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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Nicki Minaj – Pink Friday: Roman Reloaded
    rhythmer | 2012-04-10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Nicki Minaj
    Album: Pink Friday: Roman Reloaded
    Released: 2012-04-03
    Rating: 
    Reviewer: 이상혁









    메인스트림 시장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힙합음악계는 남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더구나 최근의 힙합계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짙다. 그런 까닭에 왕성한 활동량과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니키 미나즈(Nicki Minaj)는 여성 래퍼들만을 놓고 보았을 때 독보적인 존재처럼 보인다. 비록, 릴 킴(Lil Kim)이 니키와 팽팽한 디스전을 벌이고 있긴 하지만, 그녀의 존재감은 예전 같지 않으며, 그 외에도 니키의 대항마로 언급할 만한 여성 래퍼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웬만한 남성 래퍼들과 비교해도 기량이 절대 밀리지 않기에 니키의 가치는 더욱 치솟는 중이다. 그러나 그녀의 데뷔 앨범인 [Pink Friday]는 상업적 성공과 반대로 힙합 뮤지션과 팝 뮤지션 사이에서 혼란을 그대로 노출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완성도를 보였다. 그래서 다음 앨범만큼은 전작의 비판을 염두에 두고 단점을 보완하여 오랜만에 괜찮은 여성 힙합 뮤지션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실제 니키는 몇몇 인터뷰를 통해 이번 앨범을 만들 때 그러한 비판을 의식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번 앨범 역시 고민거리를 들고 왔다는 게 문제다. 니키 미나즈의 재능은 이번 앨범에서 본격적으로 힙합을 넘어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한 댄스 팝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와 호흡을 맞추어 화제가 되었던 “Turn Me On”이나 앨범 발매에 앞서 공개된 “Starships”같은 트랙들을 통해 니키 미나즈가 어느 정도 팝 보컬리스트로서 역량과 댄스 팝을 무리 없이 잘 소화해 내는 능력이 있구나 하는 정도를 알 수 있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실 [Pink Friday: Roman Reloaded]라는 제목을 통해 기대한 것은 그녀가 창조해 낸 로만 졸란스키(Roman Zolanski)라는 캐릭터를 통해 래퍼로서 경쟁력이나 치열함이었지만, 최근에 터득한 자신의 새로운 능력에 무게중심을 두며, 니키는 마돈나(Madonna)나 레이디 가가(Lady Gaga)와 같은 팝 스타의 영역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듯 달라진 성향은 앨범 내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서 인상 깊은 퍼포먼스로 화제가 되었던 “Roman Holiday”는 앨범의 포문을 여는 역할로 나쁘지 않은 트랙이지만, 전반부에 포진한 몇 곡의 힙합 트랙 이후, “Starships”를 필두로 이어지는 댄스 팝 트랙들이 앨범 전체를 주도하는 모양새 때문에 빛이 바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흐름은 지금까지 로만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쌓아온 니키 미나즈의 이미지를 완전히 날려버리고 만다. 만약, 로만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기존 힙합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팝 스타로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하는 계산이었다면, 안타깝게도 완전히 들어맞지 않고 있다. 많은 힙합 팬은 팝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그녀에게서 점점 등을 돌리고 있으며, 팝 시장에서도 그녀가 얼마나 성공할 것인지의 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앨범의 짜임새가 틀어지고 가사 속에서 차별화된 의미를 마땅히 찾을 수 없지만, 탄탄한 프로듀싱 덕에 개별 곡들의 완성도는 대체로 준수한 편이다. 특히, 힛보이(Hitboy)의 짜임새 있는 리듬과 미니멀한 사운드 구성, 그리고 니키의 다채로운 랩 스킬이 돋보인 “Come On A Cone”과 그녀를 비롯한 드레이크(Drake), 영 지지(Young Jeezy), 나스(Nas)가 각자의 이야기와 라이밍을 하면서도 잘 조화를 이루는 “Champion” 같은 곡은 확실히 [Pink Friday] 때보다 그녀의 절치부심이 느껴지는 트랙들이다. 그런가 하면, 레이디 가가의 “Poker Face”를 히트시킨 레드원(RedOne)이 프로듀싱한 “Pound The Alarm”과 “Whip It”은 전자음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랩과 보컬을 오가며 곡을 완전히 자신의 색깔로 만드는 니키 미나즈의 소화력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릴 킴을 향한 노골적인 디스 트랙 “Stupid Hoe”에서는 상대방을 열심히 조롱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노련함까지 선보인다.

    그러나 거듭 언급했듯이 재능과 실력, 비주얼 등을 고루 갖춘 니키 미나즈이지만, 아쉽게도 앨범 구성에서는 전작에서 드러난 단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만일 그녀가 댄스 팝으로 음악적 방향을 바꾸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했어야 했다. 아쉬운 건 앞으로도 이런 식의 구성이 계속 유지될 것 같다는 점이다. 현재 그녀의 행보를 볼 때 힙합 뮤지션으로서 커리어를 쌓는 일과 팝 시장에서 성공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병행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모든 비즈니스가 전부 성공한다면, 그보다 좋은 시나리오는 없겠지만, 본 작 [Pink Friday: Roman Reloaded]에서 보이듯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전부 놓치게 되니 문제다. 그녀의 실력이나 발언과는 정반대로 정규 앨범을 통해 보인 두 번의 행보는 모두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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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지훈 (2012-04-13 16:16:00, 116.125.114.***)
      2. 지적하신 점이 딱 문제점이라고 봅니다.

        힙합 팬들에게 만족감을 줌과 동시에 팝스타로서 대성하고 싶다고 대놓고 말하는 듯한 구성인데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앨범이라 실망이 크네요.

        개인적으로 1집에서 Eminem과 함께 각자 alter-ego 깔아놓고 미친듯이 달리는 싱글 "Roman's Revenge" 같은 곡이 2집에도 한 두 개만 있었으면 했는데, 결국 제 개인적인 희망사항일 뿐이었습니다.

        아흐~
      1. 김예찬 (2012-04-12 20:36:39, 124.248.168.**)
      2. 오홍홍 잘읽었습니다
      1. co.wic (2012-04-11 21:05:03, 46.64.29.**)
      2. 이미 좀 저에게서는 떠나가는 느낌이...
        첫 앨범 발매 전 여기저기서 니키 랩을 듣고 앞으로의 커리어가 참 기대됐는데,
        제 기대와는 좀 다른 방향이라 개인적으론 아쉬워요.
        물론 지금의 방향성을 좋아하는 팬들도 분명 많겠지만.

        잘 읽었습니다.
      1. Undun_MX (2012-04-11 00:03:31, 121.88.213.***)
      2. 아쉽기는 했습니다만...
        아직은 '니키 미나즈'의 네임밸류를 믿어볼랍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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