩(Overlap)되는 가운데, 곧바로 귀를 때리는 드럼으로 이어지며 시작부터가 당시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Timz N Hood Chek"은 흡사 르자(Rza)와 프리모(Primo) 스타일의 장점만을 합쳐 놓은 듯하며, 일그러진 드럼과 멜로딕한 베이스 라인으로 곡을 주도하고, 중간 중간 불규칙적으로 사운드 효과를 흩뿌려 놓은 "Wrekonize"라든지, 비트의 둔탁함 사이로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재지한 트럼펫이 듣는 내내 몸을 나른하게 만드는 "Bucktown"(*이 곡은 소스지에서 선정한 ‘최고의 랩 베스트 151’에서 92위에 올랐던 곡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삭 헤이스(Issac Hayes)의 명곡, "The Look Of Love"를 샘플링하여 로우(Raw)함과 멜로딕함의 기가 막힌 조화를 이뤄낸 "Stand Strong" 등은 90년대 힙합의 노스탤지어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주리라 감히 확신한다.

    여기에 더해서, 넘실대는 베이스와 짧고 빠르게 배치된 트럼펫 샘플이 조화로운 "K.I.M(Keep It Movin')" 을 비롯한 몽환적인 느낌이 일품인 "Hellucination", 그리고 기타와 피아노룹의 적절한 운용이 돋보이는 "P.N.C" 등도 스미프 앤 웨슨의 랩과 잘 맞물리며 앨범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는 곡들이라 할 수 있겠다.

    이즈음에서 앨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두 MC, 텍(Tek)과 스틸레(Steele)에게로 화제를 옮겨보도록 하자. 이들이 내뱉는 가사는 거리의 언어와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자신들을 과시하고, 경찰에게 쫓기며,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게토(Ghetto)에서의 삶의 비참함까지. 이미 수많은 갱스터 랩(Gangsta Rap)에서 되풀이됐던 레퍼토리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흥밋거리가 될 수 없을지 모르지만, 허구한 날 ‘여자 타령’에 ‘먹고 취하고 놀아보자!’ 식의 가사가 판을 치는 최근의 주류 음악들을 생각하면, 당시 이들이 들려주었던 거리의 언어들은 주제의 물림의 여부를 떠나 실로 강한 심상으로 전해져 온다. 주로 이들은 세상의 춥고 유해한 면을 묘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실제로 텍과 스틸레는 그리 특출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정제되지 않은 가운데 지적인 면을 적절히 조합하여 자신들의 정서를 표출해 나간다. 특히, 저소득층 구역에 살면서 광기의 직전에 다다른 어린 흑인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삶을 바꿔나가라고 설파하는 "Stand Strong"을 비롯하여 약을 팔고 적들은 철저하게 밞아버리는 갱스터의 삶을 스토리텔링(Story-Telling)으로 구성한 "Let's Git It On", 그리고 거리에 대한 과대망상에 시달리는 이의 모습을 잘 보여준 "K.I.M"과 'Original Gun Clappa'들의 고향, 'Bucktown'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Bucktown"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무난한듯 하지만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랩핑이 이들의 이야기에 더욱 설득력을 실어준다.

    So to be a man, the plan is to never sit, where I lay my head to rest, at night, less my guns right, Under my pillow or right near me, Nightmares don"t scare me, but what happens at night, got me neary, So fear me, cuz I"m like the ones that truce, Wit somethin in the mid section for protection
    -"K.I.M" 중에서-

    1995년에 발표되었던 본작은 여러모로 참 운이 없었던 작품이다. 당시 힙합 씬을 휘감았던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폭풍과 우탱클랜(Wu-Tang Clan), 나스(Nas),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 등으로 대표되는 동부의 대형 아티스트들의 그늘에 가리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앨범의 대표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이들의 작품이 워낙에 뛰어나기도 했지만, 그 이유가 어찌됐든, 어느 시대건 간에 좋은 음악이 주목받지 못하고 묻힌다는 사실은 아쉬운 일임에 분명하다. 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만약, 당신의 가슴 깊은 곳을 요동치게 하는 비트와 거리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랩을 원한다면, 어서 이들의 음악을 오디오에 장전하라. 그리고는 편한 자세로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당신은 어느새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90년대 게토의 뒷골목 한가운데 서있게 될 것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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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T (2009-10-25 21:37:09, 218.155.99.**) 삭제하기
      2. 아 이 앨범 들어봐야되는데 '엔터 더 스테이지' 앨범에서 피쳐링 목소리 들어보고 안들어봐서.. 아무튼 일권 형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1. TANK (2009-10-24 00:10:58, 59.29.252.***) 삭제하기
      2. 저도 상당히 좋아했던 앨범.
      1. 코카컬러 (2009-10-23 17:43:42, 118.33.62.***) 삭제하기
      2. 아 이 앨범 정말 죽는다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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