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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외 리뷰] Santigold - Master of My Make-Believe
    rhythmer | 2012-06-14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Artist: Santigold
    Album: Master of My Make-Believe
    Released: 2012-04-24
    Rating: 
    Reviewer: 강일권









    자, 이 여인을 주목하시라. 지난 2008년 '산토골드(Santogold)'라는 이름으로 동명 타이틀의 데뷔앨범을 발표하며 세계 대중음악계의 주목과 호평을 이끌어냈던 그녀가 4년 만에 두 번째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이름은 'ㅗ(o)'가 'ㅣ(i)'가 되어 '산티골드(Santigold)'가 되었고, 음악은 여전히 범상치 않고 야릇한 감흥을 안긴다. 장르를 혼합하는 감각과 싱어송라이팅 능력은 물론, 프로듀서로서 자질까지 갖춘 그녀는 비슷한 재능과 데뷔 시기를 지닌 이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존재라 할 만하다. 상업적으로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일단 본작을 통해 음악적으로는 소포모어 징크스까지 극복했다.

    산티골드가 음악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건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과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소울, 훵크 음악과 80년대 음악이다. 그러나 표면화되는 그녀의 음악에서 실질적으로 소울과 훵크가 차지하는 지분은 그리 크지 않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보컬 면에서도 해당 장르 음악의 영향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녀의 음색과 창법은 일렉트로니카나 모던 록 씬의 백인 보컬리스트에 가깝다. 다만, 흑인음악이 산티골드 음악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이번 앨범에서 산티골드는 후자, 그중에서도 2000년대 들어 다시 리바이벌된 뉴 웨이브(New Wave)를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지극히 차갑고 변칙적인 덥 사운드가 비슷한 비율로 균형을 잡고 레게와 힙합이 조미료처럼 첨가되어 있다. 특히, 힙합 명장 큐-팁(Q-Tip)과 최근 잘 나가는 하우스 음악 프로듀서 중 한 명인 스위치(Switch), 그리고 산티골드가 함께 프로듀싱한 “Go!”, 몽환적인 전개 속에서 그룹 예 예 예스(Yeah Yeah Yeahs)의 닉 지너(Nick Zinner)가 짜증을 토해내듯 찔러대는 기타 리프가 고막과 가슴을 진동하는 “Disparate Youth”, 댄스홀의 올드 스쿨 버전과 뉴 스쿨 버전이 공존한다는 표현이 딱 맞을 “Freak Like Me” 등은 산티골드가 포용하는 드넓은 음악적 범위와 본작의 탁월함을 대변하는 곡들이다. 리듬 파트와 디지털 사운드 소스의 조합이 지배적인 가운데, 진중한 가사와 고혹적인 멜로디의 구성이 조화를 이룬 “The Riot’s Gone”과 “The Keepers” 같은 곡들이 후반부의 중심을 잡아주는 점도 인상적이다. 다만, 곧잘 비교대상이 되곤 하는 니키 미나즈(Nicki Minaj)나 M.I.A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실력의 랩을 선보인 “Look At These Hoes”는 단조롭고 지루한 비트까지 맞물리며 앨범의 옥에 티가 되어버렸다. 

    여러 장르를 다루고 섞는다고 해서 다 뛰어난 뮤지션이 아니고, 그 결과물이 훌륭하진 않다. 요즘처럼 하이브리드 음악이 대세가 된 시점에선 그러므로 옥석을 가려낼 필요가 있고, 산티골드의 음악은 그 기준으로 삼기에 제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별종 뮤지션의 잘빠진 결과물을 듣는 건 언제나 신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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