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국외 리뷰] Tech N9ne – Klusterfuk
    rhythmer | 2012-04-06 | 1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Tech N9ne
    Album: Klusterfuk
    Released: 2012-03-13
    Rating: 
    Reviewer: 강일권









    테크 나인(Tech N9ne)은 현재 수많은 극성 팬을 대동하며 인디 힙합계의 슈퍼스타를 넘어 ‘컬트 리더’라 불리고 있다. 그는 굉장히 늦게 인기가 폭발한 이례적인 케이스인데, 오랫동안 쌓인 그의 내공과 계속해서 발전해온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신을 혼미하게 할 정도의 현란한 머신 건 랩핑, 복잡한 구조로 짠 라임과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독특한 세계관, 양질의 앨범을 계속 쏟아내는 왕성한 창작욕, 공연 현장을 초토화시키는 엄청난 관객 장악력 등등… 확실히 테크 나인은 현 힙합 씬의 몇 안 되는 독보적인 존재 중 한 명이다. 그는 음악 커리어가 전환점을 맞이한 2006년부터 매해 발표한 앨범을 통해 스스로 존재 가치를 증명해왔는데, 전작 [Welcome to Strangeland]가 발매된 지 겨우 4개월 만에 또 한 장의 멋진 앨범을 내어놓았다.  

    총6곡이 수록된 이번 EP는 테크나인의 커리어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그동안 일명 ‘호러 랩(Horror Rap)’ 구사와 매우 추상적이고 기괴한 세계관을 랩에 투영해오던 것과 달리, 개인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 덕인지 가사가 주는 감흥이 더욱 남다르다. 게다가 그는 이야기를 좀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은유적인 표현의 수위를 적절히 조절하고, 내레이션으로 벌스를 꾸미거나 주제에 대해 직접 설명을 해주기까지 한다(이는 주로 해당 곡의 인트로와 아우트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테크나인으로서는 정말 친절한 배려(?)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전작들과 비교일 뿐, 그의 살인적인 플로우는 여전히 놀랍고, 예사롭지 않은 메타포 역시 감상을 만만치 않게 한다.

    본 작에서 그가 얼마나 이야기 전달에 힘을 싣고자 했는가는 프로덕션에서도 역력히 드러난다. 그는 랩퍼 겸 프로듀서와 라이브 연주자로 구성된 힙합 그룹 메이데이!(¡Mayday!)의 멤버에게 전 곡의 프로듀싱을 일임함으로써 기존의 그로테스크하고 날카로운 신스가 부각되는 비트에서 벗어나 단출하고 라이브 성향이 가미된 힙합음악으로 변화를 주는 한편, 청자가 더욱 랩에 집중하게끔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 결과 랩 못지않게 개성 강했던 프로덕션의 색은 다소 옅어졌지만, 이야기의 힘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자신의 정체성을 속어로 표현한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첫 곡 “Klusterfuk (필자 주: Cluster Fuck)”은 본 작을 관통하는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테크나인은 이 곡에서 출생일과 변화한 종교관(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이슬람교도가 된) 등, 지극히 개인적인 사항을 도입부와 중반부, 랩과 내레이션의 혼용 화법을 통해 이야기한 뒤, 본 벌스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설명과 랩퍼로서 자기 과시를 기가 막히게 버무려낸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사와 스웩의 혼용은 “Ugly Duckling”과 같은 트랙에서도 이어진다. 스스로를 미운 오리 새끼에 비유하며, 외로웠던 어린 시절과 여러 사람에게 기피대상이 되었던 것 등등, 씁쓸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은 이를 극복하고 영광으로 바꾼 자신의 힘을 은근히 내비치는데, 중요한 건 본 작의 여러 곡에서 그가 시전하는 스웩이 뭇랩퍼들의 맹목적인 과시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테크나인은 개인 경험과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서 스웩의 근거를 확실하게 제시한다. 그리고 이것을 포장하는 건 허풍이나 과장이 아닌 탁월한 메타포다. 

    제목 그대로 그가 겪었던 불쾌한, 혹은 황당한 세 가지 이야기를 풀어놓는 “Awkward”도 백미다. 한 공연에서 헤드라이너가 받아야 했을 스포트라이트를 본의 아니게 가로챘던 일, 남편이 있는 열성 팬과 섹스 후, 곤란한 상황에 엮였던 일, B.o.B가 그의 총을 빌리려 했다는 황당한 일들이 세 벌스를 통해 한 편의 시트콤처럼 펼쳐진다.

    근 몇 년간 걸출한 작품을 계속해서 쏟아내고 있는 테크나인은 새 정규앨범으로 가는 길목에서 발표한 이번 EP 역시 그의 커리어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Klusterfuk]은 그가 어찌하여 현재 인디 힙합 씬에서 가장 많은 돈과 명예를 쓸어모으고 있으며, 그토록 수많은 매체와 힙합 팬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는 랩퍼로 군림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반드시 감상해야 할 앨범 중 하나다. 이렇듯 작년에 데뷔 20주년을 맞이한(솔로로서 본격 커리어는 12주년) 베테랑 테크나인의 자기증명은 그가 구사하는 속사포 랩핑처럼 쉼 없이, 그리고 사정없이 이어진다.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강일권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17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양지훈 (2012-04-11 19:16:54, 180.64.74.***)
      2. 1/4분기 발매된 힙합 앨범 중 중독성 최고. I was born in november, 8th day 1971st y'all~~~로 시작하는 첫 곡 Klusterfuk 때문에 본의 아니게 테크나인의 생년월일까지 외워버린 상태.

        이제 일하러 갈 때도 Klusterfuk! 을 외치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Klusterfuk - Blur로 이어지는 초반부와 Awkward 나오는 후반에 푹 빠져서 대략 3주 가까이 매일 듣게 되네요.
      1. 김대국 (2012-04-11 14:59:32, 180.182.164.***)
      2. 개쩜니다;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